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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7-25 12:39
산모도우미 노동환경, 더 나아질 순 없나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7,593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영펠로우이신 김향수 선생님께서[여성주의 저널 일다]에 기고하신 글입니다.

돌봄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깊이있는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좋은 글입니다.

원문은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6101&section=sc2&section2=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산모도우미 노동환경, 더 나아질 순 없나

-<기록되지 않은 노동> “다치면 유급휴가라도 받을 수 있길” 

                                                                                      

김향수(시민건강증진연구소)

 

 

나의 산모신생아 도우미였던 희선씨를 인터뷰하다
 

© 출처-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홈페이지 socialservice.or.kr
산모신생아 도우미 서비스가 2006년 시범 사업으로 시작되었지만, ‘산모신생아 도우미’라는 직업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이 일을 하는 노동자는 2011년 기준 8천735명이며, 작년 한 해 서비스 이용자는 5만7천848명이다. 일의 특성상 서비스 이용자는 전부 여성이며, 노동자 역시 99%이상 여성이다.
 
소위 ‘여성 일자리’ 중 산모신생아 도우미라는 직종은 여전히 낯설다. 나도 아이를 낳기 전까지,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산모신생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저소득 가구의 산모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이 직업을 몰랐다. 희선(가명, 47세)씨는 나의 산모신생아 서비스 제공자였다. 이런 인연으로 나는 그녀의 산모 도우미 노동 경험을 기록할 수 있었다.
 
희선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물공장에서 여공으로, 요리사로 일했다. 결혼 후 두 아이를 낳고 기르며 남편 사업을 돕기도 했고 보험 일도 했다. 2007년부터 아는 동생의 권유로 산모도우미 일을 시작했다. 아기 보는 것을 좋아하고, 그때가 황금돼지해였고, 나라에서 정책으로 하는 직업이니 괜찮지 않을까라는 기대에서 이 일을 시작했다.
 
끝도 없고, 짬도 없는 ‘산모 도우미’의 노동
 
애 키워본 여자니까, 산모도우미 일을 그냥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희선씨는 처음 2주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교육을 받았다. 신입교육 내용은 사회복지제도와 서비스, 건강과 돌봄의 이해, 신생아 도우미의 역할, 산모와 신생아의 인권, 산모 신생아 및 가족의 이해, 신생아 돌봄 및 실습, 의사소통, 안전관리, 응급처치, 가사 및 일상생활 지원, 영양관리와 위생관리, 쾌적한 신체와 주거환경 유지, 외출 돕기 등이다.
 
6개월에 한번씩 재교육을 하고, 건강기록도 제출해야 한다. 업무에 필요한 보수교육이지만 업무 시간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분명 전문 지식을 요구하는 직업이지만 ‘전문직’이라는 사회적 인정은 없다.
 
“막상 일하러 가면 사람들이 나를 눈을 깔고 내려 보더라구요. 뭐랄까, 도우미라고 사람을 우습게 아는 거였죠. 그래도 내가 산모한테 마음을 열고 잘하려고 했죠.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아는 지식도 있지만, 이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해요. 우리 회사는 한 달에 한 번 토요일 교육했어요. 일하는데 필요한 보수 교육이지만, 이건 일하는 시간이 아니었어요. 그래도 회사에서 밥값은 내줘요.”
 
희선씨의 일, 즉 산모신생아 도우미의 서비스 내용은 산모 식사, 유방 관리, 산후체조, 좌욕, 산모와 신생아 관련 세탁물 관리, 방 청소, 신생아 돌보기, 산모에 대한 정서적 지지, 산후조리 관련 산모의 요청사항 등이다.
 
“산모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어요. 출근하면 산모 아침밥 차려줘야지, 간식 준비해야지, 미역국 없으면 미역국 끓여야지, 반찬 서너 가지 해야지, 애 우유 먹여야지, 트림 시켜야지, 안고 잠 재워야지, 기저귀 갈아야지, 산모 마사지 해줘야지, 방 청소 해야지, 빨래 돌려야지. 뭐 애들 우유병 같은 것도 다 삶아야지. 애가 울면 애를 안아야 하고. 애를 다독거리며 안으면, 다른 일을 못 하고. 신생아들은 한 시간 반, 두 시간마다 먹여야지. 시간이 금방 가죠. 끼니를 놓칠 때도 있죠. 그럴 땐 두유 하나 있으면 먹고, 바나나 있으면 하나 먹고 일하죠. 8시간이 긴 시간 같아도, 일하다 보면 너무 짧아요. (중략)
 
한 번은 사무실에 가서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도대체 우리는 시녀도 아니고, 도우미가 맞기는 맞아요?’ 다른 일은 한 시간마다, 오분, 십분 쉬는 시간이 있잖아요. 근데 우리는 그런 게 없어요. 그러면 회사에서는 ‘요령껏 쉬어라’고 하죠. 그게 말처럼 쉽나요?”
 
‘맞춤형 서비스’의 실체, 산모 가족에게 달렸다?
 
일의 특성 상 한 명의 산모와 계속 일할 수 없다. 산모가 보건소에 서비스 신청을 하면, 정부에 등록된 파견업체 중 한 곳에서 산모 도우미를 산모 집에 보낸다. 산모신생아 도우미 바우처 서비스는 2주간 제공되며(쌍둥이는 3주), 바우처 서비스가 종료되면 다음 일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운이 좋은 경우도 있다. 산모가 산모 서비스에 만족하고 여유가 있어, 자비로 산모 서비스를 연장하는 경우이다. 서비스를 연장하더라도 길어야 2~3주이기 때문에 서비스 종료와 개시를 반복하며 일터는 계속 바뀐다. 이로 인해 희선씨의 노동 강도와 서비스 제공 품목과 기준은, 산모와 그 가족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들마다 취향, 성격이 다르듯 산모들도 ‘뭐 해주세요, 이렇게 해주세요’ 하는 게 사람들마다 다 달라요. 우리는 원래 산모 위주로 밥 세 끼, 간식, 애기 목욕, 애기 빨래, 산모 빨래, 아니면 이제 남편 와이셔츠 뭐 한 장 정도로 가사를 해요. 근데 어떤 산모는 정해진 서비스 외에도 다 해달라고 해요. 김치도 담가 달라고 한 사람도 있었어요. 회사에서는 ‘우리가 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사람이 일 하다 보면 그게 쉽나요?
 
또 시부모님 모시는 집이면, 시부모님 상 따로 차려서 드리게 되죠. 원래 그러면 안 되지만, 사람이 어떻게 사사건건 다 따지고 어떻게 해요. 어르신들이고, 원래 며느리가 하던 일이잖아요.  또 일하러 간 집에 큰 애가 있으면 큰 애도 봐야 하죠. 이 일 한지 3년 지나니까, 큰 애 보는데 하루에 3천원인가 5천원인가 요금이 추가되었어요.”
 
산모신생아 도우미 일은 분명 전문 지식과 숙련된 경험을 요구한다. 하지만 ‘남의 집’ 뒤치다꺼리라는 편견, 여성은 당연히 아이 키우는 DNA가 태생적으로 있을 거라는 편견은 여전히 강하다. 산모와 신생아, 그 가족들이 거주하는 집은 산모 도우미의 일터이며, 가족들의 관습과 가풍은 산모도우미의 노동을 통제한다. 서비스 대상자의 요구에 맞춘 ‘맞춤형 서비스’는 때로 모멸스러운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억울한 일도 많았죠. 산모 대신 내가 장을 봐야 해요. 한 번은 장보고 돌아왔는데 ‘아줌마, 영수증은?’ ‘영수증, 재래시장에서 영수증 주나요? 2천원 사고 영수증 줘요?’ 그렇게 말했죠. 속으로 ‘내가 떼먹나?’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근데 산모가 너무 심하게 말하셔서 ‘아니거든요. 저기요, 제가 10원이라도 보탰으면 보탰지요.’ 막 그런 소리까지 했어요. 어떤 집은 시어머니가 내 옆에 따라다니며, 이거 하고 있는데 ‘저거 하시오.’ 저거 하고 있는데 ‘요거 하시오.’ 막 그럴 때도 있었죠. 힘들죠.
 
저번에는 간 집은 금줄을 쳤더라구요. 내리 딸만 둘이었는데, 어렵게 본 아들이라고. 처음에 그 집에 갔는데, 할머니가 나한테 막 소금도 뿌렸어요. 내가 화가 나서 ‘부정 안 타거든요? 깨끗하거든요?’ 이랬죠. 그 집은 진짜 뭘 하나 사 갖고 들어갈 수 없었어요. 할머니가 오늘은 돈을 쓰면 안 되는 요일이라고. 아니 반찬이 없는데, 산모 먹으려면 뭘 사야 할 거 아니에요. 그런 고지식한 어르신들도 있었죠.”
 
사랑으로 보살펴야… 육체노동 못지않은 감정노동
 
사람들은 어르신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보다 신생아와 산모를 돌보는 산모도우미의 노동 강도가 덜 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산모가 젖 먹이거나 화장실을 갈 때 일으키는 것도 산모 도우미의 일이며, 신생아를 돌보는 것은 힘겨운 육체노동이면서 동시에 감정노동이기 때문이다. 희선씨는 신생아를 ‘사랑으로’ 보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막내 동생이다’ 생각하고 산모를 대하고, ‘내가 낳은 자식이다’ 생각하고 아이를 항상 대해요. 어떨 때는 꼬집고 싶을 때도 있죠. 아기가 너무 안아달라고 해서, 하루 종일 안고만 있을 때. 산모도 ‘이모, 아이 그냥 내려 놓으세요.’라고 말해요. 근데 어떻게 아기를 내려 놓아요. 잠깐 내려놓으면 자지러지게 우는데. 그땐 팔목이 쥐가 나요, 정말로요. 안 해 본 사람들은 이해를 못 해요. 하지만 막 태어나서 2주, 3주 된 아기니까 아껴줘야 해요. 내 몸은 힘들지만 애들은 무조건 사랑을 줘야 해요. 마음으로든, 말로든, 귓속말이든. 그럼 갓난쟁이도 다 알아 들어요.”
 
분명 출산은 질병이 아니다. 하지만 여성은 열 달 동안 생명을 기르고, 그 생명이 여성의 몸에서 나간 후 여성이 겪는 몸의 변화,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 갓 태어난 아기와 함께 보내는 시간들은 항상 아름답지만은 않다. 산모가 훗배앓이라도 하면 진통은 계속 되고 하혈은 멈추지 않는다. 신생아의 배꼽시계는 엄마의 심신과 상관없이 정확히 울린다.
 
분유가 아니라 모유 수유하는 산모 일 때, 두 시간 마다 분유를 타고 젖병을 소독하는 일은 없으니 일이 조금 수월하지 않냐고 물었지만, 대답은 ‘노’였다. 산모를 다독이며 두 시간마다 젖 먹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엄마들은 막 우울증 오면 아이 꼴도 보기 싫다며 아이를 데리고 나가라고도 해요. 산후우울증이 무서운 거에요. 처녀 때 친정엄마가 ‘하지 마라, 하지 마라. 니 이 결혼하면 고생한다. 고생한다.’고 했는데 그 때는 모르죠. 나도 그랬으니까. 배 불렀을 때는 모르죠. 처음 애 가지면 막 좋고 애한테 다 해주고 싶고. 아이 낳고 나야, 친정엄마 생각이 드는 거죠. 막상 잠 못 자고, 젖 먹이며, 기저귀 채워가며 지내고. 밥 한 숟가락 먹으려고 서서 미역국 한 그릇에 먹기도 하고, 물 말아서 김치에다 밥 먹기도 하고. 그때야 친정엄마 생각에 눈물이 저절로 나죠. 아, 우리 엄마가 나를 이렇게 키웠구나. 그러면서 우울증이 많이 와요. 남편한테 서운한 것도 있지만, 친정 엄마 생각에.
 
근데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면 뭐해요. 나는 음악도 들으라고 하고, 맑은 공기도 좀 쐬라고도 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주고, 신랑 흉도 같이 보기도 해요. ‘실컷 둘이 좋아가지고 애 만들어놓고. 애 낳아놓으니까, 남편은 신경 안 써준다. 아유 때려죽일 놈, 살릴 놈.’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요. 나쁜 기억은 하면 몸이 쳐지니까, 밖으로 보내야 해요. 좋은 기억만 하면 엔돌핀이 살아나잖아요.”
 
희선씨는 산모가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주고 맞장구 쳐줄 뿐이라 하지만, 이로 인한 희선씨의 감정노동의 강도는 점점 높아진다. 그녀의 일터가 산모의 집이기 때문에, 그녀의 업무가 산모의 정서적 지지이기 때문에, 시시콜콜한 집안 사정을 다 보고 듣게 되어 가슴 아파하는 것 역시 감정 노동의 일부이다. 그녀는 가끔 ‘내가 왜 일을 하게 돼서, 보지 말아도 될 것을 볼까’란 생각을 한다.
 
그래도 우울증이 있던 산모들이 나중에 보내준 감사 편지는 그녀 일의 큰 보람이기도 하다.
 
“우울증 있던 산모들이 나중에 감사편지를 회사 홈페이지에 올려줘요. 근데 본사에서만 알고, 우리는 들어갈 수가 없어 몰라요. 회사에서 이야기해줘서 알았어요. 내가 갔던 집에서 ‘너무 고맙다’고 글을 올렸다고. 그런 글은 회사 홍보할 때 쓴데요. 근데 다른 직장에서는 이런 일이 있으면 보너스를 주거나 상을 주잖아요. 여기는 포상은 없어요. 산모한테 콜이 세 번 들어오면 잘리는 것만 있어요.”
 
이용자의 불만족으로 인해 산모가 서비스 제공 인력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하면, 제공기관 즉 파견업체는 산모와 상담을 통해 5일 이내에 제공자를 변경해야 한다. 서비스 제공자 변경 요청은 주로 전화로 접수되기 때문에 흔히 ‘콜’로 부른다. 콜이 3번 들어오면 해고가 된다. 하지만 콜이 3번 들어오기 전 대부분 산모 일을 그만두기 때문에, 주변에 해고가 된 사람을 본 적은 없다.
 
그녀의 월급은 왜 백만 원이 안 되는 걸까?
 
평일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가 노동시간이지만, 그녀의 일은 5시에 끝나지 않는다.
 
“하루 종일 쉬지 못하고 일해요. 산모 집에서는 겨우 밥 한 숟갈 먹고 일하고, 집에 와서 또 집안일 해야죠. 우리 애들 돌봐야 하고, 남편 뒷바라지해야 되고, 나도 집안일 해야 되고. 나는 아침에 5시 반, 6시 되면 일어나서 어지간한 일은 하고 오는 편이에요. 퇴근하고 피곤하면 30분 누워 있다가, 저녁 하고 얘들 간식 챙겨주죠.”
 
하루 종일 일해도 그녀가 받는 월급은 92만원이다. 이것도 운이 좋아 한 달 동안 4주간 일을 해야 받을 수 있다. 2012년 기준 산모신생아도우미 서비스 가격은 하루 5만3천500원, 2주(12일)에 64만2천원이다. 일당 5만원이 넘지만, 왜 그녀의 월급은 백 만원이 안 되는 걸까?
 
“회사에서 떼는 게 많아요. 회사는 나라에서 복지부에서 돈을 받는데, 우리는 아니잖아요. 우리는 회사에서 돈을 받아요. 처음에 우리는 몰랐는데, 2주에 육십 얼마를 받더라구요. 근데, 우리가 받는 돈은 4주 풀(full)로 일해도 92만원이에요. 회사에서 월급명세서 같은 건 한 번도 안 줬어요. 그것 때문에 많이 따졌는데, 회사에서는 ‘굳이 뭐 필요하냐’고. 분명 정책이 잘못된 거에요. 중간에서 가로채는 사람들도 많아요. 누구 말마따나 일은 우리가 하는데, 돈은 중간에서 갈취하는 거죠.
 
이 일을 한지 이삼 년 지나서, 나라 정책으로 4대 보험이 됐어요. 우리 일이 비정기적이라, 한 달 동안 일을 안 하면 월급도 없고 4대 보험을 못 내요. 그러면 회사에서 지난달 4대 보험료를 먼저 내고, 다음 달 월급에서 떼는 거죠. 전달 쉬고 2주 일하면 삼십 얼마 받는 거죠. 쌍둥이를 해도, 2주 동안 오 만원인가 십 만원만 추가가 다예요. 노동 강도는 당연히 2배인데, 돈은 안 그래요.”
 
출산은 ‘애국’이라 불리는 시대지만, 출산한 여성과 신생아를 돌보는 일은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임금이 책정될 뿐이다. 정부는 육아와 돌봄은 전문적 지식을 갖춘 인력이 제공해야 한다며 ‘서비스의 질’을 강조하지만, 불안정한 일자리, 부정기적인 수입 등 ‘고용의 질’은 고려하지 않는다.
 
염증, 화상 등 직업병 잦지만 산재 처리 못해
 
“일이 정기적이지 않으니까, 이직하는 사람들이 많죠. 어린이집 청소하고 밥해주는 일이나, 베이비시터 쪽으로 많이 가요. 어떤 사람들은 베이비시터가 산모보다 더 낫다고 해요. 돈도 훨씬 많이 주고, 애 업고 잠깐 잠깐 나갈 수도 있죠. 산모 일은 죽어나 사나 산모 집에 매달려 있어야 하잖아요. 2주 동안 딱 얽매인 거잖아요. 솔직히 돈 생각하면 식당에서 알바하는 게 나아요. 산모 일이나 베이비시터 일은 집안 일이라는 게 표도 안 나지, 애 본 공은 없다고, 해 줘도 좋은 소리 못 듣잖아요.”
 
동료들은 산모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집으로, ‘베이비시터’라는 고용이 이삼 년 보장된 일자리로 옮기기도 한다. 희선씨는 산모도우미로 5년을 일했다. 식당에서 일하는 것보다 월급도 적고 비정기적인 일이지만, 아이를 돌보는 것을 좋아하고 그래도 4대 보험이 가입된 직장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어깨가 아파 병원에 갔는데, 급성 석회염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희선씨가 팔을 너무 많이 써서 염증이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산모 도우미 일에서 요구되는 신생아를 안아 달래고 재워야 하는 동작으로 어깨의 손상이 일어났다.
 
“산모 일을 그만 뒀죠. 지금은 가사 일을 하는데, 이 일도 몸이 축나더라구요. 손톱 무좀이 생기고. 눈도 침침하고 피곤해요. 화장실 청소할 때, 락스나 옥시싹싹이 독한데, 마스크도 안 쓰고 속장갑도 안 끼고 일을 해서 그런 가봐요.”
 
산모 일로 생긴 급성 석회염이라는 직업병으로 인해 가사 도우미로 이직했지만, 또 다른 직업병을 얻었다. 일하다 아파도, 치료 비용과 치료 기간 동안 생계비는 개인의 몫이 된다. 희선씨는 아기 목욕시키다 허리 다치는 사람,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다치는 사람, 빨래 삶고 들통 옮기다 화상 입은 사람들을 보았다.
 
일하다 다쳐도 산재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산재 처리를 하면 회사에 ‘타격’이 가고, 가사 도우미의 경우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일로 희선씨는 직업 선택의 자신만의 기준이 생겼다.
 
“돈을 조금 받더라도, 사람이 일하다 다치면 산재라도 받을 수 있는 일을 해야지. 산모든 베이비시터든 가사든 뭐, 간병인이든 안 힘든 게 있겠어요? 그 일을 다 파고 보면, 힘든 일도 있고 보람 있는 일도 있죠. 남의 돈을 받는 게 쉽겠어요? 내가 노력해서 남 등 안쳐먹고, 열심히 내 몸으로 벌어먹고 사는 일이죠. 다들 몸으로 때우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힘들죠. 난 기회가 되면 다시 아이 보는 일을 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고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돈은 적어도 되지만 그래도 월 백은 되어야죠. 4대 보험 되고, 정기적으로 일이 있고, 그런 일이면 돼요.”
 
그녀는 다시 아기 돌보는 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단, 4대 보험이 되고, 일이 정기적으로 있고, 일하면서 아프지 않고, 일하다 아프면 유급 휴가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라면 말이다. 5년간 산모 도우미로 일했던 희선씨의 ‘산모 도우미 일을 다시 할 수 있는 조건’은 너무 소박하다. 이 소박한 바람은 산모신생아 서비스가 도입된 지 몇 년이 지나도 왜 이루어지지 않을까? 희선씨 말처럼 ‘다 정책을 잘못 만들어서’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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