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서비스법]은 의료민영화 추진을 위한 MB정부의 ‘첨병’
김 창 보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실장
지난 5월 17일 변웅전 의원 대표발의로 [건강관리서비스법]이 발의되었다.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둔 시기라 정치판이 선거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슬그머니 발의했다. 특히나 정부가 만든 법을 직접 발의하지 않고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던 변웅전 의원을 통해 입법발의를 한 것이 눈에 띈다. 정부로서는 이를 통해 시간을 단축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 법안에 대해 최근에는 지역의사회의 반대 입장에 나오고 있지만, 얼마전까지는 시민단체들의 반대 입장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반대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강조점에서 차이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의사단체들의 경우 ‘의료’라는 개념이 기본적으로 예방과 건강증진을 내포하고 있는 것인데, 이를 ‘건강관리서비스’로 분리시켜 ‘의료’를 ‘치료’의 영역으로 국한하려는 시도에 대해 반대하는 것을 주요한 주장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주장에는 의사들의 권한과 역할의 축소를 경계하는 눈빛이 읽힌다.
반면, 시민단체들의 경우 이 법률안을 이번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는 법률로 보고 있다. 사실 그동안 의료민영화와 관련하여 논쟁이 되었던 내용이 전부 포함되다시피 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건강관리서비스법]이 의료민영화를 위한 법률인 5가지 이유
① 비의료인에게 (실질적으로 의료업에 다름없는) 건강관리서비스 제공 기관 개설 허용
② (실질적인 의료업인) 건강관리서비스기관에 영리자본투자 허용, 영리법인 허용
③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보험회사가 건강관리서비스 제공 기관을 개설, 운영할 수 있게 되어 ‘보험 - 서비스기관’이 연계되는 미국의 HMO와 유사한 기관이 가능
④ 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전국민 개인질병정보 활용 가능
⑤ 건강보험 제도에서 ‘예방’, ‘건강관리’를 제외, 시장에 넘겨 민간보험 활성화를 하도록 하고, ‘건강보험’을 ‘치료보험’으로 축소시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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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분명 [건강관리서비스법] 안은 ‘의료민영화’의 종합판이자, 직접적으로 병의원에 대한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한 ‘첨병’ 역할을 하는 법률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건강관리서비스법]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놓치지 말아야 할 또 한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이는 예전 노무현정부와 다른 MB정부 만의 독특한 정책이라는 점이다.
이미 주지하다시피 영리법인 의료기관 도입을 비롯한 의료민영화 관련 상당한 정책이 지난 노무현 정부때부터 검토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건강관리서비스법]은 노무현 정부때 검토되거나 만들어진 법률이 아닌, 순수한 MB정부의 창작물이다.
여기서 우리는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 ‘평생건강관리’를 국가가 수행해야 할 보건사업의 목표중 하나로 제시했다는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MB정부에서 이러한 보건사업의 목표가 실종되었으며, 더군다나 이를 ‘시장화’하여 해결하려는 시도가 추진되고 있다는 두드러진 특징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11월 2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참여정부 보건의료 발전계획(안) 공청회“에서는 ‘평생국민건강관리체계의 구축’을 주요한 사업의 목표로 제시하면서, 이를 ‘보건소’를 중심으로 민간의료기관과 연계하여 풀어가겠다고 밝혔다(토론회 자료집 22, 26쪽). 이와 같은 맥락에서 ‘도시보건지소’를 세우고자 하는 정책도 입안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0 보건복지부 업무 보고] 자료에서는 달라졌다. ‘건강관리서비스 제공체계 혁신’을 말하고 있지만 “의료기관, 건강관리서비스 기업 등을 통해 맞춤형 프로그램 제공이 활성화되도록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바우처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업무보고 자료집 27쪽).
이런 점에서 볼 때 MB정부는 ‘의료민영화’를 결코 굽히지 않고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으며, [건강관리서비스법]을 통해 우회하는 작전을 고려한 듯하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엔 아무래도 이 작전은 실패할 것 같다. ‘의료’에서 ‘예방과 건강증진’, ‘건강관리’의 개념을 분리시키는 무리수를 두기 때문이다. 이는 보건의료 체계 전반의 큰 변화를 동반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의료계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의약분업도 보건의료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일으킨 정책이었다. 그러나 그 정책은 최소한 ‘처방과 조제의 분리’라는 원칙을 강화했고,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효과가 기대되었기 때문에 시민단체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최소한 이처럼 원칙과 명분, 국민을 위한 효과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건강관리서비스법]은 전국민의 건강관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시장에 떠넘겼고, 전국민의 이익보다는 건강관리서비스업의 시장화를 통한 기업과 자본의 이해에 충실하고자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 국민들이 이런 법률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군다나 이 법률을 통해 ‘의료민영화’의 전면적 추진을 꾀하려 한다면, ‘촛불’이라는 국민의 저항만 또 다시 불러낼 뿐일 것이다. MB정부의 창작물인 [건강관리서비스법]은 실패로 돌아갈 운명 아에 놓인 셈이다.
* 이 글은 인터넷 전문지 '데일리팜'에 칼럼으로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