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9월 2일(금) 저녁, 우리 연구소는 회원을 위한 특별 세미나를 개최하였습니다. "건강정의와 한국의 보건의료"라는 주제로 우리 연구소의 김창엽 소장(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이 강연을 맡아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진보적 보건의료운동이 가지고 온 '보건의료 개혁 운동의 담론'이 한계를 느끼고 있는 시점에서, 이를 넘어서기 위한 고민의 화두로 '건강정의(health justice)'를 제안하면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일관된 사고 체계를 만들기 위한 공부의 과정으로 이해할 것을 회원들에게 밝히면서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김창엽 소장은 강연에서 건강이나 보건의료와 관련하여'사회정의'를 '사회적으로 공정한 배분'의 문제로 이해하면서도 '불평등'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건강과 보건의료'와 관련하여 정의와 평등을 추구해야 할만큼 특별한 것인가에 관한 궁극적인 질문에 대해 고민해 볼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인권'을 중심으로 한 해석, '분배적 정의'에 따른 관점, '기회의 평등'의 기준에 따른 평가 등을 넘어서서 "각자가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나타내는 여러 기능들의 벡터"로서 '능력(capability)'의 관점에서 건강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보건의료'는 비록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전부가 아니라 한 요소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유지, 회복하기 위한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개입이며, 동시에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정의'를 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보건의료'에서의 정의는 '동일한 필요에 대해 동일한 이용권 보장'이라는 점이 원칙이 되어야 하지만, 선택과 책임의 문제, 그리고 한정된 자원의 배분을 위한 우선순위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가의 역할이 논의되는데 특히 '권리의 달성' 여부와 무관하게 국가의 의무는 존재하는 것이며, 국가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했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해 보여야 한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건강할 권리를 향해 제도와 틀 자체의 변화를 요구할 권리, 즉 개혁을 요구할 권리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며, 이 가운데 '건강정의'가 구체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건강정의'라는 개념은 현재 보건의료에서 논의되고 있는 '무상의료'와 접목해서도 여러 차원에서 해석하고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정책적 판단의 기준을 제시할 수 있으며, 과거와 달리 복잡해진 이해관계와 사회적 관계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갈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한계도 명확합니다. '건강정의'라는 개념으로 모든 것을 해석하거나 답을 내놓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지점이 한계이면서도 우리가 더 고민해야 할 숙제를 던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날 김창엽 소장의 발표는 우리 연구소가 앞으로 해야 할 많은 일을 직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날 회원특별세미나는 우리 연구소의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로서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회원특별세미나는 계속될 것입니다. 우리 연구소가 현재의 고민을 회원 여러분과 나누고 함께 하고자 하는 공개된 자리입니다. 회원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