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펠로우 활동을 시작하며
김 선
(제2기 영펠로우, 서울대 보건대학원 박사과정)
어느덧 4월입니다. 제가 영펠로우 활동을 시작한지 벌써 한 달이 되었다는 뜻이지요. 박사과정 수료를 위한 마지막 한 학기를 남겨둔 채 영펠로우 활동을 시작하면서, 이렇다 내세울 것도 없이 정신 없이 보낸 지난 한 달이었습니다. 일단 정식으로 인사부터 드려야겠지요. 안녕하세요, 2011년 한 해 동안 시민건강증진연구소에서 영펠로우로 활동할 김선입니다.
저의 시민건강증진연구소와의 첫 인연은 지난 2010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건강과 사회 기획강좌: 불평등의 정치경제학> 마지막 순서였던 ‘대안을 찾아서 – 대담’에 참석했었는데, 최용준 센터장님, 김창보 실장님을 이날 처음 뵈었지요. 사실 이렇게 따지면 연구소와의 인연이 길지 않은데도, 저는 늘 그래왔다는 마냥 연구소 생활에 금새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사실 연구소 다른 식구들과의 인연은 더 오래되었어요. 서상희 교육팀장님은 지난 2009년 초,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의 <젠더와 건강> 소모임에서 처음 뵈었는데, <globalization, women, and health in the twenty-first century>를 함께 읽었습니다. 김명희 센터장님은 2008년 초, <보건의료진보포럼>에서 처음 뵈었습니다. <베네수엘라와 맨발의 의사들>에 대한 강연을 해주셨었지요. 이때 처음 접했던 ‘바리오 아덴뜨로(barrio adentro)’의 충격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김창엽 소장님은 2009년 9월, 대학원 입학 후 첫 수업이었던 ‘공공보건정책론’ 시간에 뵈었습니다. 어디선가 보았던 교수님 캐리커쳐와 너무도 똑같으셔서 놀랐던 기억, “정책(policy)이란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이렇게 연구소와의 인연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사실, 어떻게 보면 “공식적인” 이 자리를 빌어, 제 그 동안의 삶의 궤적을 되돌아 보고, 앞으로의 지향을 다시 한번 다짐하기 위함입니다. 처음 영펠로우 모집 공고를 보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듯이 지원을 결심했습니다. “진보적 담론/대안/운동 지향 연구 활동의 후속세대 양성”이라는 영펠로우 프로그램의 목표가 바로, 저의 지향과 동일했기 때문입니다. 지원서의 연구계획서에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접근성 보장이 기업이나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도덕성에 호소하는 피상적인 차원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제도로서 구현되어야 하며, 이 때문에 보건의료 개혁(healthcare reform)의 중요성이 대두됩니다. 건강불평등의 개선과, 이를 위한 기반으로서의 보건의료 개혁을 위해서는 과학적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 고민해왔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이면서도 실천적인 접근 방법을 연구해 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의약품·의료기기가 고가화 되는 것과 관련하여 특허나 공공재, 보건의료체계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 고찰하고 관련 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연구해 본다면, 향후 의료이용의 접근성 향상 및 보건의료 개혁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 해 동안 연구하고자 하는 주제는 ‘의약품의 공공성’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국영제약회사 설립에 대한 검토: 제약산업의 공공성과 수익성 관점에서’, ‘일반의약품(over-the-counter drug: otc) 판매의 정치경제학’, ‘ebm(evidence-based medicine)/hta(health technology assessment)의 정치경제학’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들이 복잡하게 머릿속을 떠돌아 다니지만요. 1년이라는 시간은 무척 길 수도, 눈 깜짝할 새 지나갈 수도 있을 겁니다. 벌써 한 달이 지나갔다는 생각을 하면 조바심이 나기도 하지만, 한 달 동안 연구소에서 있었던 각종 회의와 강좌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생각하면 또, ‘이렇게 타박타박 가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뿌듯해 집니다. 안이해지지 않도록, 1년간의 스케줄을 잘 짜보아야 하겠습니다. 관심 가지고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