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다섯 살배기 딸아이를 둔 엄마이며, 지역에서 자그마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로서, 엄마로서 살아가던 제가 정치를 하고, 운동을 하는 분들께 편지를 쓰게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만큼 이 문제가 몹시 절박하고 위험한 일인데, 언론은 물론이고, 정작 이 문제를 제기하고 국민들에게 알리고 반대해야 하는 분들이 아무런 발언도, 행동도 하지 않기에 오랜 고민 끝에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는 바로 GMO(유전자조작작물)입니다. GMO가 우리나라에 수입된 것이 벌써 7년째, 해마다 그 양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 역시 이렇게 수입된 GMO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정부에서 1차 가공을 거친 GMO는 안전하다거나 식용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식의 보도를 해온데다, GMO표기법 상 표기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에 우리 가게에서 쓰는 콩기름이 수입 GM콩으로 만든 것이란 걸 알면서, 우리 딸아이가 유치원에서 먹는 우유와 고기들이 GMO 사료를 먹은 축산물이란 걸 알면서, 충격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GMO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었으며, 하면 할수록 그 충격은 커져만 갔습니다.
쥐를 이용한 수많은 GMO 안전성 실험 결과, 장기손상, 뇌손상, 불임, 사산 등 모두 위험천만한 결과를 낳았으며, 혈청을 이용한 인체 알러지 반응 실험 결과 역시 매우 불안전하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인도 전역에 심어진 GM면화를 먹고 죽은 양은 헤아릴 수 없으며, 종자 값과 제초제 값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한 농민만 20만 명이라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이 KBS를 통해 보도된 적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돼지들에게 몬산토 옥수수를 1년 먹였더니 모두 불임에 걸려 파산하고 말았다는 미국 농민의 인터뷰 동영상이 유투브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한때 GMO를 재배하게 했다가 그 폐해가 심각함을 깨닫고 재배 금지는 물론 수입 금지 조치까지 내렸습니다.
인체에 대한 영향에 대해 제대로 된 결론을 내려면 한 세대는 족히 지나야 한다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 연구기관에서 안전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GMO는 인체는 물론 생태계에도 몹시 위험한 존재입니다. 몬산토에서 GMO와 세트로 파는 제초제는 GMO외에는 모든 풀들을 말라죽게 할 만큼 독성이 강하며, 거기에 내성을 가진 슈퍼풀이 생겨나고 그 풀을 제거하기 위해 더 강한 독성을 가진 제초제를 뿌려대야 하며, 그로써 GMO를 재배한 땅에서는 50년 이내에 어떤 식물도 자라지 못하는 불모지로 만듭니다. 그런 강력한 제초제에 버무려진 작물을 가축과 인간이 먹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유전자 이전에 제초제만으로도 안전한 먹거리와는 태생부터 거리가 먼 것이 바로 GMO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GMO가 안전하다며 미국정부와 몬산토를 비롯한 메이저종자곡물회사의 요구대로 갈수록 수입량을 늘이고 있습니다. 수많은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감행한 한미FTA는 우리나라 농업을 헌신짝처럼 내다버리고 수입곡물에만 의존케 하는 진정한 식민협정이며, 이 식민협정에 따라 GMO는 쓰나미처럼 밀려들 것입니다.
게다가 한미FTA는 GMO의 상업적 재배까지 가능케 합니다. 수년 전부터 삼성경제연구소와 농림수산식품부, 농업진흥청 등에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GMO 상업재배는 머지 않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며, 그 최적의 장소가 바로 새만금입니다. 새만금에는 현재 삼성석유화학의 그린에너지단지가 빠른 속도로 조성되고 있으며, 그린에너지의 핵심은 바로 바이오에너지, 즉 GM옥수수와 GM콩을 원료로 한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입니다. 최근 삼성석유화학이 정유사로 허가받은 것도 이와 깊은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작년부터 제정되어 온 종자산업법과 도시농업법도 이를 위한 법제로 해석됩니다.
GMO를 대체에너지로 쓴다는데 뭐가 나쁘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GMO가 어떤 종자인지 조금이라도 안다면 이런 소리를 할 수가 없습니다. GMO의 가장 큰 문제는 생태학적 격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어느 GMO 종자건 한 번 심어지면 수정 과정 하나만을 통해 자연생태계에 되돌릴 수 없는 영향을 끼칩니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많은 외국 사례를 통해 증명되오고 있습니다. 농지를 나누어 GM작물을 격리해 심었는데도 다음 해엔 주위 농지에서도 심지 않은 GM작물이 수확되는가 하면, 1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도 동일한 회사 브랜드의 GM작물이 섞여 수확되기 시작한다는 점은 이제 외국에선 GMO 상식이 되어가는 상황입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땅덩어리 좁은 대한민국 땅은 수년 내 토종종자의 씨가 말라버릴 것입니다.
또한 몬산토가 특허권을 이용해 미국 내에서도 그 소송에 휘말려 파산하고 자살하고 도시 부랑자로 떠도는 농민들이 아주 많다고 들었습니다. 지금도 농진청의 GMO 시험재배로 인해 곳곳으로 씨앗이 날아가 여기저기에서 자라고 있는 GM작물이 많습니다. 구멍 숭숭 뚫린 펜스 한 장 두른 사진을 올려놓고 '격리' 재배했다고 떠드는데, 이들 머릿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스위스에서는 GMO 반대 국민투표를 통해 FTA 협상 자체를 중단했습니다. 우리나라는 GMO가 뭔지 모르는 국민들도 많습니다. 언론은 정권과 기업이 장악했고, 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모든 정보는 차단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특히나 대한민국 국민들은 먹거리에 있어서 만큼은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며,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는 짓거리는 용서를 못합니다. 광우병에 대한 반응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GMO상업재배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이것이 미국정부와 다국적기업의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이며, 터뜨리면 곧바로 터져버리는 뇌관이라는 것을 저들이 더 잘 알기에 마지막까지 쉬쉬하고 있을 터입니다.
우리나라의 식량안보전략은 무엇입니까? 십년 뒤에 우리가 우리 것을 먹을 수나 있을까요? 우리밀이 사라졌듯이, 값싼 미국산 GMO 곡물에 의존해 살다가 우리 종자가 씨가 말라버리면 그땐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 병에 걸릴 줄 알면서도 GMO를 입 속으로 우겨넣어야 합니다. 이런 미래를 생각하면 자다가도 가위에 눌립니다. 너무나 끔찍해서 잠이 안 옵니다. 인생의 반은 살았기에 저는 그래도 괜찮습니다. 우리 아이는 앞으로 평생을 GMO를 먹고 살아야 하는데, 그 아이가 불임에 걸리고, 암에 걸리고, 이름도 모르는 병에 걸리면 그땐 누가 책임집니까? 그런 아이들이 전국에 넘쳐날 텐데, 그 아이의 후세가 태어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GMO를 피하고 우리의 식량주권, 식량안보를 위해서라도 FTA는 폐기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현재 늘어만가는 수입 곡물을 대폭 줄여야 하며, 그와 병행해서 현행 GMO 표기법을 개정해야만 합니다. 상황이 이러이러하다고, 당신들이 먹는 게 이러이러하니 먹을 건지 말 건지 선택하라고 해야 합니다. 현행 GMO표기법은 소비자들의 알 권리, 선택할 권리마저 완전 차단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있으나 마나 한 법입니다.
정부기관의 LMO(=GMO) 선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GMO는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습니다. 가공식품은 식용이 아닙니까? 가축에게 사료로 먹이면서 그 가축을 먹는 것은 식용이 아닙니까? 음식점에 들어가는 전분과 콩기름 등의 재료는 식용이 아닙니까? 간장, 된장, 고추장 등에 들어가는 재료는 식용이 아닙니까? 얼마나 웃기는 말인지, 얼마나 국민을 멍청이로 여기는 말인지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당장 GMO 표기법을 개정해서 엄격하게 규제해야 합니다. 모든 식품과 모든 가공식품, 음식점, 사료에 GMO/NON-GMO를 표기해야 하며, 비의도적 혼입률을 0%로 낮춰야 합니다. 이 '비의도적'이라는 말을 '의도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너무 많습니다. 최소한 유럽 수준으로, 그보다 더 강하게 규제해야 합니다. 어떻게 중국보다도 못한 규정을 두고서 중국산 식자재에 대해선 잊을 만하면 한번씩 이슈를 만들어 터뜨리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더욱 불안한 것은 요즘 원산지 표기도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에는 수입산도 미국산인지 중국산인지 밝혔는데, 이제는 대부분 '수입산'이라고만 적혀 있습니다. 두부와 콩나물마저도 '수입산'이라고만 써놓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소비자들 사이에 미국산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간다는 걸 알고서 취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이마저도 제대로 표기하지 않고서 어떻게 GMO 걱정을 하지 않고 사 먹을 수 있겠습니까? 국민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이토록 쓰레기처럼 내팽겨쳐도 되는 겁니까?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히 들어와 있는 GMO식품. 특히 옥수수와 콩은 그 활용도가 몹시 광범위해서 피해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지경입니다. 모든 가공식품의 기본 원료로 사용되는 옥수수와 콩! 왜 몬산토가 옥수수와 콩을 가장 먼저 GMO로 만들었을까요? 그 활용도가 너무 크니까 엄청난 이윤을 가져다 줄 것을 안 것이지요.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것을 모른 채 먹습니다.
물엿, 올리고당, 옥수수전분, 과자, 맥주, 콜라, 사이다, 스프, 팥앙금, 아이스크림, 사탕, 간장, 된장, 고추장, 쌈장, 쇼트닝, 마가린, 마요네즈, 스파게티, 마카로니, 버터, 햄, 소시지, 믹스커피, 우유, 두유, 케첩, 토마토주스, 파스타, 피자, 감자튀김, 감자스낵, 통조림, 땅콩버터, 카놀라유 드레싱, 소, 돼지, 닭, 달걀, 포도당, GMO 효소까지......너무나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듭니다.
저는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 가서 매일 하루에 하나씩 우유를 들이키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래서 생협에서 판매하는 NON-GMO 우유를 따로 사서 보냅니다. 그러나 나머지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에 달걀까지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은 또 어떡합니까? 이것마저 모르는 부모들이 많아서, 우유가 몸에 좋은 건줄만 알지, GMO 우유가 암을 유발한다는 것을 모르는 부모들이 많은 건 어떡합니까? 학교 급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친환경 식자재 속에는 NON-GMO가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함에도 이것을 너무나 쉽게 간과하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GMO 표기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이 입법 과정에 힘을 합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서야 합니다. 정치하시는 분들, 모든 야당들, 시민단체 분들, 우리 종자를 사랑하시는 분들, 소비자단체 분들 모두 나서야 합니다. 당장 GMO 표기법 강화하라고 한 목소리를 내어주실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2012년 5월 7일
파피루스 드림
추신; 저와 같은 걱정거리를 안고 계신 분들이 뜻을 모아 카페를 만들었습니다.
GMO 관련 자료들을 많이 모아두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기대합니다.
http://cafe.daum.net/nogmonof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