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수련을 마치며

-“2.5개월간의 파견수련을 수료하였음을 신고합니다.“-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 및 산업의학교실

전공의 최민혁

저의 바람과 지도교수님이신 윤태호 교수님의 추천으로 시민건강증진연구소에 오게 된 지도 벌써 2개월이 넘었습니다. 이제 끝이 보이는 만큼, 파견기간 동안 어떤 일을 하고 배웠는지 되새겨봅니다.

파견기간 동안 주로 참여했던 것은 담뱃값 인상과 관련된 이슈페이퍼였습니다. 이 이슈페이퍼에는 정부가 몇 년째 만지작거리고 있는 담뱃세 인상 정책에 대한 비판적 고찰과 건강한 담배규제정책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작성에 참여하면서, 예산자료를 확인하기 위해 국회도서관을 방문하였으며, 담뱃값뿐 만 아니라 여러 담배규제정책과 관련된 문헌을 고찰하였습니다. 또한, 이슈페이퍼 많은 부분을 작성하면서 논리적 글쓰기의 중요성과 모자란 부분을 확인 하는 경험이었습니다.

이외에도 부산에서는 거리와 비용 때문에 참석하기 어려웠던 여러 가지 강좌와 연수, 토론회, 연구회에 참석 하였습니다. 먼저, 지역에 있을 때 참석하기에는 일정이 길었던 “2011년 동계 역학 및 통계 연수교육”을 참가하였었습니다. 여기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역학적 연구 방법 중하나인 propensity score와 marginal structural model과 linear mixed model, gee 와 같은 경시적 자료 분석 방법의 개념과 응용에 대해 배웠습니다. 방법론에 매몰되어서는 안되지만,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최신 방법들에 대한 끈은 놓지 말아야 하겠다는 것을 고민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연구회 정기모임에도 참석하였습니다. 먼저 일차의료연구회인데요. 일차의료연구회는 주치의 제도와 일차의료제도를 정립하고 정착시켜 보건의료제도의 효율성과 형평성에 기여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연구회입니다. 제가 참석한 회의에서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여러 교수님과 연구원분들께서 참석을 하였습니다. 한국의료패널자료를 일차의료관련 연구에 적용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와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의 진행상황에 대한 점검도 하였습니다. 또한 불평등 연구회에도 참석하였습니다. 불평등 연구회는 불평등에 관심이 있는 사회학과 의학에 관련된 연구인들의 모임인데요. 성매매와 관련된 연구결과를 요약하여 발표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일단 성매매의 심각성에 충격을 받았으며, 성매매 경험 여성의 건강불평등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보건의료 정책과 관련된 토론회에 참석하였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토론회는 최근 민주당에서 정책으로 내세운 이른바 ‘무상의료’ 정책에 대한 국회에서 열린 시민토론회였습니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용익 교수님께서 발제를 하시고 시민단체, 정당관계자들이 나와 토론을 하였습니다. 실현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논쟁은 뒤로 미루더라도 무상의료정책이 더 구체화되고 실현되는 것이 얼마 남지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며, 이와 함께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라는 의지도 복돋우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공중보건, 사회학, 의학과 관련된 국외 저널 중 하나인 social science & medicine에 투고한 논문을 사독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한편은 대만 청소년에서 도시화정도, 연령에 따른 자살생각률의 변화를 고찰한 논문이었으며, 다른 한편은 일본에서 미디어노출과 자살도구 판매 중지에 따른 자살률 변화를 시계열 분석으로 살펴본 논문이었습니다. 유수의 저널에 논문의 내용을 살펴보는 것도 값진 경험이었지만, 좋은 연구라고 평가하는 기준을 다시 한번 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또한 연구소와 관련된 세미나에 참석하였습니다. 2주에 한번씩 토요일에 진행되고 있는 사회역학세미나에 참석하여 causality를 평가하는 최신 도구를 학습하였습니다. 또한 연구소와 보건대학원 선생님들의 요구에 따라 연구의 모형과 causality를 평가하는 여러 가지 도구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하였습니다. 특히 파견이 끝난 뒤에도, 사회역학과 관련한 세미나는 계속 참석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예방의학회지에 투고할 논문을 작성하였습니다. 올해부터는 영어로 개재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작성했던 논문을 수정 보완하고 영문화하는 작업을 하였는데요. 한글로 작성한 논문을 영문화하다보니 한글로 썼던 뉘앙스를 그대로 반영하기 쉽지는 않았습니다. 김명희 교수님께서 조언과 지도를 해주셔서 영문화 작업뿐 아니라 내용도 많이 보강되었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각종 연구소와 관련된 여러 회의에 참석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민주적인 논의의 과정을 통해 연구소의 방향이 만들어지고 진행되는 과정을 경험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연구소 구성원들에게서 깊으면서도 열려있는 생각의 방식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롤모델을 찾은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침에 내려먹었던 케냐 세렝게티 초원의 커피맛과, 사박사박 눈을 맞으며 걸었던 길상사의 모습, 겨울산행뒤 먹었던 치어스 통닭의 맛과 추위에 얼었다 녹으면서 발갛게 변했던 볼, 서래마을까지의 나들이와 점심식사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파견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연구소 분들과 관계를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위해 제가 더 노력하겠습니다. 바쁜 일정 중에도 많은 배려를 아끼지 않아 주신 김창엽 소장님, 김창보 연구실장님, 김명희 건강형평성센터장님, 최용준 건강정책센터장님, 서상희 교육팀장님, 손정인, 김선 영펠로우 선생님, 전경자 교수님 모두 감사합니다. 글을 마치기에 앞서 모자란 전공의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 하시고 배려해주신 존경하는 김명희 교수님께 특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