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고래가 그랬어: 건강한 건강수다] 우리는 무엇을 문제로 만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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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66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_ 오로라 이모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에 딴지 놓는 걸 좋아해요. 건강 정책을 연구하고 있어요.

그림_ 오요우 삼촌

 

청소년 문제 하면 어떤 게 떠올라? 스마트폰 게임 중독? 청소년 도박이나 마약? 정신건강? 정부 발표 자료나 뉴스를 보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 넘쳐나. 그런데 말이야, 이런 제안들에서 정확히 무엇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 적 있니? 우리는 그 제안들을 통해 무엇을 문제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

 

아마 이렇게 대답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문제는 스마트폰 중독 그 자체인 거죠!”, “청소년 도박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고, 그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으니까 그걸 문제라고 부르는 거 아닐까요?” 그런데, 정말 그럴까? 과연 문제들은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고, 사람들은 그저 있는 그대로 그것들을 ‘문제’라 부르는 걸까?

 

그렇지 않다고 본 학자들의 관점을 소개해 보려고 해. 문제는 그냥 우리 밖에 놓여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을 문제로 제기하는 정책, 뉴스, 연구를 비롯한 사람들의 제안을 통해 특정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는 거야. 이걸 ‘문제화’라고 해. 좀 어렵게 들릴 수도 있는데, 쉽게 말하면 ‘문제를 만든다’는 거야.

 

예를 들어볼게. 어린이 비만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어떤 사람들은 “어린이 비만이 문제예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운동 프로그램을 대폭 늘려야 합니다”라고 말해. 이 제안에서 새로운 문제가 만들어지고 있어. 잘 봐봐. 무엇일까? 어린이들이 운동을 많이 하지 않는 거? 맞아. 어린이의 운동 부족이 문제로 만들어지고 있는 거야. 그런데 이걸 문제로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렇게 앉아 있기만 해서야 되겠어? 운동을 해야지.” 어른들의 잔소리와 친구들의 냉랭한 시선이 누구를 향하게 될지 상상되니? 맞아. 비난은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친구들을 향하게 될 거야.

 

그런데 똑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어린이 비만이 문제예요. 어린이들이 즐겨 보는 영상에서 패스트푸드 광고를 제한해야 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 이때는 어린이가 아니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패스트푸드 회사들의 광고가 문제로 드러나잖아? 그렇다면 이런 문제화는 어떤 효과를 낳을까? 만화 캐릭터, 아이돌 등을 활용한 현란한 광고로 어린이의 마음을 공략해 수익을 확대하려는 기업들이 문제라는 생각이 퍼지게 될 거야.

 

어때? 어린이 비만이라는 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그것을 어떻게 문제화하느냐에 따라 문제도 달라지고, 책임져야 할 사람도 달라지는 것 같지 않니? 무엇이 제안되느냐에 따라 어린이 비만이 아이들의 문제가 되기도 하고, 기업들의 문제가 되기도 하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어떤 제안이나 정책을 접할 때, 그것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문제로 만들고 있는지를 한 번쯤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 그것이 자칫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탓하거나,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문제들을 가려버린다면, 다르게 문제화할 수는 없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거야.

 

그래서 “~이 문제야”라거나 “~가 필요해, ~을 해야 해”라는 말을 하거나 누군가로부터 들을 때, 그걸 너무 당연히 여기면 안 돼. 한번 물어보자. 이 말은 지금 누구를, 또는 무엇을 문제로 만들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렇게 되면 무슨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을까? 그 질문이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를 드러내고, 우리 주변의 문제들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시작점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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