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논평

‘보건산업정책실’을 만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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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간에 보건복지부가 ‘산업정책실’ 신설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보건복지부에 ‘건강정책실’을 신설한다며 호들갑을 떤 지 얼마나 되었다고(기사 바로가기). 새로 건강정책실이 생기면 그동안 소홀했던 건강정책이 좀 나아지리라, 우리의 기대는 어리석고 안이했다.

 

그나마 기대를 표현한 것이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았다. 중심은 정신보건 이야기였지만, 사실 정신건강과 정신보건 정책도 전체 건강정책 구조를 어떻게 짜느냐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런 식의 소박한 희망 (관련 서리풀논평) 또한, 그 상위 구조를 전제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현재의 정신건강정책과를 한 단계 올려 ‘정신건강정책국’ 신설을 추진한다고 한다. 정부 정책의 관심을 나타내는 지표라 할, 조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정부의 조직 개편 논의에서 드러나듯, 정신건강과 정신보건은 사회화, 정치화, 경제화할 가능성이 크다.”

보건산업정책실 신설로 방향을 틀었다는 이야기가 그냥 헛소문으로 끝나기 바라지만, 솔직히 사실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맥락과 권력관계를 볼 때 그렇다. 늘 조직 확대를 바라는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 산업에 대한 비뚤어진(또는 맹목의) 욕망에 사로잡힌 정권의 이해관계가 다르지 않으리라.

 

 

혹시 이 논의가 가시화하면, 누군가 나서서 새로 그런 실이 생겨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강변하리라. 예를 들어 이런 식으로. 정신보건은 그동안 논의한 것처럼 ‘정신건강정책국’으로 격상하면 되고, 산업정책실은 말이 실이지 있던 부서를 모아 모양만 실로 하는 것이니, 지금 그대로라고.

 

당연히 말도 안 된다. 정부 조직은 국가권력이 일하는 방향과 방식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어떤 방향과 방식을 만들고 강화한다. 산업정책실은 그동안 추진하던 그들 식의 산업정책을 반영하지만, 어떤 구조가 생긴 후에는 계속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세력화’하기 마련이다.

 

시쳇말로 ‘밥값’을 하라는 외부 압력을 피할 수 없고, 살아남아 번성해야 정당성을 얻고 능력을 인정받는다. 그들을 움직이는 동력이자 이해관계이니, 결국은 산업을 대변하고 종국에는 동맹군이 된다.

 

왜 보건산업정책실인가? ‘행정’으로만 보면 보건복지부가 ‘실’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이 정권이 보건의료 ‘산업’에 목을 매고 융단 폭격 식으로 정책과 사업을 쏟아내는 판이니, 보건복지부는 이러다 경제와 산업 부처에 보건산업을 다 뺏기겠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산업정책실은 결국 이 범정부적, 정권 차원의 추진 과제라는 뜻이다. 아니 정권도 초월하는, 말하자면 체제의 요구라 해야 한다. 무리한다는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적폐 청산’을 강조하는 이 정권이 보건의료 산업만큼은 이전 정권을 철저하게 계승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한국 보건의료 데이터가 최고 수준’이라며, 훌륭한 자원을 활용 못하게 막아둬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미 대형 의료·IT 기업 등이 합작 법인을 세우거나 시범사업에 나서 ‘데이터 3법’이라 불리는 개인정보법 개정안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기사 바로가기)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에 의료법 상 ‘의료행위’와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를 구분하는 판단기준과 사례를 담은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1차)’을 발표했다.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비의료기관은 의료법상 의료행위가 아닌 건강정보의 확인 및 점검, 비의료적 상담·조언과 같은 건강관리서비스는 모두 제공할 수 있다. (기사 바로가기)

 

이 정도면 계승이 아니라 더 심하다. 그야말로 전쟁 용어 ‘폭격’을 동원해야 할 지경이니, 아닌 게 아니라 누군가 전쟁을 벌이는 중이 아닌가. 전쟁의 은유로는 현재 상황을 좀 더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생각해보자. 누가, 누구를 상대로, 무엇을 위해 벌이는 전쟁인가? 승자와 패자는? 승자는 무엇을 얻고 패자는 무엇을 잃는가?

 

그동안 <서리풀 논평>을 통해 계속 문제를 제기했으니 지루하게 되풀이하지는 않는다. 다만 한 가지, 보건의료 산업화에 국가가 가세하여 신기루를 더 크게 만들고 없던 시장을 창출하며 일부 계층과 집단을 살찌우는 데 이바지하는 사태는 그냥 지나갈 수 없다.

 

바이오헬스 산업에 대한 범정부 차원 정책이 계속되면서 2020년도 예산을 주무부처인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외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부까지 대거 배정했다. 바이오헬스를 국가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복지부, 과기부, 중기부가 함께 하는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에 150억원 순증했다.(기사 바로가기)

복지부 차관은 “국내 주요 병원들은 방대한 데이터와 우수한 인력, 선진 의료시스템을 갖춘 국가적 자산”이라며 “정부가 2020부터 추진하는 데이터 중심병원 사업을 통해 치료 기술 수준을 높이고 신약 개발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기사 바로가기)

 

보건산업정책실은 이런 국가의 역할을 더 강하게, 넓게, 깊게 하는 데 중추 역할을 하리라. 그 결과 ‘가상의 경제’에 의존하여 주식시장이 커지고, 사모펀드가 투자할 때가 생기며, 몇몇 일자리가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성장과 일자리란 으레 이런 종류의 것.

 

시가총액 10조(兆)원을 넘었던 코스닥 대장주 신라젠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날 시가총액은 2조2168억원(코스닥 시총 기준 6위)으로, 하루 동안 사라진 기업가치만 9400여억원이다….(중략)…이 회사의 목표처럼 2021년 펙사벡이 상용화되면 엄청난 수익이 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신라젠은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작년에도 매출 77억원에 영업손실이 590억원이었다. (기사 바로가기)

 

이러는 사이 보통 사람들이 안아야 할 고통, 비용, 불건강은 어떻게 되나. 우리가 하는 걱정은 이쪽이 더 크다. 국가까지 나서서 돈을 벌 수 있다고 판을 깔고 국민을 설득하며 종잣돈을 대니, 그 어디에도 해당이 없는 사람들은 누구에게 희망을 걸어야 할까.

 

이 논평이 그리 큰 소용이 있으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정하는 데 힘을 미칠 사람들에게는 아마 가닿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 보건의료 산업에 온 욕망을 투사하는 것이야말로 권력의 역사적 잘못으로 기록되리라.

 

산업정책국이라. 말과 소문으로 끝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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