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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동자와 아기의 건강을 위협하는 임신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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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시민건강연구소 영펠로우)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3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구절벽과 국가위기론이 대두되면서 정부는 저출생 해소를 위해 결혼·출산 가구에 세금공제를 확대하고 전세자금과 주택자금 대출 이자를 지원해 주는 등 다양한 현금성 정책을 내놓고 있다. 또한 육아휴직 기간을 기존 1년에서 1년 6개월로 연장하고, 육아휴직 급여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침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신·출산·육아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직장 내 차별에 대한 강력한 조치 없이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정부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을 포함해 다양한 법과 제도, 정책을 통해 임신·출산기 여성 노동자에 대한 차별 금지와 예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여성노동자회가 2022년 발간한 ‘2021년 평등의 전화 상담사례집’에서 상담유형별 분포를 살펴보면, 출산 전후 휴가와 육아휴직, 임신·출산 과정에서 겪는 각종 불이익과 관련된 모부성권 상담이 22.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법과 제도가 무색할 정도로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차별이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는 것이다. 임신한 노동자들은 법적으로 부여되는 권리인 단축근무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또 임신을 이유로 승진 대상에서 배제되거나 인사평가에서 불이익을 경험하는 등 다양한 직장 내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은 임신한 여성 노동자의 인지된 임신 차별이 산모와 아기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논문 바로가기: 인지된 임신 차별이 산모와 아기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먼저 연구진은 임신한 여성 노동자를 향한 편견에 대해 주목한다. 일터에서 임신한 여성은 종종 “이상적인 노동자” 규범에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는데, 이러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이들을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직업에 대한 헌신과 능력이 부족한 존재로 인식하게끔 만든다. 이러한 편견은 임산부에 대한 차별을 생산하고, 일터에서 인지된 임신 차별은 여성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임산부가 일터에서 경험하는 부정적인 처우가 무엇이고 여기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조금씩 진행되고 있지만, 인지된 임신 차별이 일하는 엄마와 아기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진행했다. 첫째, 일터에서 인지한 임신차별은 산모의 스트레스와 양의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다. 둘째, 임신 기간 중 지각한 스트레스는 산모의 산후 우울, 아기의 건강, 의사 방문 횟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셋째, 일터에서 인지한 임신 차별은 스트레스를 통해 산모와 아기의 건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연구진은 임신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첫번째 연구에서는 임신 3기(28주~출산 전) 여성의 인구사회학적 정보, 임신 기간 중 인식한 차별과 지각한 스트레스를 조사하였고, 출산일로부터 약 4주 후에 산후 우울증상을 평가하는 후속 조사를 시행하였다. 두번째 연구에서는 여기에 추가적으로 아기의 건강 결과를 포함한 설문조사를 수행하였다.

 

연구 결과, 일터에서 인지된 임신 차별은 산모의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각된 산모의 스트레스는 산후 우울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산모의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아기의 재태기간과 출생 시 체중이 감소하고 의사 방문횟수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아기의 아프가 점수(Apgar score)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아프가 점수(Apgar score): 출생 직후 신생아의 건강상태를 평가하는 다섯 가지 항목으로 피부색, 맥박, 호흡, 근육긴장도, 자극에 대한 반응을 평가한다.)

 

이 연구 결과는 일터에서 임신한 여성 노동자의 인지된 임신 차별이 임산부뿐만 아니라 아기의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나아가 이는 임신한 여성 노동자가 일터에서 받는 임신 차별로 자신도 고통받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스트레스가 혹여 뱃속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지 걱정해야 하는 현실을 일깨워준다. 우리 사회는 저출생을 논의하기에 앞서 과연 한국의 일터가 임신한 여성노동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공간인지, 혹은 이들에 대한 사회적 배제와 편견을 생산하는 공간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한 임신한 여성의 취약성을 인정하고, 어떤 유형의 지원이 필요한지 당사자와 함께 논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임신한 여성 노동자는 태아 발달과 관련해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지만, 일터에서의 편견과 사회적 배제를 극복하려면 이러한 취약성을 애써 감춰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기 일쑤다. 취약성을 부인하도록 강요받는 사회 분위기에서 임신한 여성 노동자의 업무량을 비자의적으로 줄이는 것은 당사자에게 모욕적인 처우로 여겨질 수 있다. 따라서 제도적 보완과 더불어 임신한 여성 노동자 당사자에게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직접 묻고 함께 논의하는 사회문화도 형성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서지 정보

Hackney, K. J., Daniels, S. R., Paustian-Underdahl, S. C., Perrewé, P. L., Mandeville, A., & Eaton, A. A. (2021). Examining the effects of perceived pregnancy discrimination on mother and baby health.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106(5), 774.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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