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경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어려서 외할머니 댁에 놀러가면 그 당시 30대셨던 외삼촌은 늘 집에 계셨고, 그 곁에는 이모가 있었다. “어디 아프신 건가?”, “이모는 나와 다르게 동생이랑 참 친하다”라고만 생각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교과서에 나온 다운증후군이 외삼촌에 대한 설명임을 알았고, 대학생이 되어서야 이모의 역할이 ‘돌봄’이라고 부르는 것임을 알았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다운증후군을 생각하면 주로 성인의 모습이 떠올랐는데, 정작 이들에 대한 연구는 주로 ‘소아 다운증후군’에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이모와 같은 돌봄인의 경험에 대해서는 잘 다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오늘은 이와 관련해 다운증후군 성인 돌봄의 문제를 조사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논문 바로가기: 다운증후군 성인을 돌보는 데 필요한 돌봄인의 고민과 지원).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 연구는 다운증후군 성인을 돌보는 4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에 참여한 돌봄인들 중 74.5%가 어머니였고, 언니(누나) 또는 여동생이 돌보는 경우가 12.7%로, 그 다음으로 많았다. 약 78%의 다운증후군 성인들이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 연구진은 다운증후군 성인의 건강 상태가 어떠한지, 그리고 일을 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였다. 그리고 이들을 돌보는 데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또 더 잘 돌보기 위해 연구자나 의사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질문하였다.
설문조사 결과, 돌봄인들은 “미래 필요에 대한 대비”(72.1%)와 “자신이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68.3%)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았다. 이밖에 돌봄 외적인 요소로, 돌봄인 자신의 직장에 대한 고민(63.2%)과 인간관계(63.2%)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았다. 필요한 도움으로는, 다운증후군에 대한 지식이 가장 필요하다(55.9%)고 답했다.
이어서 개방형 질문에 대한 응답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들은 “의사가 부족하다”라거나 “성인 다운증후군 환자가 갈 수 있는 병원이 적다”는 불만을 표출했다. 또한 이런 병원과 의사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 가족이 돌볼 때 혼란을 겪는다고도 말하였다.
둘째, 돌봄인들은 전문가들이 다운증후군 장애인을 만날 때, 자신이 이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높은 기대치를 가지기를 바랐다. 또한 돌봄인 자신들이 성장하고 배울 기회를 가지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답하기도 하였다.
셋째, 이들은 안전하고 저렴한 집을 원하고 있었다. 또한 가족 소득의 상당 부분이 돌봄 비용으로 지출되고 있다며 보편적 재정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아울러 다운증후군 성인이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나 다른 사람에게 돌봄을 맡겼을 때 이들의 안전이 걱정된다는 두려움도 표현하였다.
넷째, 다운증후군 성인들도 친구를 사귀고, 취업을 할 수 있고, 의사소통을 잘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많은 다운증후군 성인들이 불안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심리상담 지원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앞서 말했듯 기존 연구 대부분이 어린 다운증후군 장애인에 관심을 뒀지만, 결국 이들도 나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지금처럼 다운증후군을 가진 성인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부족하다면 이들을 돌보는 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문제 역시 소외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장애에 대해 더욱 알아간다. 이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이 목소리를 누군가 전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장애인’이라는 집단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잘 알기 어렵다.
외삼촌을 돌보기 위해서는 많은 관심과 자원이 필요했지만 늘 부족했다. 우리 사회에는 그와 같은 사람들에 대해 잘 알려고 하지 않았고, 이들이 무엇을 잘하고 또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이 때문에 이모는 동생을 돌보면서도, 동시에 ‘감시하는 사람’이어야 했다. 동생이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스스로와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지 전전긍긍해야 했다.
이런 현실은 지금도 크게 바뀌지 않은 듯 하다. 하지만 돈을 벌지 않거나, 불편함을 스스로 잘 말하지 못하더라도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의 삶 역시 다른 사람의 삶과 똑같이 중요하고 가치 있다. 이들이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으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안전하고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먼저 그 곁에서 힘든 돌봄을 수행하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서지 정보
De La Garza, E., Scott, A., Hillerstrom, H., Hendrix, J., & Rubenstein, E. (2024). Caregivers’ concerns and supports needed to care for adults with Down syndrome. In American Journal of Medical Genetics Part C: Seminars in Medical Genetics (Vol. 196, No. 1, p. e32041). Hoboken, USA: John Wiley & Sons, Inc.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는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