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성명서] SPC 시화공장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입장 – 반복되는 산업재해는 구조적 실패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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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19일,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노동자가 30년 된 냉각 스파이럴 컨베이어 벨트에 협착되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우리는 먼저 이번 사고로 안타깝게 생명을 잃은 고인의 명복을 깊이 빌며, 유족에게 진심 어린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같은 현장에서 함께 일한 동료 노동자들이 겪었을 심리적 충격과 트라우마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적절하고 충분한 심리 회복 지원이 시급히 제공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SPC 계열사에서 발생한 세 번째 사망사고이며, 2022년 평택 SPL 공장, 2023년 성남 샤니공장에 이어 같은 유형의 사망사고가 반복된 것이다. 이와 같은 반복은 예외적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우리는 이 사고를 단순한 현장 부주의의 결과가 아닌, 체계적 안전관리 실패와 기업의 책임회피, 제도의 미비가 복합된 결과로 분석한다. 이번 사고를 통해 확인된 중대재해의 구조적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노후설비의 장기적 방치다. 이번 사고는 30년이 넘은 설비에서 발생했으며, 방호덮개, 비상정지장치 등 기본적 안전장치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미 여러 건의 유사한 사고가 있었음에도, SPC는 설비 교체나 안전 시스템 개선에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둘째, 안전관리 시스템의 형식화다. 사고 당시 설비는 작동 중이었고, 윤활 작업이 수동으로 진행됐다. Lockout/Tagout(LOTO) 절차가 적용되지 않았고, 협착 위험구간에 대한 통제조치도 미흡했다. 자율안전검사와 TBM(작업 전 위험성 점검) 역시 실효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셋째, 사고 이후에도 기업과 국가의 대응은 미흡했다. SPC는 사망사고 발생 이후에도 그룹 차원의 책임 회피로 일관했고, 정부는 명백한 중대재해임에도 실효성 있는 수사·처벌에 이르지 못했다. 실제로 2022년 평택 사고 책임자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고, 다른 사건은 검찰 송치조차 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취지와 국민적 기대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법이 있음에도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는 제도의 실패이자 정치의 책임이다. 이에 중대재해전문가넷은 다음과 같은 실질적 조치와 제도개선을 강력히 요구한다.

 

1.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SPC 본사 및 그룹 경영책임자를 철저히 수사하고, 반복된 사망사고에 대한 실질적 책임을 묻는 형사절차에 착수하라.

2. 고용노동부는 SPC 계열 전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즉시 시행하고, 노후설비 교체계획을 수립·이행할 것을 명령하라.

3. 모든 고위험 설비에 대한 LOTO 시스템 도입, 가용한 비상정지장치와 방호덮개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를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하라.

4. 2인 1조 작업 원칙, 단독작업 금지 등 실질적 예방규정을 제도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사업주 책임을 명확히 하라.

5.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집행 강화와 보완입법에 즉시 착수하라. 개악 논의를 전면 중단하고, 처벌 실효성을 확보하라.

 

우리는 또한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엄중히 촉구한다. 모든 후보는 산업재해 감축을 위한 정책 비전과 구체적 실행계획을 국민 앞에 제시하라.

 

중대재해는 막을 수 있는 사회적 비극이다. 노동자의 생명권 보장을 위한 국가 정책은 정권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다. 우리는 각 후보의 정책을 면밀히 분석하고, 실천 의지를 평가할 것이며, 국민과 함께 그 약속 이행 여부를 끝까지 검증할 것이다.

 

더 이상 죽음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유감의 말이 아니라 실질적 변화다. 우리는 모든 중대재해의 원인을 사회 구조와 정책의 실패로 인식하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지식과 실천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5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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