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고래가 그랬어: 건강한 건강수다] 내가 버린 재활용품은 누가 분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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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55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_ 전수경. 일하는 사람, 노동자가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그림_ 오요우 삼촌

 

 

친구들은 유튜브 많이 보니? 이모는 저녁에 퇴근하면 유튜브 보면서 밥도 먹고 잘 때까지 틀어놓기도 해. 일주일에 한 번 올라오는 <나의 쓰레기 아저씨>는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야. 점잖게(?) 생긴 배우 아저씨가 집게를 들고 다니며 쓰레기를 줍고, 일회용품 없이 소풍을 가고 싶어서 반찬통에 치킨을 사고, 아파트 단지를 돌며 헌책을 주워 읽기도 해. 이걸 보면서 내가 버리는 쓰레기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 우리가 버린 헌옷이 외국으로 수출된 다음 다시 쓰레기가 되고, 길에 아무렇게나 버린 담배꽁초들이 쌓여 장마철에 물이 빠지는 걸 방해한다는 것도 알았지.

 

폐기물이라는 말 들어봤지? 사람이 자고 먹고 생활하는 모든 활동의 과정에서 폐기물이 나오지. 가정·식당·가게·병원·공장·건설현장 어디서든 나와. 우리가 버린 후엔 폐기물을 모으고, 운반하고, 재활용할 수 있게 골라내고, 재활용하지 못하는 것들은 태우고 매립하는 처리 과정이 있어. 환경미화원부터 폐기물처리 사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까지 많은 사람이 폐기물 처리 산업에서 일해. 기후위기 때문에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지고 재활용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관련 사업도 생기고. 그런데 폐기물을 다루는 일은 노동 강도가 높고 위험할 때가 많아.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모아서 운반하는 환경미화원은 무거운 쓰레기를 옮기면서 허리를 다치기도 하고, 청소차에 타고 내릴 때 다리를 다치거나 간혹 목숨을 잃는 사고도 일어나거든.우리가 모아서 내놓는 재활용품 꾸러미를 모아서 분류하는 재활용 사업체 노동자들도 있어. 악취나 오염에 시달려도 바로 씻을 수가 없고, 봉투 안에 유해 화학물질이나 날카로운 물체가 있어서 다치기도 해. 쓰레기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은 소각장에서 태워야 하니 소각장 노동자가 있어야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매립하는 매립장 노동자도 있지.

 

쓰레기 소각장에서는 기계를 작동시키다가 유해가스를 마시거나 환경호르몬이 나올까 봐 걱정하는 일이 많다고 해. 사람들이 폐기물 처리시설을 기피하니까 요즘에는 소각장을 눈에 띄지 않는 지하에 짓는 경우도 많지. 노동자들은 지하에 소각장이 있으면 먼지도 악취도 더 빠져나가지 않을까 봐 걱정해. 쓰레기를 싣고 온 차가 지하에서 사고라도 나면 응급조치나 대피가 늦어질 수도 있대. 사람들은 쓰레기를 태울 때 중금속이나 다이옥신 같은 발암물질이 나올까 봐 불안해하기도 하지.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는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시설을 반대하면 해명도 하고 대책을 내놓기도 하거든.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어떨까. 폐기물 처리시설 안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기도 하고 기계에 끼여 다치는 일이 자주 일어났는데도 실태조사를 하거나 노동자를 보호할 기준을 제대로 만들지 않고 있어. 그래서 환경과 노동에 관심을 갖는 사회단체들이 폐기물을 처리하는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도록 제대로 제도를 만들자고 하고 있단다.

 

쓰레기는 점점 늘어나고 있어. 재활용이 된다는 말에 플라스틱도 더 많이 쓰고 버리고 있지. 수고해 주시는 노동자들이 없다면 우리는 쓰레기에 갇혀서 살게 될 거야. 쓰레기는 덜 버리면서 감사한 마음은 크게 가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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