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지(시민건강연구소 회원)
3월 27일 한국 사회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도의 전국 시행을 앞두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이달 5일 발표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추진 로드맵’에서 주목할 만한 지점은, 노인이 가능한 한 익숙한 지역에서 생활을 이어가며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 AIP)’뿐 아니라, ‘살던 곳에서의 임종(Death in Place, DIP)’을 보장하기 위해 재가 임종 케어의 제도화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힌 대목이다. 이는 임종과 죽음의 과정까지 정책의 대상으로 포괄하려는 흐름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개인의 마지막 순간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로드맵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장기 요양 수급 노인의 67.5%는 희망 임종 장소로 자택을 선택했다. 그러나 실제 사망자의 77.2%는 의료기관에서 사망한다. 임종 장소에 대한 선호와 현실 사이의 이러한 상당한 괴리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나 의료 이용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주거 환경에서 어떤 돌봄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가라는 구조적 조건의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미국에서 주거 유형에 따라 생애 말기 돌봄 자원과 사망 장소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한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논문 바로가기: 지역사회 주거 유형별 생애 말기 돌봄 자원과 임종 장소).
최근 ‘주거 환경’이 임종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주거는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돌봄 자원과 사회적 지지의 수준을 규정하며, 노인주택, 공동주거, 일반주택 등 주거 유형에 따라 이용 가능한 공식·비공식 돌봄 자원의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주거 자체를 돌봄 자원에 대한 접근성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임종 장소를 보다 구조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연구는 노년기의 삶과 죽음이 개인의 선택만이 아니라, 개인의 상태와 이를 둘러싼 주거 환경이 얼마나 잘 맞는지에 의해 결정된다는 ‘인간-환경 적합성’ 관점에 기반한다. 돌봄 인력, 방문의료, 호스피스 등 필수적인 생애 말기 자원이 충분히 뒷받침될 때에야 비로소 익숙한 곳에서의 임종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자원은 주거 유형과 그에 연동되는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불균등하게 분포한다.
연구진은 주거를 개인의 돌봄 필요와 실제 자원 간 ‘적합성’을 좌우하는 핵심 환경으로 보고, 주거 유형에 따라 돌봄 자원의 가용성과 미충족 정도가 어떻게 달라지며, 이것이 임종 장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 질문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미국 노인종단조사(NHATS) 자료를 활용해 2010~2022년 사이 사망한 3,145명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임종 장소는 자택, 병원, 요양원, 호스피스 시설의 네 가지로 분류했다. 병원은 중환자실 입실이나 인공호흡기 같은 적극적 치료와 연결되는 반면, 자택이나 호스피스는 환자 중심의 존엄한 죽음이 가능하고 만족도가 높지만 돌봄 자원과 가족 부담 면에서 차이가 크다. 요양원은 시설 인력 수준과 서비스 연계에 따라 돌봄 질이 크게 갈린다. 주거 유형은 공동형 노인주택 여부, 임대료 보조 여부, 주거비 부담, 소득 수준 등을 기준으로 다섯 가지로 구분했다. 생애 말기 돌봄 자원은 동거 여부, 돌봄 제공자(공식·비공식), 통증 관리나 일상생활 도움 같은 필요가 실제 충족됐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측정해 미충족 필요를 정의했다.
분석 결과, 주거 유형과 돌봄 자원은 모두 임종 장소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독거 노인은 배우자나 동거인이 있는 경우에 비해 요양시설에서 생을 마감할 확률이 높았다. 반면, 공식(전문 서비스)∙비공식(가족) 돌봄이 충분할 경우에는 병원에서 사망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주거 유형에 따라서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일반 주택 거주자에 비해 다른 모든 형태의 주택 거주자들이 요양시설에서 생을 마감할 확률이 높았다. 특히 공공지원 노인주택 거주자들은 요양원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사망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주거유형에 따라 돌봄자원도 달랐다. 공공지원 노인주택 거주자는 혼자 사는 비율이 매우 높아 비공식 돌봄에 취약한 반면, 공적 프로그램에 따른 공식 돌봄 이용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노인은 가족 등 비공식 돌봄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으며 모든 주거 유형에서 돌봄 미충족 수준이 여전히 높았다. 특히 저소득 또는 주거비 부담이 큰 일반 주택 거주자의 미충족 비율이 가장 높아 경제적 취약성과 구조적 고립이 결합될 경우 돌봄 공백이 심화됨을 보여준다.
궁극적으로 이 연구는 비공식·공식 돌봄이 함께 제공될수록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사망할 가능성이 낮아짐을 보여준다. 공공지원 노인주택은 낮은 비용과 기본적인 돌봄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연계가 부족해 시설·병원 사망이 더 많은 반면, 자원이 풍부한 주거에서는 돌봄 네트워크와 서비스 접근성이 높아 자택이나 호스피스 사망이 더 많았다. 결국 임종 장소의 격차는 소득을 넘어, 주거를 중심으로 돌봄 자원이 어떻게 연결되고 작동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시장 중심의 장기요양서비스 공급 구조 속에서 여전히 다수의 시·군·구에는 방문 간호 기관이 전무하다. 그 결과, 재가에서 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노인조차 시설 입소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가정형 호스피스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그 대상이 임종 직전의 말기 환자로 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제공 기관도 매우 부족해 실효성이 크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자택 임종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도적 불편과 부담이다. 주치의가 사망진단서를 발급할 수 있음에도 낮은 수가 구조로 인해 왕진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이를 실제로 수행할 의사는 극히 드물다. 결국 유족들은 경찰 신고라는 우회적 절차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과학수사대의 출동과 타살 여부 확인 절차는 오랜 시간 간호를 이어온 가족들에게 큰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살던 곳에서의 임종이 존엄한 선택이 되기보다, 오히려 감내해야 할 절차와 부담으로 뒤바뀌는 현실이다.
제도는 본래 일정한 통제와 절차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인간의 마지막 순간과 그 이후의 과정에서만큼은, 그러한 절차가 존엄과 애도의 시간을 침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오늘날 죽음은 점점 더 신고와 확인, 서류와 절차의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화가 돌봄의 공백을 메우기보다, 오히려 그 부담을 개인과 가족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살던 곳에서의 임종’은 정책의 목표로 제시되고 있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조건은 여전히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임종의 장소를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선택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돌봄 자원과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일이다.
*서지정보
Park, S., Kim, B., Shin, O., Baek, J., & Ryu, B. (2026). End-of-Life Resources and Place of Death by Community-Based Housing Type. Research on Aging, 01640275261416016.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는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