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67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_ 김유미. 대학에서 예방의학을 가르쳐요.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법을 연구해요.
그림_ 오요우 삼촌
전쟁 이야기를 꺼내려니 동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어. 중동에서 올해 2월 말 시작된 전쟁은 매일같이 뉴스에 오르내리며 우리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전쟁은 생명과 건강의 반대말이야. 죽음, 질병, 고통, 가난의 너무나 명백한 원인이 전쟁이잖아. 이런 전쟁의 상처를 어린이들에게 물려주게 되어 오래 산 사람으로서 미안하다.
고모는 부끄러울 정도로 전쟁에 대해 몰랐어. 무엇보다 이번 전쟁이 어디에서, 왜 일어나는지 잘 몰랐어. 동무들도 고모처럼 세계지도를 다시 훑어보았니? 세계의 해안을 따라 이베리아반도, 발칸반도, 아라비아반도, 한반도를 짚어보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육지에 그어진 국경과 경계선을 따라가 보았어. 그러다가 새끼손가락 끝마디 하나로도 예수와 무함마드의 성역이 다 가려진다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손을 치우기도 했어. 세계에 어떤 민족과 나라가 있는지, 복잡한 국경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서로 어떤 역사와 사연이 있는지 공부할 필요가 있겠어.
부끄러웠던 점은 또 있어. 지금 세계에 이스라엘/미국과 이란 전쟁 외에도 많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몰랐어. 작년 한 해 분쟁으로 1천 명 넘게 사망한 나라가 18개국이 넘는다고 해. 집을 떠나야 했던 사람은 1억 1천만 명이 넘고, 2억 4천만 명의 사람이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래. 수단, 팔레스타인, 에티오피아, 아이티, 미얀마 등에서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옛날에 비해 전쟁이 끝나는 일이 드물어져서 폭력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어.
이제 가장 부끄러웠던 일을 고백하고 반성하고 싶어. 전쟁 때문에 석유값이 오르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과 종량제 봉투를 사서 모은 사람들을 비웃었던 것을 후회해. 석유값 같은 돈 걱정이나 비닐 봉투 같은 사소한 걱정은 사람이 죽고 사는 전쟁의 참혹함에 비해 보잘것없다고 생각해야 더 멋있다고 착각했나봐. 세계에서 석유는 어떻게 권력이 되는지, 한국에서 그 많은 석유로 무엇을 하는지, 나의 생활은 석유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석유 말고 깨끗한 대안 에너지로는 무엇이 있는지 같은 질문은 석유값을 고민해야 실마리를 얻을 수 있어.
종량제 봉투에 대한 걱정도 마찬가지야. 석유에서 종량제 봉투, 약봉지, LPG 등이 생산된다는 사실을 통해 우리는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저 먼 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이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거야. 종량제 봉투가 떨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야말로, 우리가 이 전쟁을 나의 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 수 있어. 그러니까 석유값과 종량제 봉투를 포함해서 설령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 전쟁의 영향을 더욱 진지하게 함께 걱정하고 토론해보자. 그리고 어리석은 어른들에게 낱낱이 청구하고 수정을 요구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