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9일(목) 저녁 7시부터 우리 연구소 세미나실에서 월례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인권과 건강’이라는 주제로 진행되고 있는 월례세미나에서 이번 세부주제는 “사용자의 금연방침과 근로자의 흡연권”이었습니다.
이 세미나의 발표는 강문대 변호사(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가 해주셨습니다. 주요 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사용자의 금연 방침과 근로자의 흡연권
강문대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 변호사)
1. 흡연의 자유의 법률적 근거
○ 개인이 흡연 여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뒷받침하는 법률적 근거는 무엇인가?
– 흡연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률 규정은 없음.
– 다만, 담배사업법에 담배의 제조와 판매에 관한 내용이 규정되어 있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자유를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규정이 없는 것에 비추어 보면,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자유는 당연히 보장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음.
– 흡연의 자유가 보장되는 헌법적 근거로는 행복추구권과 일반적 행동 자유권이라고 할 수 있음.
○ 행복추구권
– 헌법 제10조 :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 행복을 자주적으로 실현하는 권리.
– 국민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활동을 국가권력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권리.
○ 일반적 행동자유권
– 행복추구권의 한 내용으로 이해됨.
– 인격성을 지닌 인간이 자유로이 인격을 실현할 수 있는 자유.
2. 흡연의 자유의 제한
○ 현재 흡연의 자유는 부분적으로 제한되고 있음. 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국민건강증진법임.
○ 흡연의 자유도 국민의 기본권에 속하므로 흡연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그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그 방식이 정당해야 함. 그런 경우에도 그 핵심적인 내용을 제한하지는 못함.(헌법 제37조)
– 이에 흡연의 장소와 광고를 제한하는 내용이 법률에 규정되어 있음.
○ 흡연을 금지하는 내용을 법률에 규정할 수 없을까?
– 2006년도에 ‘담배제조 및 매매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이 입법청원인의 형태로 국회에 제출된 적이 있음.
– 이 안의 내용은, 누구든지 담배를 제조ㆍ매매하거나 원료물질을 수입ㆍ매매ㆍ알선, 심지어 소지하는 행위 등을 일절 금지하고 만일 이를 어기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 다만 법 시행에 따른 대체 세원 개발과 입담배 경작농가, 담배소매상, 담배산업 종사자들에 대해 충분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시행시기는 공포 후 10년간(임신부의 경우 1년간) 유예기간을 두도록 하고 있음.
– 대표 청원자는 대표 청원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 박관용 전 국회의장, 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 등임. 전직 국무총리, 장관, 대학교 총장 등 각계 인사 155명이 참여했고, 현직 국회의원 195명의 찬성 서명도 받았으며, 열린우리당 유재건 의원 등이 소개하였음.
– 당시 민주노동당의 단병호 의원이 이에 서명하였는데, 그로 인해 ‘파쇼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음.
– 이 안이 국회에서 본격 논의되지는 않았는데, 이 안이 법률로 제정되었다면 위헌 판단을 받았을 가능성이 많음.
※ 대마 흡연을 처벌하는 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세 번에 걸쳐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음. 그 판단 내용 중 술과 담배는 처벌하지 않는데 반해 대마는 처벌하는 이유가 설시되어 있음.
“대마는 0.1밀리그램만으로도 환각 상태를 일으킬 수 있는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 성분을 함유하고 있고, 대표적인 발암물질인 타르를 담배보다 더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필터 없이 깊게 들이마시는 대마초 흡연방법 때문에 폐가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정도가 훨씬 심하고, 대마 흡연 후 운전을 할 때는 사물인지능력과 판단능력이 둔화되어 일반운전자에 비해 교통사고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대마사용을 허용한다면 술과 담배의 경우보다 더 심각한 폐해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대마는 그 사용으로 인한 환각상태에서는 다른 강력한 범죄로 나아갈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실제로 혼자 또는 집단적으로 대마를 사용한 후에 강력 범죄행위로 나아간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나아가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그에 대해 어떤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범죄의 실태와 죄질 및 보호법익, 그리고 범죄예방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해야 할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인데(헌재 1995. 4. 20. 91헌바11, 판례집 7-1, 478, 487 참조), 술과 담배는 오래전부터 기호품으로 자리 잡아 음주 또는 흡연행위에 대한 단속과 형사처벌이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국민이 범죄자로 처벌될 수 있어 형사정책상 바람직하지 않은 반면, 대마는 1960년대 중반에 비로소 미군들을 통하여 환각 목적의 흡연물질로 알려진 이래 1970년대 중반경 그 이용이 확산되었을 뿐이므로 대마사용에 대한 규제가 우리의 법감정과 시대적 상황에 맞지 않을 정도로 비합리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청구인은 대마의 사용이 오래전부터 사회 전반에 심각한 수준으로 확산되어 있던 미국과 유럽의 일부 국가들을 우리나라와 비교하여 대마사용을 비범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역사적ㆍ문화적 차이를 무시한 주장으로 타당하지 않다.
이처럼 술, 담배와 달리 대마의 수수 및 흡연을 범죄로 규정해 처벌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1조에서 정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헌재 2010. 11. 25, 2009헌바246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제61조 제1항 제8호 등 위헌소원 결정, 2004. 2. 26. 2001헌바75 결정, 2005. 11. 24. 2005헌바46 결정)
3.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금연을 요구할 수 있을까?
○ 사용자가 기업 방침의 일환으로 금연을 천명하고 근로자들에게 금연을 요구하면서 그 위반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 법률상 허용될 수 있을지가 논란이 될 수 있음.
○ 근로자가 흡연을 할 경우 근로자의 담당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경우(와인감별사나 축구선수) 사용자가 근로자가 흡연을 하지 않을 것을 채용의 조건으로 삼거나 고용 연장의 조건으로 삼는 것은 허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임.
○ 또한 기업이 처음부터 금연을 표방했고 그것이 그 기업의 성격에 비추어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될 수 있는 경우 – 전통적으로 금연을 계율로 삼아 온 교회와 절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금연 홍보 단체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국립암센터의 경우에는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에도 근로자의 채용과 고용 유지에 금연 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유효할 것으로 보임.
○ 그 외의 경우에는, 법률상 위법행위가 아니고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흡연의 자유를 사용자가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면서 그 위반시 불이익을 주는 것은 허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임. 사용자가 근로자의 건강을 위해서라고 항변할 경우에는 어떨까?
–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해 안전배려의무, 즉 생산시설?기계?기구 등의 위험으로부터 근로자의 생명?신체?건강을 안전하게 보호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고, 법령에도 사용자에게 금연 프로그램을 시행할 의무를 부담시키고 있는 것이 있지만(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이러한 것들이 근로자에게 금연을 강제하는 근거라고 하기는 어려움. 위 의무로 인해 사용자가 시행해야 할 것은, 작업장 금연조치, 금연 홍보, 금연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 등일 것임.
– 더구나 생명에 직결되는 다른 안전조치는 등한시 하면서 금연 방침만을 강제하는 것은, 근로자 건강 문제에 대한 본질을 왜곡시키고 책임을 회피하는 술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임.
– 한편,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는 방식(금연 성공시에는 성과급, 실패시에는 벌과금 등)으로 금연 방침을 실현시키려고 하는 것을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임. 그러나 그 동의가 순전히 자발적인 것인지, 보이지 않는 불이익과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성이 있음. 따라서 사용자의 그런 조치 또한 근로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음.
6. 결론
흡연이 개인의 건강에 나쁘다는 이유로 법률로 원천 금지시키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될 수 없을 것으로 보임. 다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 흡연의 장소를 규제하거나 개인이 올바른 정보를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흡연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흡연에 대한 광고를 제한하고 그 폐해를 드러낼 것을 강제하는 조항을 두는 것은 합당하다고 할 수 있음.
흡연이 위법한 행위로 인정되지 않는 이상, 사용자가 업무와 밀접한 연관도 없는데 오로지 근로자의 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금연을 강제하는 것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