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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똑바로 해야 아이들도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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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풀 연구通]

주류 언론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기술이나 치료법을 소개하지만,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이나 건강불평등, 저항적 건강담론에 대한 연구결과들은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이라는 제목으로, 매주 수요일,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논문, 혹은 논쟁적 주제를 다룬 논문을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흔히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제안 부탁 드립니다. 소개하고 싶은 연구논문 추천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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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똑바로 해야 아이들도 건강하다]

Hanf M, Van-Melle A, Fraisse F, Roger A, Carme B, Nacher M. Corruption kills: estimating the global impact of corruption on children deaths. PLoS One. 2011;6(11):e26990. doi: 10.1371/journal.pone.0026990. (원문보기: http://goo.gl/FfGuA )

 

어떤 사회에 부정부패가 심하다는 것은 그 기회를 통해 누군가는 부당한 이득을 얻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로 인해 부당한 불이익을 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이득을 얻는 자들은 대개 소수이며, 이로부터 야기된 비효율과 윤리적 위기는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부패가 미치는 사회적 악영향의 목록에 이제 건강문제도 추가되어야 할 모양이다. 이번 주에 소개하는 논문은 170여 개 국가 자료를 활용하여, 국민이 인식하는 공무원과 정치인의 부패 수준이 높을수록 5세 미만 어린이 사망률이 높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국민들이 인식하는 공무원과 정치인의 부패 수준은 국제 투명성 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표(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를 활용했다. 부패인식지표는 최저 0점, 최고 10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공무원과 정치인이 부패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 연구는 어린이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들도 함께 고려했다. 이를테면 사회경제적 요인 (예. 인구 당 GDP, 위생수준, 문맹률 등), 보건의료 요인 (예. 인구 당 보건의료 총지출 비용, 주요 예방접종 제공 수준, 식품 공급 정도 등), 환경 요인 (예. 기후, 홍수에 영향을 받는 인구 수 등), 정치사회적 요인 (예. 시민의 자유, 정치권, 전쟁과 관련된 사망) 변수들이 분석에 포함되었다.

 

분석 결과, 부패 수준은 5세 미만 어린이 사망률과 연관성이 있었으며, 상관성의 크기는 보건의료 지출 비용, 위생 수준보다는 작고 주요 예방접종 제공 수준, 전쟁 관련된 사망보다는 크게 나타났다. 부패인식지표만 고려한 경우, 부패인식지표가 1점 상승할 때 어린이 사망률이 24% 낮아졌다. 앞서 설명한 다른 사망영향요인들도 함께 고려한 경우, 부패인식지표가 1점 상승한 때 어린이 사망률은 6.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저자들은 매년 세계적으로 약 880만 명의 5세 미만 어린이들이 사망하는 데, 이 가운데 적어도 1.6%인 약 14만 명의 사망을 공무원과 정치인의 부패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저자들은 부패가 어린이 사망률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실증하지 않고 있다. 다만 부정부패는 빈곤의 원인이자 결과이기도 하며, 건강의 중요 결정요인인 위생, 교육, 보건의료 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적했다. 부패가 직접 어린이들을 죽이는 것은 아니겠지만, 부패로 인해 만들어진 불공정한 기회구조와 자원의 분포, 불필요한 낭비가 어린이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12년 국제투명성기구의 발표에 의하면, 한국은 부패인식지표 순위는 45위로 말타, 브루나이, 헝가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스웨덴의 부총리가 업무용 신용카드로 개인 용도의 생필품 30만 원어치를 구매했다가 비용을 반납했지만 결국 낙마했다는 일화 (국민권익위원회, 2009년 10월 9일)가 아직도 전설처럼 우리 사회에 회자한다는 것은 한국의 부패 실상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많은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다. 최근 드러난 한 국제중학교의 입시비리는 교육기관이 저질렀다고 보기엔 너무 파렴치했다. 이전 정권의 중점사업이던 4대강, 한식 세계화 사업과 관련된 엄청난 규모의 비리들이 속속 드러나는 중이다. 여기에 부자들은 조세 회피처를 통해 한층 세련된 부정부패의 새 길을 개척해가는 중이다.

 

많은 이들이 뉴스를 보면서 울분을 토한다. 문제는 이러한 부정부패들이 그저 짜증만 유발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부패는 건강에 해롭다. 단지, 어른들에게만이 아니다.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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