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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코로나19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행동에 영향을 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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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누적 확진자 수가 2억 2천만 명을 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지금까지 265,423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였다(2021년 9월 8일 기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었지만 우리나라의 백신접종 완료률은 아직 36.6%에 불과하며,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와 돌파 감염 등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개인의 방역수칙 준수가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방역 지침을 준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 소개할 논문은 개인의 방역행동에서의 차이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합리적 행위 접근법에 기반한 건강 인식과 코로나19 보호 행위의 관계가 사회구조적 요인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본 연구이다(논문 바로가기: 사회구조적 요인이 COVID-19 보호 행위에 대한 건강 인식을 조절하는가?).

 

합리적 행위 접근법에서는 개인의 태도·규범·행동 통제에 대한 사고가 그 사람의 행동 의도에 영향으로 주고, 이 행동 의도가 다시 행위에 영향을 준다고 가정한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대유행에서 개인의 보호 행위에 주요 예측 변수로 부상한 민감성 인식을 분석 모형에 추가적으로 고려하였다.

 

연구진은 영국에 봉쇄 조치가 내려졌던 2020년 4월에 두 차례의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총 500명이 조사에 참여하였으나, 주요 변수에 대한 응답이 누락된 23명을 제외한 477명의 응답 결과가 분석에 활용되었다.

 

참가자들은 첫 번째 조사에서 [표]에 기술된 8가지의 코로나19 보호 행위 각각에 대해 정서적/인지적 태도, 명령적/기술적 규범, 능력, 자율성, 행동 의도, 민감성 인식, 과거 행위를 7점 척도로 응답하였다. 일주일 후에 진행된 후속 조사에서 참가자들은 지난 한 주 동안 8가지 보호 행위와 이에 상응하는 위험 행위에 대한 자가평가를 보고하였다. 참가자들의 사회구조적 요인은 연령, 성별, 인종(백인/비백인)과 거주지역에 대한 다중박탈지수(Index of Multiple Deprivation)로 측정했다.

 

[표] 코로나19에 대한 개인 보호 행위

  1. 식료품 구매, 운동, 병의원 방문 또는 통근을 위해서만 집을 나선다.
   2. 집 밖에 있을 때 다른 사람과 최소 2m 거리를 유지한다.
  3. 상점 내부에 있을 때 다른 사람과 최소 2m 거리를 유지한다.
  4. 같이 살고 있지 않은 친구나 다른 가족을 방문하거나 만나지 않는다.
  5. 집에 돌아오자마자 손을 씻는다.
  6. 매일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한 번의 운동(예: 걷기, 달리기, 자전가 타기)으로 제한한다.
  7. 매주 식료품 구매를 위한 외출 횟수를 제한한다.
  8. 집 밖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다.

 

분석 결과, 성별, 연령, 행동 의도, 정서적 태도, 기술적 규범, 능력, 자율성, 민감성 인식이 코로나19 보호 행위 여부를 예측하는 유의한 요인이었다. 또한 코로나19 보호 행위를 예측하는 데 있어 3가지 유의한 교차적 상호작용이 발견되었는데, 그것은 행동 의도와 행동에 대한 자율성의 효과는 다중박탈지수에 의해, 그리고 민감성의 효과는 인종에 의해 유의하게 조절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코로나19 보호행동에 대해 개입할 때 지역의 박탈수준이나 인종을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림] 코로나19 보호 행위 예측에서 변수 간 상호작용

 

이처럼 변수들 간 상호작용이 존재한다는 것은 건강에 대한 인식과 코로나19 보호 행동 사이의 관계가 사회구조적 요인에 의해 조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건강에 긍정적인 행위를 촉진하기 위한 개입이 인구집단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으며, 개입 유형에 따라 (사회구조적으로 열악한 집단에 덜 효과적이어서) 오히려 건강 위험의 차이를 증가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이후 코로나19 확진자수가 다시 증가하면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있다. 장기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피로감과 방역수칙의 잦은 변경은 개인들이 방역수칙을 실천하는데 혼란을 주고 있다. 최근 발표된 복지부의 코로나19 관련 인식조사에서 개인의 방역수칙 실천 정도는 이전 달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우리 국민의 방역수칙 실천에 대해서는 ‘실천하고 있다’는 응답이 항목별 4.1~9.4%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기사 바로가기). 코로나19 유행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개인들의 자발적인 방역수칙 준수임을 상기하면, 획일적인 거리두기 조치에서 더 나아가 이주민,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 취약업종 종사자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조건에 놓인 개인들의 방역 순응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하고 세밀한 전략이 더욱 필요하다.

 

* 서지 정보

 

Schüz B., Conner M., Wilding S., Alhawtan R., Prestwich A., & Norman P. (2021). Do socio-structural factors moderate the effects of health cognitions on COVID-19 protection behaviours? Social Science & Medicine, 285, 114261. doi: https://doi.org/10.1016/j.socscimed.2021.114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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