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논평 시민건강논평

한국 청년의 미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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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노력과 자립을 요구받던 청년이 ‘청년기본법’에 따라 사회정책의 대상자로 호명된 지 일 년이 지났다(관련 자료 바로보기, 법률 바로보기). 최근 정부는 이들에게 ‘찬란한 미래와 건강한 삶’을 약속하며, ⌜청년특별대책⌟(관련 자료 바로보기)을 발표했다.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은 이 특별대책이 청년세대의 “격차해소”와 “미래도약 지원”을 위함이라고 강조했다는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생색내기용이라고 비판하지만, 건조한 표현으로라도 ‘격차해소’를 표방한 것은 고무적이다. 청년을 정책 대상자로 호명한 것을 넘어 정책 과정에 이들의 참여를 보장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언론과 여론의 반응은 대조적이다. 청년담론을 쏟아내던 것이 무색할 만큼 청년특별대책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그동안의 논의가 비판 없이 소비되고 재생산되지나 않았는지, 진정 청년의 문제에 관심이 있었는지 다시 묻게 한다.

 

 

청년특별대책 그 자체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실재하는 불평등의 인정 그리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정책의 진일보를 응원하면서도 우리는 우리 사회가 준비하는 대책이 정말 청년의 고통을 완화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지금 청년특별대책이 생애 단계에서 ‘정상적’으로 ‘학교에서 노동시장으로 이행(school-to-work transition)’함을 전제한다는 사실이다. 아프거나, 누군가를 돌보아야 해서(육아든, 간병이든)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혹은 못하는 청년들은? 이유를 불문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을 상품화하지 않는 청년은 정책 대상자 자격이 없다. 이들에게 ‘내 것’도 ‘나를 위한 것’도 아니다.

 

노동시장에 진입한 후 대책도 희망을 품게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일자리를 연계하고 고용을 지원하면 됐지, 그 이후까지 보장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면 청년특별대책은 무용지물이다. 본래 청년특별대책의 목표가 무엇인가? 청년 세대 내 격차를 완화하고, 이들의 미래 역량을 제고해 자립과 건강한 삶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청년들의 삶과 건강은 노동시장 내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결정된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불안정 고용이 삶과 건강의 위험 요인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 위장된 자영자 등 새로운 고용형태에 종사하는 청년 노동자 대책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저소득층 대상 대책에서 다룰 수 있지 않냐고 한다면 이 역시 크나큰 오해다. 고용의 불안정성은 단지 저소득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노동환경은 또 어떠한가? 우리는 이미 안전하지 않은 일터가 목숨을 앗아간 청년들의 이름을 여럿 안다. 청년들이 위치한 노동시장 내 고용 관계와 노동 조건으로부터 파생되는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차별과 배제, 그리고 불평등을 청년정책조정위원회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청년 건강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높은 우울 경험과 자살 생각, 그리고 자살률 등으로 대표되는 청년 정신건강 문제를 포함한 것은 다행스럽지만, 그 대책이 심리지원에 그치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 다른 무엇보다, 청년 정신건강 문제는 심리적인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신체 건강, 의료이용(미충족) 등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점에서 그렇다(관련 연구 바로가기).

 

좀 더 구체적으로는 건강 위험의 사회적인 원인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한계다. 일자리, 주거, 복지·문화, 교육, 참여·권리의 다섯 가지 분야가 건강 위험의 사회적 원인이기도 하니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할지 모르나, 건강 자체를 직접적인 목표로 삼지 않으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청년의 다양한 건강 필요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점도 아쉽다. 여러 종류의 산재는 물론이거니와 노동시장을 떠나 생애 과정에서 경험하는 성과 재생산 건강 필요, 지역적 격차 문제도 빠져 있다. 청년은 신체적으로 건강해야 하고 또 그럴 것이라는 위험한 가정이 계속되는 한, 청년의 건강 문제는 우선순위가 낮아지기 쉽다. 결과적으로 건강 위험과 문제가 누적되어 미래에 어떤 형태로든 드러나게 될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청년의 건강 위험과 건강 결과가 모두 불평등 구조 속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용과 노동조건이 젠더, 지역, 국적, 장애 등과 교차하여 또 다른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덧붙여, 이제 막 시작하는 청년정책에 기대를 걸면서도 ‘세대론’으로 일관하는 좁은 논의를 경계하고자 한다. 세대나 나이를 기계적으로 나누어 청년 정체성을 타자화하는 청년 담론은 현실을 왜곡하고 차별할 뿐이다. 청년 문제를 제대로 논의하려면 오늘의 청년과 이들이 처한 현실이 ‘구조적’이고 ‘체제적’이라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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