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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의료인력에게 감사만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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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정부의 협상이 금일 타결되었다(☞기사 바로가기; 보건의료노조정부 협상 극적 타결). 더 이상 의료 인력의 헌신에 의존하지 않고 조속히 처우 개선과 적절한 보상안을 마련하길 희망하는 바이다. 이와 관련하여 오늘은 미국 의료혁신실행정책연구센터의 아파이딘 박사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직업환경의학회지>에 발표한 코로나19 판데믹에서 일차의료종사자의 소진에 대한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논문 바로가기: COVID-19 판데믹에서 일차의료종사자의 소진).

 

연구팀은 코로나19가 확산되던 2020년 여름 미국 재향군인보건국 소속 2개의 클리닉에 종사하는 147명의 의료종사자를 대상으로 소진, 직무-개인 적합성, 전염병에 대한 인식, 인구통계학적 특성, 직업 특성을 조사하고 이런 요인들 간 관련성을 탐색하였다.

 

코로나19 발생과 확산으로 의료종사자의 소진, 우울증, 불안이 증가하고 있으나, 모든 의료종사자가 코로나19 관련 스트레스 요인에 동일한 방식으로 반응하는 것은 아니었다. 긍정적인 업무 환경은 업무에 내재된 스트레스 요인이 소진처럼 업무와 관련된 현상이 발생하는데 완충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무-개인 적합성은 긍정적인 업무 환경을 측정하는 대표적 방법 중 하나로, 노동자의 기대와 직무 현실의 불일치는 소진을 일으킬 수 있다. 직무-개인 적합성은 직장생활 관련 6가지의 영역 즉, 지속가능한 업무량(업무량), 업무에 대한 통제(통제력), 직장에서의 인정과 감사(보상), 직장에서의 지원과 커뮤니티(커뮤니티), 자원과 기회에 대한 공정한 접근을 통한 직장 공정성(공정성), 노동자와 조직의 목적과 가치의 일치(가치)와 관련된다. 이 영역들은 소진의 구성요소인 감정적 피로, 비인격화, 개인성취감소와 반비례 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재난 시기에 의료종사자의 소진과 작업 환경의 관계를 연구함으로써 판데믹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의료종사자의 업무 환경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자 했다. 직무-개인 적합성은 업무량, 통제력, 보상, 커뮤니티, 공정성, 가치의 6가지 세부영역으로 조사했다. 또한 전염병에 대한 인식은 바이러스에의 노출 빈도, 훈련과 장비 및 지지를 통한 바이러스에 대한 통제 정도, 바이러스에 대한 개인적 위험정도로 조사했다.

 

연구 결과, 응답자의 40% 이상이 소진과 정서적 피로감을 보고하였으며, 비인격화와 개인 성취도 감소를 겪었다는 응답자도 각각 5%, 13%로 나타났다. 세부 영역별로 살펴보면, 보상·커뮤니티·가치 영역에서 40% 이상의 응답자가 직무-개인 적합성을 보고하였으나, 업무량·통제·공정성 영역에서는 약 13-27% 정도로 다소 낮은 비율을 보였다. 다수의 응답자는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 빈도가 ‘때때로’ 이상이라고 답변했지만, 응답자의 80% 이상이 바이러스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51% 가량의 응답자는 바이러스로부터 전혀 위험하지 않거나 약간 위험한 것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보상 및 가치 영역에서 직무-개인 적합성이 있다고 보고한 응답자는 소진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았으며, 1년 경력자에 비해 11-20년 경력자가 소진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 정도, 통제 정도, 개인적인 위험 인지는 소진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련성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재향군인보건국 소속 클리닉에서 시행한 조사결과와 비교해보면, 코로나19가 확산되던 2020년에 조사한 일차의료인력의 소진 수준은 2013-2017년 자료에 비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업무 환경이 의료인력들이 소진을 피하거나 완충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면서 재난 시기에는 의료시스템 관리를 위해 자원, 위험, 인력 측면에서 중요한 결정들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때 의료 인력에 대한 보상과 가치 관련 직무-개인 적합성의 중요성을 간과해서 안된다고 지적했다. 보상과 가치를 조정을 할 수 있다면 코로나19와 같은 전례없는 위기 상황에서도 의료 인력의 소진을 완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어떻게 끝날지 아직 모른다. 더 이상 의료 인력의 일방적 희생으로 이 위태로움을 지탱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의료 인력의 전문성과 책임이 적정하게 보상받고 이들의 목표와 가치가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와 조응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도입되어야 한다. 정부는 더 늦지 않게, 지금 당장 의료현장의 요구에 응답하라.

 

*서지 정보

Apaydin, E. A., Rose, D. E., Yano, E. M., Shekelle, P. G., McGowan, M. G., Antonini, T. L., … & Stockdale, S. E. (2021). Burnout Among Primary Care Healthcare Workers During the COVID-19 Pandemic. Journal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63(8), 642.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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