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기자회견] 세계에이즈의날/감염인인권의 날 기념 기자회견 (202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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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시민건강연구소는 세계에이즈의날/감염인인권의 날 기념 기자회견에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제19조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 폐지의 필요를 이야기하고, 폐지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과 첨부한 자료를 참고해주세요!

 

1. 의견서 – 의견서의 주요 주장을 공유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파일을 참고해주세요.

“치료가 곧 예방이 되는 만성질환으로 HIV 감염에 대한 지식을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사회는 감염인들을 부당하게 처벌하고 배제합니다. 국가의 법은 HIV에 감염된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고, 차별과 혐오를 양산하는 정치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HIV 감염을 몰라도 되는 질병, 그저 혐오하고 차별하면 되는 질병으로 만들고 낙인을 제도화하는 감염병 관리에 대한 법률은 개정되어야 합니다. 질병은 범죄가 아니며 국가와 공권력은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모두의 안녕을 위해 그 힘을 행사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제19조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2. 기자회견 개요

□ 일시: 2021년 12월 1일(수) 오전 10시

□ 장소: 헌법재판소 앞

□ 주관: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 공동주최: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시민건강연구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본소득당, 변혁당,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식순

  • 사회: 소주(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알 활동가)
  • 발언자
  • 문다슬(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
  • 최규진(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위원장)
  • 장서연(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변호사)
  • 김보영(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사무국장)
  • 신지혜(기본소득당 상임대표)
  • 곽수진(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운영위원)
  • 서린(변혁당 사회운동위원회 위원장)
  • 기자회견문 낭독: 박김영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
  • 퍼포먼스 진행
  • 목칼 피켓 퍼포먼스
  • 전파매개행위죄 위헌 촉구 의견서 헌법재판소에 제출

 

3. 기자회견문

전파매개행위죄는 위헌이다

시대착오적 반인권법, 에이즈예방법 19조를 폐지하라!

19조는 위헌이다, 전파매개행위죄 폐지하라

 

오늘 12월 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HIV/AIDS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없애기 위해, 해마다 이날을 즈음하여 감염인 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캠페인을 펼쳐왔다.

1980년대 입법 당시에 비해 의료‧과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오늘날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는 하루 한 알의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만으로 바이러스 수치를 완전 억제할 수 있다. HIV는 관리가능한 질병이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에이즈예방법 19조는 감염인이 콘돔을 사용하였는지를 사실상 유일한 쟁점으로 판단한다.

에이즈예방법(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제19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감염인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제19조(전파매개행위의 금지)

HIV/AIDS를 예방.관리함으로써 국민건강의 보호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을 생각하면 이와 같은 조치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위 조항이 2021년 한국에서 갖는 의미와 그 효과를 조금만 살펴보면 19조가 왜 시대착오적 반인권법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법조/의료/젠더/장애/인권을 망라한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모아, 우리가 오늘 19조의 위헌성을 고발하며 즉각적인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이다. 전파매개 행위죄로 부르는 19조의 문제점은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불합리한 기준으로 지나치게 폭넓게 금지하여 감염인 인권을 크게 침해한다는 점. 앞서 언급했듯 19조는 감염인의 콘돔 사용 여부만을 따진다. 하지만 현재는 콘돔 외에도 치료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 전파할 수 없다는 사실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다. 감염인의 성관계에서 콘돔 사용여부는 더 이상 HIV의 전파가능성을 판가름하는 유일한 척도가 아닌 것이다. 이는 기본권 제한의 목적 달성을 위한 방법으로서 근본적으로 부적합해, ‘수단의 적절성’을 상실한다. 또한,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한 채 지나치게 포괄적인 행위를 규제한다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 역시 어긴다. 전파매개행위죄를 통해 실질적으로 달성되는 공익이 적은 데 비해 이를 통해 초래되는 감염인의 불이익이 막대하므로 ‘법익의 균형성’ 또한 지켜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현행 19조는 우리 헌법 제37조 제2항이 천명한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는 조항으로, 위헌이다.

둘째, 낙인과 공포를 조장함으로써 에이즈예방에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점. 실상을 보자. 국내 대다수의 감염인은 이미 치료받고 있는 상황이므로 앞서 언급했든 전파능력이 없다. 결국 실제로 HIV가 전파되는 사례 중 대부분은 자신의 감염사실을 알지 못하는 경우이다. 그런데, 현행 19조의 논리는 감염사실을 모르거나, 감염되어도 이를 밝히지 않는 경우 범죄의 낙인을 피할 수 있는 구멍이 있다. 더구나 질병의 낙인에 기반한 법조항은 감염 사실을 드러내고, 치료를 받으며, 감염 여부를 검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일련의 문턱 자체를 높일 뿐이다. 다시 말해 전파매개행위죄는 HIV/AIDS를 음지화할 뿐, 예방에는 해악으로 작용한다.

셋째, HIV와 감염인을 지나치게 특수한 존재로 취급한다는 점. 개인의 내밀한 영역인 성생활을 수사와 형벌의 대상으로 삼으며 국가는 감염인의 헌법적 권리인 사생활의 권리, 성적 자기결정권과 인격권을 박탈했다. 치료를 통한 바이러스 억제로 예방을 달성하고 있더라도, 일단 감염인이 된 이상 평생 법의 규율대상으로 남게 된다. 이렇듯 과도한 조치는 모든 질병 중 HIV/AIDS에만 매우 특수하고 이례적으로 적용되는 실정이다.  감염병예방법에도, 현재 유행하는 코로나19의 경우에도 “전파매개행위” 또는 “전파행위”를 처벌하는 경우는 없다. 행정처분 및 의무 위반에 대한 벌칙이 있을 뿐이다. 거듭 밝혔듯이 HIV는 이제 관리가능한 만성질병이 되었다. HIV/AIDS와 감염인에게 특수한 지위를 부여하여 통제할 이유가 이제는 전혀 없다.

결국 조기검진으로 질병을 초기에 발견하고, 꾸준히 약을 먹을 수 있도록 하여 바이러스를 관리하는 것이 예방의 측면에서도 가장 실효적이고 사실상 유일한 해법이다. 더불어 성관계에 있어 감염여부와 상관없이 상호 안전을 확보하고 위험에 대한 책임을 분담할 수 있는 협상과정의 평등을 실천해야 한다. 이러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실현에 국가의 역할과 책임은 매우 필요하다. 그런데 엄벌주의(19조 위반에 대한 벌칙: 3년 이하의 징역)와 낙인이 온존하는 한, 시민들은 검진을 피하고 감염인의 치료 접근도 어려워지는 효과를 낳는다. 감염인에게 성적 낙인을 찍고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방향은 에이즈의 예방ㆍ관리와 그 감염인의 보호ㆍ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민건강의 보호에 이바지하겠다는 예방법의 목적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에이즈 혐오에 모든 방점을 찍어 통제하고 검열함으로써 관계를 구성하는 다른 안전과 평등의 논의를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전파매개행위죄는 질병예방뿐 아니라 공동체의 성평등을 위한 노력을 근본적으로 저해한다.

에이즈예방법 19조는 과거 질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던 시절, 무지와 공포에 기인한 편견과 차별의 소산이다. 입법 으로부터 40년이 지난 현재의 대한민국에는 맞지 않는 낡은 옷이다. 시대착오적이고 비과학적인 조항으로 많은 시민들이 낙인과 범죄화에 시름하고 있다. 이제는 바꾸자. 의학적 성과를 반영하여 질병의 과도한 공포를 불식키시는 제도를, 무엇보다 인권의 가치에 부합함으로써 낙인과 범죄화를 종식하고 공동의 책임으로 예방의 주체가 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를 바란다. 예방법 19조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 폐지하라.

 

2021년 12월 1일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시민건강연구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본소득당, 변혁당,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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