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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변종’ 바이러스를 탓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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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출현했다. 변이 바이러스가 발표되자, 국내 언론과 지식인, 과학자들은 “모두가 안전할 때까지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no one is safe until everyone is safe)”는 ‘시대정신’을 호명하며 앞 다투어 백신의 글로벌 불평등을 이야기했다. 이미 세계보건기구는 물론, 시민사회가 여러 차례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날 것이라며 공평한 백신 접근의 보장을 주장해온바, 이런 주장은 새로울 것도 놀랄 것도 없다.

 

며칠 만에 국내 확진자가 발생했으나 예의 그 국경 봉쇄 주장은 처음보다 더 강하다. 국내의 코로나 정치가 글로벌 백신 불평등을 압도하면서 모든 관심은 다시 부스터 샷, 백신 패스, 방역 강화, 신약 개발 등 국내로 향한다.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니 팬데믹 대응은 더 지리멸렬이다. 많은 나라가 국경을 닫고 비과학적이며 불평등한 여행 금지 조처를 내렸다. 유럽, 북미, 아시아 등 모든 대륙에서 오미크론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대부분 국가에서 입국 및 여행 금지 대상 삼은 곳은 아프리카 국가가 유일하다(그나마 필리핀은 유럽 발생국을 추가 포함했고, 인도네시아는 홍콩을 포함했다.)(기사 바로가기, 아래 그림 참조). 변이 바이러스의 선제적 보고가 노골적인 차별 조치로 결과한 셈인데,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깊은 실망”도 당연하다.

 

출처: News Organizations (2021.12.04.)

 

상황이 이럴진대, 주어와 목적어 없는 공허한 글로벌 불평등 진단만으로는 그 무엇도 변화시키지 못한다. 불평등은 진단을 넘어 그 책임과 실천 과제를 적극적으로 말할 때 해결할 수 있다.

 

우리는 올해 초 한국 정부에 글로벌 정의를 위한 책임을 요구하는 한편, 구체적인 실천 과제를 제안했다(논평 바로가기). 안타깝게도 사정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고, 따라서 오늘 우리의 주장도 그때와 다르지 않다.

 

백신의 글로벌 불평등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먼저, 백신을 직접 지원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잔여 백신을 기부하고, 코백스에 약속한 자원을 공여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지원이 보건 분야, 그리고 특히 코로나19 백신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두말할 필요가 없다. 더하여 이런 지원의 목적이 어떤 형태로든 한국의 ‘국익’에 있지 않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팬데믹에서 필요한 것은 ‘원조’가 아니라 ‘협력’과 연대이다.

 

둘째, 백신 개발 기업들과 구매 능력이 있는 고소득 국가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도록 코로나19 백신의 지식재산권 유예를 더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아울러 국내의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한국의 경제가 글로벌 불평등을 촉진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백신·치료제 생산 기업, WTO 등 국제기구와 함께 백신·치료제 글로벌 생산 및 공급 확대를 위한 통상분야 지원 및 협력 방안’을 논의한 글로벌 백신 비즈니스 포럼(통상과 백신 포럼 바로가기)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지금은 WTO 각료회의 재개를 촉구하고 백신 특허 면제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때가 아닌가.

 

셋째, 장기적 관점에서 감염병 관리 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백신 한 가지만 보더라도, 지식재산권 유예가 당장 백신 생산으로 이어지지 않고 백신을 확보한다고 모두 접종되는 것도 아니다. 백신 보관, 유통, 인력, 관리시스템 등 예방접종체계의 미비로 확보한 백신조차 폐기해야 하는 일부 저소득 국가를 보라. 초 냉동 시설, 콜드체인, 인력 등 전반적인 공급망과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

 

백신 불평등이 변이 바이러스를 초래했다는 공동의 인식이 형성된 지금을 기회 삼아 우리는 다시 한 번 한국 정부에 코로나19의 글로벌 정의를 위한 책임을 묻는다. 자국 중심주의의 국제 정세를 핑계 삼아서는 안 된다.

 

며칠 전 12월 1일 세계보건기구와 194개 회원국들은 팬데믹 조약(Pandemic Treaty)을 만드는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이 글로벌 정의 실현에 참여할 또 다른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글로벌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역사적’ 과제를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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