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논평

시스템형 사고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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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대구역에서 열차가 충돌하는 사고가 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여행 계획을 짰던 많은 사람이 큰 불편을 겪었다고 한다. 그래도 별 인명 사고가 나지 않았으니 불행 중 다행이다.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라지만, 대체로 또 다른 인재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쪽 기차를 움직이게 한 여객 전무와 기관사가 무엇인가 크게 잘못한 것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잘못’ ‘착각’ ‘과실’과 같은 익숙한 말이 쏟아지고 있다.

인재라는 말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결국은 사람이 저지른 일이니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리라. 그러나 사람이 개입되었으니 ‘인재’다? 그러고 말기는 못내 찜찜하다. 코레일 노동조합이 밝힌 사정에 눈길이 더 가는 이유이다.

논란이 있다고 하니 백 퍼센트 확실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재의 한 당사자인 여객 전무가 오랫동안 현업을 떠나 있었다는 것은 노사가 모두 인정했다고 한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 그리고 그 경험과 전문성을 가볍게 여긴 것이 한 가지 중요한 사고 원인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상식적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이런 사고가 생겼을 리가 없다.

나아가 효율성만 따지는 노동의 조직방식이 주범이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그동안 공공과 민간을 막론하고 몰아붙인 노동의 원리를 생각하면 아주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인재라기보다는 아마도 시스템으로 인한 재해, 즉 ‘시스템재(災)’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 들어 효율성만 추구하는 노동의 동원과 조직 방식이 만든 재해는 더 잦아졌다(그런 의미에서 이야말로 진정한 ‘인재’다). 7월 26일 울산의 삼성정밀화학 공장에서 생긴 물탱크 사고도 그런 예다. 빈번한 사고 속에 벌써 헷갈리지만, 이 사고로 노동자 세 사람이 생명을 잃고 열두 사람이 다쳤다.

사고를 조사한 정부가 밝힌 직접적인 이유는 불량 너트를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최종 원인이지만 피상적 이유일 뿐이다. 심장과 폐가 멎었으니 사망에 이르렀다는 진단과 다를 바 없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근본적 이유를 따져야 옳다. 이미 알려진 대로 이 사고의 배경에는 원청-하청이라는 구조가 얽혀 있다. 실제 이 사고로 죽거나 다친 사람 대부분은 20대와 60-70대 건설하청업체 직원이었다.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두고 원청과 하청에 어떤 동기가 작용할지는 불을 보듯 환하다. 사고의 원인이라면 당연히 이 구조에 책임을 돌려야 한다.

나아가 이를 가능하게 하고 또 강요하는 더 심층에 있는 구조 – 극대화된 이윤 추구의 구조 –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스템 재해로 짐작되는 사고는 이 뿐 아니다. 3월에는 여수 대림산업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열일곱 명이 죽거나 다쳤다. 하청업체가 공사를 맡았던 것은 울산의 사고와 꼭 같다. 공기 단축을 위해 무리한 작업을 하거나 안전보건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도 판박이처럼 닮았다.

또 5월에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질식사고로 노동자 다섯 사람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협력업체 직원이 공사기한을 맞추기 위해 밤샘 작업을 하던 중 밀폐된 용광로 내부에서 질식해 숨진 것이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같은 패턴이 되풀이된다.

소규모 인명사고는 제대로 헤아리기도 어렵다. 8월만 하더라도 창원의 주물공장, 군산의 주조공장, 영주의 OCI 머티리얼즈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자세한 사정은 알려지지 않았으니, 인재라는 이름 뒤에 숨은 시스템 오류는 짐작만 할 뿐이다.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공사라고 해서 크게 다른 것도 아니다. 지난 7월 일어난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가 그렇다. 그 며칠 후 일어난 방화대교 공사장 붕괴도 서울시가 관리하던 공사였다. 예의 원청-하청이라는 건설생산체계가 같은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인재 아닌 인재는 공장과 작업장에 한정되지 않는다. 태안의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로 고등학생 다섯 명이 숨진 것을 벌써 잊을 수는 없다. 전형적인 인재지만, 그 원인은 효율성을 최고로 치는 또 다른 시스템 탓으로 돌려야 정직하다. 학교는 돈을 아끼느라 허가받지 않은 사설 캠프업체에 교육을 위탁했다. 이럴 때 업체는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아주 합리적인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 임시직을 고용하고 제대로 훈련조차 시키지 않은 채 학생 교육을 맡기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몇 달 사이 참 많은 사고를 경험했다. 구체적인 원인은 다양하고 때로 복잡하다. 그러나 이번에도 공공연한 사고 분석(또는 ‘태도’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은 일관성이 있다.

다름이 아니라, 사람이 원인이다! 앞서 말한 대구역 기차사고의 원인 분석도 그랬지만, 아주 예외적인 것을 빼고는 대부분 사고가 인재 때문이라는 것이 결론이다. 안전 불감증이라는 말이 짝을 이루는 것도 늘 비슷하다. 그러니, 해결 방법과 대책도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인재라고 하는 것은 잘해야 동어반복이다. 불가항력을 빼고야 사람이 원인이 아닌 것이 무엇이 있을까. 기껏해야 “잘못한 것이 없어야 잘못되는 것이 없다”를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원인을 인재로 정리하는 것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명확하고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라도 그렇다. 이른바 ‘인재론’은 뚜렷한 목적을 가진 원인 찾기인 것이다.

무엇보다, 인재라는 말은 비난 받을 대상자를 분명하게 가리킨다. 여객 전무든 현장 근로자든 관리책임자든, 초점을 맞춘 비난은 관심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원인을 잊게 만든다. ‘하이라이트 효과’라고 해도 좋다.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가 일어났을 때 모든 비난은 학교 당국자와 무허가 업체에 쏟아졌다. 이런 비난은 흔히 법적 처벌까지 이어진다.

물론 잘못한 것이 맞고 책임도 져야 한다.그러나 이런 와중에 다른 원인은 자연스럽게 관심을 벗어나기 쉽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구조적 원인에서 눈을 돌리게 만드는 효과다.

울산의 삼성정밀화학 탱크 폭발 사건을 보자. 당장 삼성에게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했다. 그러자 사고가 난 며칠 후 공사를 맡은 원청업체인 삼성엔지니어링의 사장이 경질되었다(책임을 진 게 아니라 ‘짤렸다’). 그리고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식을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은 이건희 회장이 ‘진노’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사장이 책임을 진 모양이 되었고, 최고 책임자는 사소한 사고에도 책임을 묻는 윤리 경영의 상징이 되었다. 아마도 사고의 원인이 되었을 (효율성과 이윤을 최고로 치는) 구조는 금방 묻히고 잊혔다.

사고의 구조를 숨기는 것은 결국 문제해결의 개인화로 연결된다. 안전 불감증이란 말이 이를 대변한다. 조심하고 교육하고 개인 수칙을 지키는 것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개인의 행동지침이 필요하지 않거나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인재와 불감증만 탓해서는 사고의 반복을 막을 수 없다. 보호 장비와 장치는 부분적인 해결책을 넘기 어렵다.

또한, 상대적으로 불리한 사람에게 사고가 집중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시스템과 구조를 주목하고 이를 교정해야 할 이유이다. 그렇다고 구조의 구조, 즉 가장 근본적이고 거시적인 구조만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건설 산업이라면 원청-하청을 둘러싼 ‘중간’ 수준의 구조도 당연히 개혁 대상이다. 근본인가 중간인가가 아니라, 구조와 시스템을 고려하고 또한 거기에 개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 가지 더. 앞에서 다루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 의료 분야에서도 점점 더 사고가 늘어난다. 건설이나 교통, 제조업처럼 대규모 사고보다는 개인 사고가 많다. 하지만 인재가 아니라 시스템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전혀 다르지 않다.

개인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것만으로, 그리고 윤리의식과 주의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적은 인력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면 사고가 생기는 것은 필연적이다. 의료에서의 안전과 사고는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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