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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노는 지자체 의료예산과 주민 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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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3년 3월 28일자 <건강렌즈로 본 사회> (기사 바로가기)

복지 확대를 위해 증세가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어떻게 증세를 할 것인가와 그 과정, 그리고 세금을 더 내야 할 사람들 사이의 형평성이 논란의 주요 내용이다. 기업이나 부자에게 더 걷는지 아니면 중산층이 세금을 더 내야 하는지에 대해 특히 관심이 크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문제가 있다. ‘무엇을’ 위해 세금을 인상할 것인가다. 혹시 세금을 더 올린다고 해도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이는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특히나 보건·복지 분야 지출이 시민들의 ‘필요’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백주 건양대 의대 교수와 박선희 한국건강증진재단 선임연구원 팀이 올해 <보건행정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연구는 2007~2009년 국내 230개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예산구조를 분석해, 각 지역의 보건의료 지출이 어떤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지를 파악하고자 했다. 참고로 지방자치단체들은 1995년 제정된 ‘지역보건법’에 따라 각 지역의 보건의료 필요를 진단하고 이에 맞는 사업투자를 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지자체의 전체 예산액 가운데 보건의료 분야 결산액을 분석했다. 이후 이 결산액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찾아냈다. 예를 들어 꼭 필요한 보건의료 예산과 관련이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수, 노인 인구, 실업자 수, 심장·뇌혈관질환 사망률 및 자살 사망률 등의 보건학적 요인들이 이에 속한다. 아울러 지자체 행정 인력 가운데 보건소 인력이 차지하는 비율이나 이전 연도 보건의료 결산액 등과 같은 요소도 분석했다.

그 결과 지자체의 보건의료 지출 수준은 보건소의 인력 비율이 높을수록, 또 이전 연도의 보건의료 지출이 많았던 곳일수록 높았다. 보건소 인력 증가는 관련 사업이 확대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고, 예산 정책이 급격히 변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전 연도 지출의 지속 효과도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 수나 노인 인구 비율, 주요 질환 사망률과 보건의료 지출 수준 사이에는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정리하자면 지자체의 보건의료 지출 수준이 주민들의 보건·복지 영역에 대한 요구와는 무관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 실정에 맞는 보건정책과 사업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방분권의 목표, 구체적으로는 지역보건법이 추구하고자 했던 목표가 제대로 달성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보건·복지 영역에 대한 예산 지원이 더 필요하고 이를 위해 증세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 아래 공평한 세금 부과는 중요하다. 때문에 중앙 및 지방 정부가 세금을 ‘무엇을’ 위해 쓰고 있는지 잘 감시해야 한다. 특히 보건·복지 예산의 경우, 시민들의 필요를 어떻게 제대로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절실하다. 예산이 더 쓰이는 만큼 지역 주민들의 건강 및 행복 수준이 더 높아질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고한수 시민건강증진연구소(health.re.kr)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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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자료

1) 기사에 소개된 논문
박삼영, 장민영, 박선희, 나백주, 김은영, 김순영 (2013). 기초지방자치단체 보건의료 지출수준의 결정요인. 보건행정학회지 23(1). (바로가기)
2) 함께 읽어보면 좋을 자료
이현우 (2013). 복지예산 규모에 대한 태도결정에 미치는 요인분석. 국제정치논총 53(2). (바로가기)
Ko H, Kim J, Kim D, Kim S, Park Y, Kim CY (2013). Association between local government social expenditures and mortality levels in Korea.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 and Public Health 46(1).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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