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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질 좋은 노인 돌봄을 의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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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은 (시민건강연구소 영펠로우)

 

우리는 하루가 멀다고 요양서비스를 받는 노인들이 경험하는 불합리한 인권침해 이야기를 접하고 있다. 이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닌 듯 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대안들이 모색되고 있는데, 서비스 질 평가는 그러한 노력 중 하나이다. 모두가 질 좋은 요양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인권의 문제라는 점에서, 이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적절한 평가 지표를 개발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전국민 사회보험이나 조세로 운영되는 대부분의 사회서비스가 그러하듯, 공적 노인 요양서비스 제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중이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많은 국가에서는 요양서비스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대중의 선호도를 우선 반영하는 질 평가 지표를 개발해 왔다. 하지만 노인 요양서비스를 이용하는 당사자의 관점에서 해당 경험은 다르게 서술될 수 있다. 경험을 통한 ‘적응(Adaptation)’의 과정을 통해 당사자들은 요양서비스 받기 이전과 다른 새로운 기대를 갖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대중의 사전 선호도와 당사자의 사후 선호도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 중심’의 서비스 제공이 오랜 화두인 만큼, 이때 ‘사람’을 누구로 규정하고, 누구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반영하는지에 따라 서비스의 구체적인 모습은 다르게 나타날 것이며, 이는 자원 배분 결정에 있어 핵심 논쟁거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늘은 노인 요양서비스의 우선순위에 있어서 이용자와 비아용자 간의 인식 차이를 살펴본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논문 바로가기: 같은가, 다른가? 노인 요양 수혜자와 비수혜자 간의 노인 요양 질 선호도의 실증적 비교) 연구 배경이 되는 호주에서는 지난 2019년에 시설, 재가 등 다양한 환경에서의 요양 경험을 포괄하는 ‘노인 요양 질 기준’이 도입되었다(☞관련자료: 바로가기). 여기에는 욕창 발생 유무와 같이 요양서비스 결과의 측면만 반영했던 기존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노인 요양서비스의 구조와 과정까지 아우르는 8가지 평가 기준이 제시됐다. 이후 개인의 입장에서 돌봄 경험의 질을 평가하기 위한 ‘노인 요양 소비자의 돌봄 경험 질(The Quality of Care Experience Aged Care Consumers, 이하 ‘QCE-ACC’)’이라는 새로운 지표가 도입되었다. 이 지표는 ‘존중과 존엄’, ‘자율적 결정’, ‘기술과 교육’, ‘건강과 웰빙’, ‘사회적 관계’, ‘불만제기’라는 6개 항목을 통해 개인의 돌봄 경험을 평가한다.

 

연구진은 65세 이상으로 재가요양 서비스를 받는 당사자를 대상으로 QCE-ACC 지표의 6개 하위항목에 대한 선호도를 살펴보는 실험을 진행하였다. 구체적으로 ‘이산 선택실험(Discrete Choice Experiment)’이라는 분석 방법을 활용하여 6개의 하위 항목 중 노인 요양서비스 당사자들이 무엇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추정하였다. 참여자에게는 아래 예시와 같이 두 가지 시나리오 중 본인이 좀 더 선호하는 서비스 제공자를 선택하도록 요구하였다(<표> 참고). 연구진은 이렇게 추정된 결과를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QCE-ACC 지표의 선호도를 분석한 선행연구(☞관련 논문: 바로가기) 결과와 비교함으로써 노인 요양서비스의 질 평가 주체에 따라 6개 하위 항목에서 어떤 선호도 차이가 존재하는지 확인하였다.

 

 

추정 결과, 노인 요양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당사자와 이용 경험이 없는 대중에게서 두드러진 차이를 보인 영역은 ‘존중과 존엄’ 그리고 ‘기술과 교육’이었다. 당사자의 경우는 요양 과정에서 존중과 존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 반면, 대중은 ‘기술과 교육’, 즉 적절한 기술과 교육을 받은 요양 직원에게 돌봄을 받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여겼다. 반면 당사자들에게 ‘기술과 교육’ 측면은 ‘존중과 존엄’, ‘건강 및 웰빙’보다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우선 아직 이용경험이 없는 대중에서 ‘기술과 교육’이 높은 중요도를 보였다는 것은 적합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서비스와 서비스 제공자는 노인 요양서비스 시작의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실제 요양서비스를 경험하고 있는 당사자일수록 ‘존중과 존엄’에 높은 가치를 부여했다는 사실은 요양 과정에서 서비스 제공자와 당사자 간의 상호작용이 존중과 존엄의 토대에서 이뤄지도록 만드는 일의 중요성을 새삼 보여주고 있다.

 

노인 요양서비스는 결국 현재 요양서비스 당사자의 경험에 기반한 요구와 미래 잠재적 이용자들의 기대를 모두 충족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미래에 대한 생각에서 비롯한 걱정과 실제 경험에서 비롯한 어려움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인식하고, 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어떻게 고안해야 할지는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보인다.

 

*서지 정보

Song, J., Chen, G., Khadka, J., Milte, R., & Ratcliffe, J. (2024). One and the same or different? An empirical comparison of aged care recipient and non-aged care recipient preferences for quality of aged care amongst older Australians. Social Science & Medicine, 117054.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는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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