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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없는 농촌, ‘사람’ 빠진 계절근로자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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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농가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밑으로 떨어졌다. 농가 인구는 208만 9천 명으로, 머지않아 200만 명 선도 무너질 전망이다. 통계청은 고령에 따른 농업 포기, 전업(轉業) 등을 그 이유로 꼽는다. 실제로 농촌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층 비중은 52.6%로 전체 고령인구 비율(18.2%)의 3배에 달한다.

 

한편 2023년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농업인의 직업 만족도는 18.3%, 생활 만족도는 26.3%로 낮은 수준이다. 또한 농촌에서 해결이 시급한 주요 문제로 ‘인구감소와 고령화(94.5%)’, ‘열악한 보건의료·복지 여건(41.6%)’ 등을 꼽았다. 이쯤되면 농촌에 거주하려는 사람, 그리고 농업 분야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적은 현재의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도시에 거주하는 누군가에게 농촌 위축은 어떤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테다. 점차 피폐해져 가는 지역, 그리고 그 곳의 농민들과 이주노동자들의 땀과 눈물로 오늘도 ‘한국인의 밥상’이 차려지지만, 바로 곁에서 볼 수 없다면 이런 상황을 감각할 수조차 없을 테다.

 

현재 농촌은 일손이 가장 많이 필요한 수확기에 있다. 그리고 사람 없는 농촌에서는 계절 이주노동자들이 그 빈 곳을 채우고 있다. 작년 12월 법무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지자체에 배정된 계절노동자는 49,286명으로 전년 동기 27,778명에 비해 77.4% 증가했다. 하반기(7~12월)에 배정된 계절노동자들이 현재 일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지자체에서는 2025년에 필요한 이주민 농업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는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를 통해 해결해 왔다. 그러나 파종기‧수확기 등 계절성이 있어 단기간‧집중적으로 일손이 필요한 경우 법무부의 계절근로자 사업으로 이를 보완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분야의 열악한 작업여건과 높은 재해 위험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은 미등록 체류자가 되거나, 강제 출국의 위험을 무릅쓰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떠나고 있다.

최근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계절노동자 무단이탈률 0%라는 수치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는 공공형 계절근로자 사업을 시행한 지역이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이탈률이 감소한 결과가 확인되었다(관련자료). 이러한 낮은 이탈률은 적정 임금 지급과 숙식 제공 등 개선된 노동조건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계절근로자 사업이 어떤 형태를 취하든 ‘사람’은 빠져있고, 오직 관리와 통제의 대상만이 존재할 뿐임을 알 수 있다.

 

2023년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계절 이주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탈 방지책으로 결혼이민자 가족 초청 형태로만 계절근로자 사업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실상 결혼이주여성에게 무임금으로 체류 관리 역할을 맡기고, 이탈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로, 이주여성들이 농촌 사회에서 여전히 억압받는 위치에 있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올해 초에는 계절근로자 사업의 허점을 악용한 브로커의 착취로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하자 필리핀 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위해 한국으로의 계절노동자 송출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관련기사). 브로커들의 초국적·초법적 착취, 억압적 노동계약, 임금체불, 폭언·폭행, 성폭력 등 셀 수 없는 인권과 노동권 침해 사건들은 제도에 ‘사람’이 빠졌기에 발생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농가는 계절근로자 사업으로 일손 부족으로부터 한숨 돌렸을 수 있다. 그러나 ‘인력’ 관리의 문제(무단이탈 등)로 법무부로부터 패널티를 받아 사업이 중단되거나,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브로커의 폐해로 송출이 중단되어 농가가 피해를 입는 상황 역시 현재 농촌이 직면한 현실이다.

 

농촌 지역의 고령 인구 비율이 50%를 넘어섬에 따라, 지자체와 농가의 이주노동자 수요는 더욱 절박해질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법무부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여 농업 분야의 이주노동자 배정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계절근로자 사업을 비롯한 이주민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이 ‘사람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농촌 현장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계절근로자 사업이 오히려 미등록 이주민을 양산하고, 농가를 어려움에 빠뜨린다면, 이를 단순히 법무부의 말마따나 ‘한시적’, ‘예외적’ 정책이라며 넘어갈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주노동자 문제를 논할 때 ‘사람중심’ 관점을 제안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접근 원칙을 의미한다.

 

‘과도한 단속과 부당한 강제 출국의 대상이 아닌, 안정적인 정주 기반 속에서 주민들과 함께 일하고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관계 맺는 것.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일회용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닌, 사각지대 없는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 ’논밭 한 가운데 고립시키는 것이 아닌 보건의료, 주거, 교통 등 사람다운 삶을 위한 기본 인프라를 제공하고, 자국 및 지역 커뮤니티와 연결해 주는 것‘.

 

이 모든 것은 결국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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