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고래가 그랬어: 건강한 건강수다] 잃어버린 연대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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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64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_ 문다슬. 노동과 젠더 렌즈로 건강을 바라봐요

그림_ 오요우 삼촌

 

온 세상에 폭력이 난무하고 있어. 힘을 가진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서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다치고, 죽고 있어. 이모는 조금 겁이 나고 두려워. 하지만 절망하지 않으려고 해. 인종, 국적, 젠더, 계급 등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에게 용감하게 맞서고 있거든. 연대는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우리 일상에서도 정말 중요해.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해낸 경험 다들 한 번씩은 있지? 연대는 쉽게 말해 “더불어 함께 하는 것”이야. 옛날 공장 노동자들이 하루 14~15시간씩 일하고도 제대로 된 돈을 못 받았어. 당연히 쉬는 것도 어려웠고 말이야. 이를 부당하다고 생각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란 걸 만들었어. 일하는 모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노동조건을 보장해달라고 목소리도 냈어. 이때 동네 사람들도 밥을 해다 나르고, 지나가면서 응원하고, 함께 목소리를 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힘을 실어줬대. 혼자 말할 때는 들은 척도 하지 않던 회사와 정부가 수백 명, 수천 명이 함께 말하니까 들어줄 수밖에 없었을 거야. 이렇게 연대는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큰 힘을 발휘해 왔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어려움은 나의 어려움”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게 바로 연대야. 그런데 요즘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특히 선생님이나 의사처럼 전문직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노동조합에서 연대가 보이지 않는 듯해. 이모는 ‘특권의식’을 의심 중이야.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에 합격했으니까, 힘든 일을 하고 있으니까 남들보다 더 특별한 대우를 받으면서 더 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와 너를 구별하기 시작해. 그러면 나의 어려움이 다른 누구의 어려움보다 더 크게 보이게 돼. 한 사람만 잘 살면 된다면, 연대가 무슨 소용이겠어?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 특권 역시 연대의 산물이야. 모두가 평등하게 공부하고 시험 칠 기회를 갖는 교육제도는 물론이고 보건의료제도 역시 ‘사람답게 살 권리’를 함께 요구했던 사람들의 연대 위에 서 있어. 사회 속에서 한 개인 또는 한 집단의 존재 의미는 다른 집단과의 관계 속에서만 가능해. 배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기에 가르치는 사람이 있고, 아픈 사람이 있기에 치료하는 사람이 필요한 거야. 뿐만 아니야. 누군가를 가르치고 치료하는 일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야. 교육도 의료도 선생님과 의사 말고 다른 많은 사람들의 노동이 함께 할 때 비로소 가능해.

 

노동조합은 다른 노동자는 물론 주변의 시민, 그리고 사회 전체와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곳이지, 나만의 권리를 지키는 곳이 아니야. 나의 처우를 개선하는 일은 언제나 중요하지만 그게 나만 더 특별해지겠다는 요구가 되거나, 다른 사람의 권리를 폄하하는 것이어서는 안 돼.

 

나는 여전히 연대의 힘을 믿어. 그래서 이제 연대를 찾아 떠나려고 해. 동무들, 나와 함께 가지 않을래? 나 혼자는 어렵겠지만, 동무들과 함께라면 곧 찾을 수 있을 거야. 함께 할 사람, 여기여기 다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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