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14.7.16 [건강렌즈로 본 사회] (바로가기)
최근 이스라엘이 또다시 팔레스타인을 공습했다. 6월 초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이스라엘 소년들이 살해된 사건이 표면적인 이유다. 누가 범행을 저질렀는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무차별 공습을 시작했다. 이스라엘군은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이들의 집을 폭파했다.
결국 수색과 체포, 공습 과정에서 이미 1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숨졌다. 동예루살렘에서는 이스라엘 극단주의자들이 팔레스타인 소년을 납치해 산 채로 불에 태워 죽이는 믿기 어려운 일을 저지르기도 했다. 무법천지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팔레스타인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또다시 위기 상황에 놓였다. 2009년 대공습의 여파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만두카 이탈리아 제노바대학 교수팀은 <국제 환경 연구와 공중보건>에 팔레스타인 갓난아기들의 중금속 노출 실태를 분석한 결과를 지난 5월 발표했다. 만두카 교수팀은 2012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2009년 가자지구 공습에 노출된 부모들한테서 태어난 신생아들이 더 많은 선천성 기형을 겪고 있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이번 논문은 그 원인을 찾으려는 일종의 후속 연구다.
연구팀은 2011년 5~10월 가자지구의 알시파 병원에서 선천성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아기 48명, 조산된 아기 9명, 정상 출생아 12명의 머리카락에서 기형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중금속 농도를 측정했다. 출생 직후여서 이는 전적으로 엄마 뱃속에서의 노출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또 이 아기들이 임신된 시점은 공습 20~25개월이 지난 뒤라 엄마 몸에 중금속이 장기적으로 남아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기형아를 출산한 부모들 가운데 절반은 공습 당시 직접 폭발 또는 파편에 노출됐거나 공습 직후 파괴된 가옥에 들어간 경험이 있다.
분석 결과, 정상 출생아에 견줘 선천성 기형을 가진 아기들의 머리카락에서 주석·수은·셀레늄 등의 농도가 유의하게 높았다. 이 아기들의 절반에서는 세 가지 중금속이 동시에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 조산아로 태어난 아기들도 정상아들에 견줘 셀레늄과 바륨의 농도가 높았다. 가자지구에서는 2006년과 2009년 공습 당시 다친 환자들의 상처 등에서 기형과 태아독성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납·우라늄·알루미늄·티타늄·수은·주석 등이 확인된 바 있다.
연구팀은 이런 중금속이 유전학적 변화를 통해 기형을 유발한 것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공습 이후에도 유해한 잔해물이 오랫동안 주변 환경과 엄마의 몸 안에 남아서 영향을 끼친 것이라 볼 수 있다.
문제는 이스라엘의 일상적인 봉쇄 조처 때문에, 팔레스타인에서는 이런 폭발 잔해물을 치우고 환경을 복구하는 일은 꿈도 꾸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런데 여기에 또다시 미사일 공격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팔레스타인의 갓난아기들은 시오니즘도 이슬람 근본주의도 모른다. 세상의 어떤 갓난아기도 미사일과 탄약의 중금속을 품고 태어날 이유가 없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무력 공격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어린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어떤 조처도 정당화될 수 없다.
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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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에 소개된 논문의 서지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Paola Manduca, Awny Naim, Simona Signoriello. Specific Association of Teratogen and Toxicant Metals in Hair of Newborns with Congenital Birth Defects or Developmentally Premature Birth in a Cohort of Couples with Documented Parental Exposure to Military Attacks: Observational Study at Al Shifa Hospital, Gaza, Palestine. Int J Environ Res Public Health 2014;11:5208-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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