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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판매시간 제한이 폭력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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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4년 9월 17일자 [건강렌즈로 본 사회] (바로가기)

 

음주와 폭력의 관계는 잘 알려져 있다. 최근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2013년 경찰범죄통계를 보면 범죄자가 범행을 저지를 당시 술을 마신 경우는 25.5%였으며, 특히 폭력범죄는 그 비중이 35.6%에 이른다. 폭력범죄의 22.6%는 늦은 밤 시간대인 오후 9~12시에 생기며, 자정~새벽 3시에 12.9%, 새벽 3~6시에 10.3%가 발생한다. 전체 폭력범죄의 절반가량인 45.8%가 밤 시간대에 일어나는 셈이다.

이는 밤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는 것과 폭력범죄의 밀접한 연관성을 시사한다.

이는 우리만의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국가들이 주류 판매 시간을 제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런 판매 시간 규제 정책은 효과가 있을까?

키프리 오스트레일리아 뉴캐슬대학 교수팀은 국제 학술지인 <약물과 알코올>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주점의 판매 시간 제한 정책이 해당 지역의 폭력 발생률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의 주류면허당국은 2008년 3월부터 뉴캐슬 지역 중심가 주점 14곳의 폐점 시간을 새벽 5시에서 1시간30분 당긴 새벽 3시30분으로 정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영업시간을 제한하기 전인 2001년 1월~2008년 3월 이 지역의 분기당 폭력범죄 발생 건수는 평균 99건이다. 하지만 영업시간 규제가 도입된 뒤인 2008년 4월~2009년 9월 분기당 범죄 건수는 68건으로 줄었고, 2009년 10월~2013년 3월에는 71건으로 감소 효과가 지속됐다.

이에 견줘 주점의 폐점 시간을 규제하지 않은 해밀턴 지역에서는 같은 기간에 폭력범죄 발생 건수에 변함이 없었다. 밤늦은 시간대에 주류 판매를 제한하는 것이 음주와 관련된 폭력범죄 발생을 억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 연구결과는 꼭 연구가 필요하냐는 의견이 나올 만큼 당연하고 상식에도 부합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상식적인 정책이 한국 사회에서는 시행되지 않을까?

주류 판매 시간이나 주점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할 때 나타날 저항은 익히 짐작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논리다. 소비심리 위축이나 자영업자의 생계 위협이 중요한 문제로 언급될 것이다. 여기에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리나 어차피 단속이 소홀해서 실효성이 없으리라는 회의론까지 3종 세트로 결합하면, 제도는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잠깐만 생각해보자. 알코올 소비 감소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손실이 폭력, 음주운전 또는 과음 그 자체 때문에 발생하는 건강 피해, 사회적 손실보다 정말 더 중요한 것일까? 이웃의 생명과 건강을 주류 기업의 영업이익, 주점의 매출과 맞바꿀 수 있는 것일까?

앞서 소개한 연구결과처럼 효과적인 알코올 규제 정책의 근거가 충분하다면 다음 단계에 할 일은 분명하다. 경제적 이득과 손실의 주판알을 튕기거나 규제가 성공하지 못할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이 규제를 어떻게 적용해야 실효성을 높이며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는 일이다.

 

 

이웅 시민건강증진연구소(health.re.kr) 영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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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에 소개된 문헌의 서지정보

 

Kypri, K., McElduff, P., and Miller, P. (2014). Restrictions in pub closing times and lockouts in Newcastle, Australia five years on. Drug and Alcohol Review. 33: 323-326.

 

* 더 읽어 보면 좋은 자료

  •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보고서 2014-01 “알코올 규제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자!” (바로가기)
  • 일상성·일상생활연구회(1999). “술의 사회학: 음주공동체의 일상문화” 한울아카데미.
  • 2013년 경찰범죄통계.(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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