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의 대대적인 ‘주폭’ 단속에 이어 ‘4대 중독법’ 마련에 이르기까지, 알코올 문제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주류산업협회의 기금출연으로 운영하던 카프병원이 문을 닫고 환자들과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렸음에도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알코올 중독이 심각한 문제라면서,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시민들이 와인을 저렴하게 마실 수 있게 되었다고 홍보한다.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정부가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국민건강증진법,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파랑새플랜을 통해 알코올과 관련한 정책, 사업들을 무수하게 내놓고는 있다. 그런데 알코올로 인한 질병 부담과 사회적 손실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국세청 전직 관료들은 주류산업협회와 음주문화센터, 납세병마개 제조업체 등에서 노후 일자리를 찾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카프병원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을 목격하면서, 이것이 단순히 주류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다. 이는 알코올이라는 중요한 공중보건 문제에 대응하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때마침 만성질환 유행과 불건강 상품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세계보건기구의 목소리도 우리에게 자극이 되었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반 년 넘게 진행된 자료수집과 강독, 토론의 결과물로 이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를 통해, 한국 정부의 알코올 규제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규제의 중요한 이해 당사자인 주류산업의 대응전략들을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에 기초하여 알코올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