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논평

건강과 복지 후퇴에 맞설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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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다들 새해를 시작하는 느낌과 각오를 나누었을 것이다. 희망을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둡고 답답하다는 쪽도 많았다. 그러나 미래는 여전히 열려 있다. 새해를 맞은 다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 주는 좀 더 차분하게 2015년을 전망해 볼 차례다. 정치, 경제, 사회의 대강 분위기는 지난 주 논평에서 이미 지적했다. 그리 전문적일 것도 없으니 많은 사람들이 비슷하게 생각하리라고 본다.

거시 조건에 크게 좌우되는 복지나 건강도 예측과 상상의 범위를 많이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살아내는 데에는 좀 더 자세하고 구체적인 예상이 필요하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왜 전망하는가에 대한 오해가 많다는 것을 미리 말해둔다. 점쟁이가 아닌 다음에야 전망과 예측은 결과를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냥 두면 가게 될 길을 바꾸려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정말 가치 있는 예측은 결과가 틀려야 한다. 전망이 그대로 들어맞았다는 것은 아무 것도 안 했다는 뜻이 아닌가.

 

당면하게 될 환경과 조건을 생각하면, 첫 번째로 재정 문제가 크다. 지난해 후반기에 복지 재정 논란을 통해 이미 드러난 것이다. 올해 많은 보건복지 정책과 사업이 직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정부 전체 재정이 좋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경제 성장이 과거와 같지 않고 소득과 일자리, 소비 전망 모두가 어둡다. 모두 아는 대로 지방 재정은 형편이 더 좋지 않다.

성장을 내세우면서 과거의 재정 전략을 그대로 쓰는 것이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든다. 복지와 보건 등의 지출을 더 줄여야 앞뒤가 맞게 생겼다. 전체 재정과 상관없는 보건과 복지의 ‘국지적’ 긴축이 대세가 된 듯하다.

2008년 국제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유럽 국가들이 경험한 긴축과는 규모나 영향이 다르다. 그러나 긴축을 둘러싼 구조와 결과에는 공통점도 많다. 데이비드 스터클러와 산제이 바수가 쓴 <긴축은 죽음의 처방전인가>(안세민 옮김, 까치 펴냄)를 참고하기 바란다 (프레시안 서평 바로가기).

국지적 긴축이라 해도 의료와 공중보건, 복지에 미칠 영향은 명확하다. 그러나 정부는 (IMF가 유럽에서 그랬듯이) 이런 지출 대신에 성장을 촉진하는 쪽에 돈을 쓰자고 한다. 경제를 위해 건강과 교육, 복지와 같은 공적 가치는 희생하자는 것이다. 긴축의 부작용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스터클러와 바수의 책이 분석하듯이 공적 가치의 희생에 기댄 성장론은 근거가 약하다. 오히려 공중보건이나 교육에 지출하는 쪽이 경제의 양적 성장에도 더 이롭다. 그러나 올해도 정부가 이런 주장에 귀를 기울일 것 같지는 않다.

 

재정 긴축이 소극적 정책이라면, 의료산업의 성장을 내세우는 적극적 정책 또한 크게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추진하던 정책(예를 들어 의료법인의 영리 자법인 허용)은 물론이고, 가능한 모든 형태의 정책이 제안되고 추진될 것이다.

모든 것은 경제 정책에 닿아 있다(모든 정책의 경제화). 정권으로서는 집권 3년차에 들어선 올해,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다른 무엇보다 클 것이다. 의지할 곳을 성장에서 찾을 것이 분명하다.

성장 패러다임은 새롭지 않다. 이른바 ‘구조개혁’이 핵심이고 공공과 노동, 교육 등의 분야가 중요한 대상이라고 하는 것까지 익숙하다. 규제완화나 서비스 산업 육성 등도 빠지지 않는다. 전혀 새롭지 않은 ‘개혁’은 시장 만능주의의 틀에서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한 것으로 요약된다.

 

발맞추어야 하니 의료의 산업화, 영리화를 추진하는 동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할 것이다. 새로운 의료 시장을 만들고 이를 위해 규제를 없애는 일에 온 힘을 다할 것이 뻔하다. 결과적으로 건강과 복지 정책은 ‘정치화된 경제 정책’ 꼴을 벗어나기 어렵다.

관료주의의 틀에 통합되면서 정책 기조와 목표가 절대적 가치가 되었다는 것이 더 답답하다. 목표는 제시되었고 그것을 달성하는 것만 중요하니, 결과와 그 의미는 관심 밖이다. 내부에서는 누구도 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내용이나 형식에서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생길 공산이 크다.

 

한편, 공공 부문은 전례 없이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말한 재정의 어려움과 시장화, 영리화 추세가 모두 공공 부문을 압박할 것이다. 거기다가 정부는 대놓고 구조 개혁과 노동 개혁을 앞세우고 있다. 한꺼번에 거의 모든 문제와 직면해야 한다.

공공 부문이라고 해도 나누면 한둘이 아니니 일률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공공부문 ‘개혁’이라는 말과 개념과 담론은 만들어진 허구적 이데올로기가 아닌가. 갖가지 문제와 불만, 이미지가 모두 공격의 소재로 활용될 것이다.

특히 지방 정부의 재정과 활동에 어려움이 더 클 것으로 본다. 어느 곳 할 것 없이 재정이 제약된 가운데에 비효율성의 공세에도 취약하다. 지방 정부의 복지와 공공보건 지출을 둘러싼 갈등과 좌절이 심화될 것이다.

 

대부분 예측과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그러나 조건과 환경은 절대적일 수 없다(상투적이지만 틀린 말이 아니다). ‘상호’ 작용이라는 말마따나 사회적 관계는 한쪽 방향만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는가도 같은 정도로 중요하다.

 

제일 먼저 꼽을 수 있는 ‘반작용’의 토대는 날로 축적되는 보건과 복지의 필요와 요구다. 재정과 경제정책, 공공 부문에 대한 압박이 이런 필요와 요구를 더 키우고 강화한다는 것은 역설이지만, 또한 사실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출발했지만 돌아가 원인을 공격하는 셈이라고 할까. 갖가지 요구가 분출하고 저항이 나타날 것이다. 때로 거칠게 표현될지도 모른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사회적 요구가 커지는 것이 단적인 예다. 그만큼 사회적 ‘위험’은 날로 커진다. 소득은 물론이고 의료의 불안정도 이전과 비할 바가 아니다. 지난 연말에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만 봐도 위험은 분명하다. 기초연금 수급자의 44퍼센트가 받은 돈을 의료비로 썼다고 하지 않는가.

재정 긴축과 의료 산업화, 공공 부문 축소(또는 민영화)는 현실의 요구와 부딪칠 수밖에 없다. 위험을 무시하면 더 큰 위험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정부도 자본도 사회적 위험이 커져 체제 자체를 위협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자해’의 수준까지 밀어붙이기는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실의 필요와 요구는 반작용을 넘어 변화와 개혁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될 수도 있다. 현재는 흩어져 있고 저절로 잘 드러나지 않으며 개인화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이 드러나고 모이며 체계로 만들어지면 사정이 달라진다.

‘갑질’ 논란과 비정규직 시비에서 보듯 새로운 힘이 생길 실마리는 곳곳에 흩어져 있다. 이것이 실제 에너지가 될 수 있는지는 사회적 상호 작용의 한쪽 당사자, 즉 사람에게 달렸다.

 

사람은 전망하고 예측하는 것을 넘는다. 반작용은 작용을 그냥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변형되고 진화한다. 전망과 예측이 희망과 다짐으로 바뀌는 것도 이 때문이다. 1월, 한 해를 살기 위한 진정한 작심(作心)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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