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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건강이슈] 담뱃값 인상,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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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요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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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민건강이슈 발간의 배경

● 지난 4~5월에 외국계 담배 제조사들이 담뱃값을 인상하고, 정부도 세제개편안에 담뱃값 인상안 포함을 위한 실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담뱃값 인상에 대한 논의가 다시 점화되고 있다.

● 한편에서는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명시적 이유 혹은 세수 확보라는 암묵적 이유를 근거로 담뱃세 인상을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담뱃세의 소득 역진성과 불공정성, 물가인상 압박을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 <시민건강이슈>에서는 담뱃값 인상 찬반 논의의 네 가지 핵심 쟁점 – ① 한국의 흡연율은 높은가? ② 담뱃값이 인상되면 흡연율이 낮아지는가? ③ 현재의 담뱃값과 담뱃세,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가? ④ 담뱃세는 적절하게 쓰이고 있는가? – 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확인하고, 시민 건강과 사회적 공정성이라는 지향에 근거하여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2. 담뱃세 인상과 관련된 쟁점들

① 한국의 흡연율은 높은가?

<국민건강영양조사>와 2009 OECD Health Data를 통해 살펴본 한국의 남성 흡연율은 지난 10년 간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지만 다른 국가들에 비해 여전히 높은 편이며, 최근에는 감소 경향마저 주춤하고 있다. 여성의 흡연율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지만, 최근의 일부 조사에서 상승경향이 관찰된다. 또한 남녀 모두 흡연율에서 뚜렷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확인된다. 세계보건기구 자료를 통해 확인한 청소년 흡연율의 경우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청소년온라인행태조사> 결과를 보면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감소경향이 불분명할 뿐 아니라 중학생들 사이에서는오히려 흡연율이 증가하고 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위치에 따른 흡연율 격차도 뚜렷하다. 즉, 한국의 흡연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는 것은 일단 성인 남성에게만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감소세의 둔화, 여성과 청소년에서의 흡연 증가와 흡연율의 사회경제적 불평등 양상은 적극적 담배규제 정책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② 담뱃값이 인상되면 흡연율이 낮아지는가?

담뱃값과 흡연율 감소는 가격 탄력성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그동안의 국내외 연구결과들을 살펴보면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 감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이 흡연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흡연율에서의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담뱃값의 소득 역진성을 고려할 때, 담뱃값 인상이 흡연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또한 현재 시행 중인 비(非) 가격정책은 매우 불충분하며, 포괄성과 일관성에서 담배기본협약 (FCTC)에 크게 못 미친다. 최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담배값의 그림경고 포함, ‘마일드’ 같은 오도성 표현 금지, 소매점 판매대 광고 금지 등 담배기업을 대상으로 한 규제정책의 도입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담뱃값 인상이 최선의 금연정책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③ 현재의 담뱃값과 담뱃세,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가?

한국의 담배 가격은 OECD 국가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담배 가격과 국가 흡연율 사이에 뚜렷한 상관성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특히 비가격 정책의 효과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국가별 담배 가격과 흡연율 사이의 관계를 담뱃값 인상의 근거로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④ 담뱃세는 적절하게 쓰이고 있는가?

국내에서 2,500원에 판매되는 담배가격 중 담뱃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62.6%에 이르며, 이중 담배 부담금을 이용해 국민건강증진기금(이하 건강증진기금)이 조성된다. 건강증진기금에서 담배 부담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91.0%에 달한다. 따라서 담뱃값 인상의 부정적 효과를 완화시키고, 특히 소득 역진성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은 건강증진기금의 올바른 활용 문제로 귀결된다. 하지만 현재 건강증진기금의 활용이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래 일반 회계로 운영되었던 공공 보건의료 확충과 보건의료 R&D 사업이 2005년부터 건강증진기금으로 운영되기 시작했으며, 건강증진기금 예산의 절반 이상(62.7%, 2006년)은 국민건강보험 재정 지원에 쓰이고 있다. 오히려 금연 사업 관련은 전체 건강증진기금 중 채 2%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최근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강증진기금의 부과 대상은 명확한 반면, 기금이 사용되는 용처에 대한 기준은 모호하기 이를 데 없다. 더구나 기금 운용이 특별 회계를 통해 집행되기에 민주적 통제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건강증진기금의 합리적 운용 원칙과 민주적 통제 기전에 대한 개선 없이 담뱃값만 인상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3. 결론

●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2010>에서 제시한 목표를 근거로 한다면 건강한 정책이란 ‘국민의 건강 수명을 연장하고 건강 형평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이 맥락에서 담배규제정책은 흡연율을 감소시키고 흡연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정책이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담뱃값 인상에 대한 <시민건강증진연구소>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 담배 규제 정책은 흡연율 감소 정책뿐만 아니라 흡연 불평등 완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일수록 흡연율은 더 높으며, 현재까지의 담배 규제 정책들이 흡연불평등의 개선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흡연 불평등의 개선 없이는 전반적인 흡연율 감소를 달성할 수 없다. 따라서 담뱃값 인상을 포함하여 다양한 담배 규제 정책들의 입안과 집행 과정에서 흡연 불평등이 가장 중요한 측면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 둘째, 담배규제정책은 가격 정책과 비가격 정책을 모두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담배규제정책은 가격정책에만 치우쳐 있다. 담뱃값이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흡연율은 가격 및 비가격 정책의 영향을 받는 것이기에 이를 담뱃값 인상의 근거로 과장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담뱃갑 그림경고 도입, 판매대 광고 금지, 오도성 용어 금지 같은 비가격정책이야말로 ‘서민 물가’나 ‘국민적 정서’와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더욱 손쉽게 할 수 있는 규제정책들이다. 국민들의 건강증진이 진정한 목표라면, 가격정책 뿐 아니라 포괄적인 비가격정책들을 당장 도입해야 한다.

● 셋째, 흡연 감소 효과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담뱃값 인상은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건강증진기금의 수입과 지출의 합리화를 전제로 한다. 담배 부담금 자체의 소득역진성과 흡연율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고려할 때, 흡연자에 대한 의료 및 금연 서비스 제공에 좀 더 집중적으로 쓰여야 한다. 또한 담뱃세를 주요 재원으로 하는 건강증진기금의 합리적 운용과 민주적 통제기전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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