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는 별을 세면서
김유미 (회원)
<알림>
김유미 회원님이 보내주신 원고인데 휴가철이 지난 시점에서 싣게 된 점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글이라 회원님들과 나누고 싶어 휴가철이 지났지만 싣게 된 점을 양해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바야흐로 휴가의 계절이다.
물론 그 전은 폭우의 계절이었다. 이 난데없는 폭우가 세상사 지친 하느님의 노함이든지, 과거 기록적 강수량에 못 미치는데도 불구하고 발생한 인재라든지 하는 똑똑한 분석은 독자 분들 각각의 마음에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해를 입은 모든 분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휴가용 독후감을 쓰는 지금 내 입장에서는 더욱 미안한 마음이다.
휴가용 쪽글의 쓰임새에 맞게 올해의 가장 무서운 괴담을 먼저 한 자락 풀어놓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오늘이 8월 2일이라는 것이다! 입에도 붙지 않는 2011년은 자그마치 214일이 지났고, 무려 60%가 완료되었다! 이런 싱거운 소리나 늘어놓는 독후감은 편집자에게 재앙이자 괴담일 수 있겠으나, 분명히 나는 소재 자유, 주제 자유이며 단지 마감만 지키라는 청탁을 받았을 뿐이다.
이렇게나 시간이 빠르고 벌써 2011년의 하반기라는 것이 나에게는 단지 감상에 지나지 않지만, 내년과 그 이후의 정치로 뜨거운 분들에게는 더욱 마음을 바쁘게 하는 채근일 것이다. 이 시대의 피폐는 나 같은 게으름뱅이조차 피곤에 지쳐, 어디 묘안을 가진 고수는 없나 두리번대도록 한다. 따라서 나는 곧 각자의 전선으로 몰입될 독자들을 위해 청운을 드높이고 호연지기를 향상할 수 있는 통 큰 관점의 책을 소개코자 한다. 그 책은 바로 <구라 논픽션: 외계문명과 인류의 비밀(파토 원종우 저, 한스컨텐츠)>이다. 편집자는 나에게 단지 마감을 준수하라는 요구만을 하였음을 다시 밝혀둔다.
이 구라 논픽션(이하 썰)은 지구를 둘러싼 우주적 현상의 낯선 사실들을 통해 놀라움을 주면서 시작한다. 이 놀라움은 정파 과학의 기묘함과 사파 과학의 사실성이 혼재하는 부조화에 의한다. 우리가 매일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달과 태양의 크기는 동일한데, 이것은 태양이 400배 멀리 떨어져 있는 한편 달보다 400배 크기 때문이다! 나는 달이 항상 같은 얼굴만을 보여주는 이유가 달의 공전 주기와 자전 주기가 일치하기 때문이라는 오묘한 원리를 중학교 물리 시간에 배운 후 그 신비감에 오랫동안 몸서리쳤다. 밤하늘에서 목격되는 미확인비행물체, 달 뿐만 아니라 태양계 각종 행성에서 관찰되는 인위적인 지형, 구조물 등 이른바 사파적 현상은 저자가 오랫동안 수집한 자료와 갈고 닦은 논증에 의해 매우 과학적이고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논증은 태양계 각종 행성에는 지구에만 생명체가 있다고 하기에는 궁색한 다른 단서가 실재하지만 생명체들의 현재적 부재는 과거 발생한 대격변의 결과일 수 있다는데 수렴된다.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는 행성 Z의 파편인데, 화성과 행성 Z 사이의 큰 전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화성의 문명 몰락과 지구의 다양한 문화가 기록하고 있는 대재앙은 이로 인한다. 화성과 행성 Z는 우주적 스케일에 맞게 무기도 별을 사용하였는데, 행성 Z는 달을, 화성은 이아페투스(현재 토성의 위성)를 사용했다. 별을 파괴할 수도 있는 이런 고도의 외계 문명은 지구와 인류의 역사에 긴밀한 영향을 맺어왔는데, 초고대문명, 이집트 피라미드의 신비, 프리메이슨과 같은 은비주의, 기독교 등 그 스펙트럼이 매우 다채롭고 넓다.
이러한 광대한 스케일이야 말로 이 썰의 큰 장점이다. 우주의 공간적 광대함, 지구 역사의 시간적 광대함, 인류의 다양한 정치, 사회, 문화를 두루 포괄하는 광대함을 모두 즐길 수 있다. 나날이 미세한 것에 골몰하게 되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전환이라고 하겠다. 하다못해 모니터를 1시간 보면, 먼 산을 10분 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 썰의 또 다른 미덕은 매우 다양한 장르적 재미를 안겨주는 데 있다. 이 도서는 인터넷 신문 딴지일보에 장기간 연재하였던 기고문를 엮어 구성한 것인데, 시리즈의 호흡을 이어가면서도 각각의 단편이 독립적 구성과 재미를 가졌던 특성 때문인지 여러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미스테리와 스릴러는 기본이고, 가끔은 공포물인가 싶을 정도로 무섭기도 하다. 칼 세이건은 지구를 노리는 외계인이 있다면 공들여 침략하기보다는 자멸하기를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는데, 진실의 저 너머에 있는 무엇인가가 과거 지구에서 문명을 발흥하고 자멸한 후 우리를 지켜보는 우리의 과거일 수 있다는 데까지 이 썰이 뻗어나가는 대목을 읽다보면, <혹성 탈출>에서 찰톤 헤스톤이 유인원이 지배하는 외계 혹성에서 탈출하여 긴 방황 끝에 무너진 자유의 여신상에 이르게 되었던 전율의 재미마저 일부 느낄 수 있다.
본디의 연재물과 이 도서가 어떻게 구성이 다르고 주제가 변주되었는지는 평가할 수 없는데, 이는 딴지일보의 초유의 해킹과 자료 손실에 의해 과거 연재물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독후감 거리가 절로 줄었으니 나로서는 사사로이 좋은 일이나, 딴지일보라는 분방한 자유 신문에 가해진 악의적 테러는 유쾌하지 않다. 과학의 저 너머에 무엇인가 있다는 내용의 이 책은, 책의 바깥에서도 현실의 저 너머에 무엇인가가 있음을 상황적으로 웅변하고 있다. 이 놀라운 평행 이론!
독자 여러 분들도 이번 휴가에는 쪼잔한 마음새나 세상 걱정은 버리고 거대한 우주를 생각하시라. 모든 것들은 다 제대로 돌아갈 것이다. 덧불여 별을 세면서 그리운 이름을 부르는 것은 기본 기술 중 하나이다. 향후 닥칠 몰감성의 시대를 대비하는 적절한 자양분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