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연구통

분열된 사회는 건강을 악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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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풀 연구通] 배제와 혐오, 모두에게 해롭다

민동후 시민건강연구소 영펠로우

 

한국 사회는 한층 더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2017년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다문화 가구원은 96만 명에 이르며(관련자료), 가장 최근의 이민자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88만 명의 외국인이 한국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관련자료). 이미 이주민 2백만 명 시대가 되었고, 작년에는 예멘 출신 난민들의 수용 여부가 사회적 의제가 될 만큼 이주 관련 이슈는 한국 사회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인권의 측면에서나 사회통합의 측면에서나 다양한 구성원들이 한국 사회에 통합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민이나 난민들은 심각한 차별과 혐오를 경험하고 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에 따르면 이주민 중 63.2%가 오프라인 환경에서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비난의 대상이 될까봐 두렵다고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도 52.3%에 달했다(관련자료). 최근 UN의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의 인종차별과 혐오 문제를 지적한 것 또한 이러한 조사 결과와 일맥상통한다(관련기사).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배제와 차별이 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최근 국제학술지 <유럽 공중보건 학술지>에 실린 네덜란드 연구팀의 논문은 이를 잘 보여준다.(바로가기 : EUOECD 국가에서의 사회적 배제 혹은 포함과 건강 간의 연관성 : 체계적 문헌고찰). 이전에도 사회적 배제 또는 사회적 포함과 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살펴보는 연구 논문들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연구자들에 따라 사회적 배제를 정의하고 측정하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에, 사회적 배제의 다면적 특성을 반영하여 건강과의 연관성을 종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2015년부터 2018년 1월까지 전 세계에서 발표된 논문 6,061편 중 질적 평가 기준에 부합하면서 사회적 배제/포함과 건강 사이의 관계를 통계적 수치로 제시한 논문 22편을 선정하여 질적 종합을 시도했다. 선정된 논문들은 모두 최소 2개 이상의 영역으로 사회적 배제/포함을 정의한 것들이었다.

 

연구진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의에 따라 사회적 배제/포함의 4가지 구성 영역을 구분했다. 첫째, 사회적 관계와 관련된 영역, 둘째, 기본적 재화를 갖거나 서비스를 받는지와 관련된 경제적 영역, 셋째, 안전하고 적절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그들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와 관련된 정치적 영역, 넷째, 낮은 노동 윤리의식, 사회 보장 제도의 남용 등과 같은 규범적 영역에서 사회의 핵심 가치를 준수하는지 여부와 관련된 문화적 영역이 그것이다.

 

이후 연구진은 에이즈 환자, 싱글맘 등 사회적 배제의 피해 위험이 높은 이들과 일반 인구집단을 구분하고, 건강 역시도 정신적 측면의 건강, 신체적 측면의 건강, 주관적 건강 수준 같은 일반적 건강의 영역으로 구분하여 각 집단별 혹은 건강 영역별로 사회적 배제/포함이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토하였다.

 

분석결과 높은 수준의 사회적 배제를 경험하거나 낮은 수준의 사회적 포함 상태는 모든 인구집단에서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반 인구집단의 경우 일반적 건강 수준과 사회적 배제/포함 사이에도 부정적 연관성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인구집단 수준에서 정신 건강 향상을 위해서는 치료적 접근 뿐 아니라 경제적 박탈, 고용, 교육, 주거 같은 삶의 필수적 영역들에서 배제되는 이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논문은 OECD 회원국과 유럽연합 국가들 전반에 대해 논지를 전개하고 있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현재 한국사회에는 ‘한남충’, ‘김치녀’, ‘틀딱’, ‘급식충’ 등 성과 세대를 막론하고 혐오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주민과 난민, 성 소수자 등의 사회적 소수자는 더욱 쉽게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기 쉽고 위에 언급한 다양한 영역들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모두의 건강을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회적 위험’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이유이다.

 

 

* 서지정보

Addi P L van Bergen, Judith R L M Wolf, Mariam Badou, Kimriek de Wilde-Schutten, Wilhelmina IJzelenberg, Hanneke Schreurs, Bouwine Carlier, Stella J M Hoff, Albert M van Hemert; The association between social exclusion or inclusion and health in EU and OECD countries: a systematic review, European Journal of Public Health, , cky143, https://doi.org/10.1093/eurpub/cky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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