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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성명] 고립과 빈곤으로 죽음을 맞는 일이 더는 없기를 – 탈북 모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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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과 빈곤에 내몰렸던 탈북 모자의 죽음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며칠 전에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탈북민의 소식이 또다시 전해졌습니다. 이들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탈북 모자 사망 사건 이후 정부는 탈북민 정착지원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한다고 발표했습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과 겹쳐집니다. 당시에도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며 기존의 통합급여로 운영되던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개별급여로 분리하고, 긴급복지지원 대상을 늘리며, 단전단수나 건강보험료 체납 정보를 통해 수급권자를 ‘발굴’한다는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세 모녀 법’ 시행 이후에도 복지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았고 빈곤에 내몰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은 반복적으로 들려왔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담당 공무원이 이혼한 남편으로부터 ‘확인서’를 받아오라고 요구했다는 것처럼 복지제도를 이용하는 과정은 ‘자격’ 여부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 받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정부는 이번 사건에서 “신청할 수 있는 복지제도가 있었는데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신청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살피지 않는다면, 보완책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땜질식 처방에 불과합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목표한다고 하지만, 까다로운 선정기준과 낮은 보장수준은 수급자가 되기도, 수급자로 살기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빈곤층은 까다로운 복지제도 안에서 자신의 빈곤과 필요를 스스로 입증해야만 하는 덫에 빠집니다.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는 등 비수급 빈곤층이 발생하는 문제를 해소하고, 보장수준을 대폭 강화하지 않는다면 이 같은 비극은 계속 될 수밖에 없습니다. 복지 대상자를 ‘발굴’하여 ‘죽지 않을 정도만’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누리며 삶의 품위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인권의 원칙하에 구축해야 할 보편복지의 문제입니다.

 

또한 이번 사건은 탈북민 3만 시대라는 지금 한국사회에서 탈북민은 어떻게 규정되어 왔는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처음 한국에 온 탈북민은 정착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수개월을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상태로 국정원의 조사를 받습니다. 왜 왔는가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과정에서 간첩으로 조작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국정원 조사를 거쳐 정착 결정이 난 탈북민은 하나원에서 합숙교육을 받은 뒤 비로소 한국사회에서 살아갈 ‘자격’을 부여받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적대와 의심은 살아가는 매 순간 따라붙습니다. 다양한 동기로 왔지만, 한국사회는 북한 체제의 비인간성을 폭로하는 탈북민의 이야기만을 소비해왔습니다. 한국사회에서 탈북민은 보수정치세력에 동원되고, 안보강사로 활동하면서 남한 체제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유의미한 자원으로서만 탈북 경험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 탈북은 차별과 배제의 이유가 되기에 감추고 숨겨야만 합니다.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를 온전히 드러낼 수 없는 조건에서 탈북민은 더욱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숨 막히는 유리벽 속에 우리를 가둬놨다”는 말은 한국사회에서 탈북민으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이번 사건으로 정부는 탈북민을 ‘보호’하기 위해 정착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합니다. 보호해야 할 대상에만 머무는 것으로는 한국사회가 규정해온 탈북민의 위치를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누구라도 존엄하게 살아가기 위해 누려야 할 권리의 주체로, 동등한 시민으로 탈북민의 경험과 이야기가 들릴 수 있어야 합니다.

 

탈북 모자의 안타까운 죽음에 추모가 이어졌습니다. 이 추모는 고립과 빈곤, 차별과 배제라는 유리벽을 깨는 변화로 이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유리벽은 한국사회가 탈북민들의 고향이기도 한 북한에 대해 가지는 폄하와 무시가 만들어낸 것이기도 합니다. 고립과 빈곤 속에 죽을 수밖에 없었던 많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애도하며, 그 변화를 위한 과정에 함께 하겠습니다.

 

2019년 9월 6일

 

남북시민통합연구회, 빈곤사회연대, 시민건강연구소, 인권운동사랑방,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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