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연구통

차별적 뉴스 자체가 성소수자 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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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수수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설 연휴를 전후로 이어진 트랜스젠더 변희수 하사의 강제 전역, 트랜스젠더 A씨의 숙명여대 입학 포기 관련 뉴스들은 희망과 실망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예전에 비해 사회가 훨씬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과, 여전히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인가라는 실망 말이다.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배척하는 이들과 옹호하는 이들이 격돌하고, 그 어느 때보다 성소수자, 특히 ‘트랜스젠더’라는 단어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지만, 정작 대다수의 당사자들은 자신을 드러내놓고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내 문제임에도 내가 나설 수 없는 상황, 나의 정체성과 존재를 부정하고 배척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연일 TV에서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제 아무리 ‘멘탈’이 강한 사람이라도 우울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왁자지껄한 명절 분위기에 거실 TV에서 흘러나오는 이런 뉴스가 나 홀로 외딴섬에 있다고 느끼게 만들지도 모른다. 특히 성정체성이나 지향 때문에 남모를 고민과 혼란을 겪고 있는 청소년이라면 더욱 그렇다.

 

바로 지난 달, 미국 시애틀 아동 병원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청소년 건강저널 Journal of Adolescent Health)에 발표한 논문은 트랜스젠더와 성별부적합(Transgender and Gender Nonconforming, 이하 TGNC) 청소년이 TGNC나 성소수자를 식별하는 내용의 뉴스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탐구하고 있다.

 

연구팀은 미국 시애틀 아동 젠더 클리닉을 통해 23명의 TGNC 청소년을 모집하여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의 나이는 13세에서 19세 사이였고, 참여자 대부분이 백인(82%)이었으며, 성 정체성은 다양했다. 10명(43%)이 성전환 여성(trans-feminine)이었고, 9명(39%)은 성전환 남성(trans-masculine)이었으며, 4명(17%)은 논바이너리/젠더였다.

 

인터뷰는 TGNC 청소년들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탐구하기 위해 개발된 인터뷰 가이드를 기초로 이루어졌다. 이 중 한 부분은 성소수자에 대한 대중매체 보도의 영향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포함되어 있다.

 

(1) 트랜스젠더나 성소수자와 관련된 전국 또는 지역 뉴스 기사는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2) 그러한 기사들이 당신의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3) 뉴스에 실린 내용에 대한 인식이 당신의 성전환 계획에 영향을 주었는가?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결과로 요약할 수 있었다.

첫째, 현재의 정치적 환경에 대한 뉴스 보도는 청소년들의 성 전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연구 참여자들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호르몬치료와 수술에 대한 접근을 제거하거나 차단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었다. 그러한 우려가 클수록 의료적 성전환을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

둘째,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뉴스보도는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고, 특히 안전에 대해 염려하게 만들었다.

셋째, 대부분의 연구 참여자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대중매체 보도가 어떻게 그들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했다. 모든 연구 참여자들, 특히 TGNC는 그들의 군 복무 역량을 부정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웅직임으로 인한 자신들의 부정적 정서 상태를 언급했다. 일부 참여자들은 TGNC를 대상으로 화장실에서 벌어진 폭력 사건, 2016년 올랜도에서 일어난 펄스 나이트클럽 총격 사건처럼 특정 성소수자와 관련된 뉴스로 인해 안전에 대한 불안, 두려움, 좌절감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이러한 사건이 일어난 지역의 청소년들은 더욱 큰 불안과 두려움을 느꼈다.

넷째, TGNC에 대한 긍정적인 뉴스 보도는 가시성과 개인적 희망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연구 참여자들은 대중매체의 TGNC에 대한 부정확하고 왜곡된 묘사에 좌절감을 느꼈다. 또한 그러한 왜곡이 TGNC에 대한 오명을 가져오고,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성소수자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들며, 혐오 행위를 더욱 부추길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TGNC에 대한 보도 자체가 늘어나면 존재의 가시성으로 인해 TGNC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긍정적인 뉴스보도도 뒤따른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TGNC에 대한 긍정적인 뉴스를 접하면, 행복감과 개인적 희망이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일부 참여자들은 개인적인 삶에서는 고립감을 느꼈지만, 긍정적인 뉴스 기사를 보면서 자부심과 공동체 의식을 느꼈다고도 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TGNC 관련한 긍정적인 뉴스 보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지역적, 국가적 수준에서 부정적인 뉴스에 직면했을 때 성소수자 청소년들이 회복탄력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공동체 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변희수 하사는 기자회견에서 현실에 대한 절망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함께 이야기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 인식, 부당한 법제도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지만, 지금까지 자신을 지지해 줬던 전우들에 대한 고마움과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 조직문화에 대한 희망을 언급했다. 숙명여대 입학을 포기한 A씨 역시 현실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미래에 대한 희망과 도전을 이야기했다. A씨는 트랜스젠더 변호사 박한희 씨에 대한 기사를 보고, 변호사의 꿈을 키웠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의 반대를 보며 두려움으로 입학 포기를 선언했지만, 꿈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자신을 지지해준 이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며, 그 연대의 정신을 잊지 않고 다른 곳에서 노력하겠다는 희망을 말했다. 커밍아웃한 트랜스젠더 변호사 박한희 씨는 “혐오의 목소리가 커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며, “점점 더 편견 없이 판단하고 대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A씨를 응원했다. 변희수 하사나 A씨의 사례도 트랜스젠더 변호사 박한희 씨의 사례처럼 우리 사회 성소수자 청소년들에게 자부심과 공동체의식을 느낄 수 있는 뉴스로 기억되길 바란다.

 

대중매체의 글과 영상 뒤에 엄연히 ‘사람’이 있다. 자신을 드러낼 수 없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인권보도준칙을 외면한 언론의 태도야말로 성소수자가 홀로 상처받고 자신을 드러내기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자, 혐오의 기폭제라는 점을 깊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서지정보

 

Pham, A., Morgan, A. R., Kerman, H., Albertson, K., Crouch, J. M., Inwards-Breland, D. J., Ahrens, K. R, & Salehi, P. (2020). How are transgender and gender nonconforming youth affected by the news? A qualitative study. Journal of Adolescent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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