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연구통

여성의 정치대표성, 왜 확대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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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다슬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코로나19 유행 우려 속에서 선거가 치러진지 벌써 2주일이 지났다. 총선 결과에 대한 평가와 정치적 의미를 둘러싼 논쟁도 이미 활발하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은 여러 가지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최종 투표율 66.2%로 14대 총선이 치러진 1991년 이후 28년 만에 최고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여당이 전체 의석의 5분의 3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주목할 만한 결과들이 있지만, 특히 눈여겨 볼 것은 당선된 여성의원의 비율이다. 총 300명의 당선자 가운데 여성의원은 57명(지역구 29명, 비례대표 28명)으로, 300명 국회의원의 19%를 여성이 차지하게 되었다. 2017년 기준 OECD 회원국의 평균 여성의원 비율 28.8%, UN 평균 23.4%와 비교하면 낮은 수치이지만, 이 ‘19%’는 한국 의회 역사상 ‘최고’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19%’라는 숫자는 여성의 정치대표성을 확대하고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비례대표직 50% 여성할당제와 교호순번제(후보자명부 홀수 순위에 여성 추천) 덕분에 채워진 숫자이기 때문이다. 수년째 지역구 여성할당제(지역구 후보 30%를 여성으로 공천)는 권고에 그치고 있다. 그 결과, 21대 총선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1,118명)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19%(213명)에 불과했고, 지역구 당선자 253명 가운데 여성의원 비율은 후보자 비율보다 낮은 11.5%에 그친다.

 

여성의 대표성을 보장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 많은 연구들이 정부의 여성정치인 비율이 증가하면 재분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 결과, 정부의 사회지출도 증가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다. 높은 여성정치인 비율은 인구집단의 건강 증진과도 관계있다. 이번 주 서리풀 연구통에서는 캐나다의 10개 주정부(뉴펀들랜드, 프린스 애드워드 아일랜드, 노바스코샤, 뉴브런즈윅, 퀘백, 온타리오, 매니토바, 서스캐처원, 알버타, 브리티시컬럼비아) 내 여성정치인 비율이 남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논문을 소개한다 (논문 바로가기: 정부의 여성 비율이 인구집단 건강에 미치는 영향 – 생태학적 분석, 1976-2009).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주정부의 여성정치인 비율이 높을수록 여성은 물론 남성의 사망률도 감소한다.

 

연구는 투표로 선출된 여성정치인의 비율이 전세계적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이러한 변화가 입구집단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어떻게’ 미치게 될 것인지 질문한다. 연구진은 선출된 여성 정치인들이 남성 정치인들에 비해 더욱 평등주의적인 태도를 취하며, 실질적인 여성 권리 증진에 가치를 둔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들은 성별 동일임금, 여성 폭력 문제, 사회서비스, 가족(돌봄)정책, 보건의료 정책 등 사회정책에 대한 정부지출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정책에 대한 정부지출의 증가가 인구집단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정리하자면, 여성정치인의 비율이 높을수록 정부의 사회적 지출이 증가하므로, 인구집단의 건강이 향상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가설이 타당한지 확인하기 위해서 캐나다 주별 선거관리위원회와 통계청 사회경제정보관리시스템으로부터 1976~2009년까지 34년 동안의 자료를 사용하여 주정부의 여성의석비율과 사회지출, 그리고 연령표준화 사망률(인구 1,000명 당)의 관계를 분석했다. 이때 주정부의 여성의석비율은 1960년대부터 기준연도까지 매년 주정부 여성의석비율의 누적 총합을, 사회지출은 ① 의료(medical) 서비스, ② 예방 서비스, ③ 고등교육, 그리고 ④ 이외 저소득층 대상 사회서비스 부문의 지출 평균값을 사용했다.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남성과 여성, 그리고 남성과 여성을 합친 전체 인구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는 저자들의 주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주 정부 여성의석비율과 사망률의 추이를 살펴보았더니 여성의석비율은 1976년 4.2%에서 2009년 25.9%로 약 6배 증가했고, 총 사망률은 1천 명 당 8.85명에서 5.53명으로 34년간 약 1.6배 감소했다. 두 지표 간의 연관성을 살펴보면, 여성의석비율은 전체 인구, 남성, 여성의 연령표준화 사망률 감소와 관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여성의석비율은 사망률을 직접적으로 감소시키기도 했지만, 연구진의 가설처럼 사회지출을 통해 간접적으로 감소시키기도 했다.

 

여기에 더하여 논문은 흥미로운 두 가지 결과를 추가한다. 첫째, 여성의석비율은 여성보다는 남성의 사망률 감소와 더 뚜렷한 연관성을 보였다. 여성의석비율이 1천 명당 한 명의 남성 사망률 감소와 연관되었다면, 여성 사망률은 천 명당 0.44명만이 감소했다. 둘째, 여성정치인이 어떤 정당(좌파, 우파, 또는 중도파)에 속하는지와 상관없이 여성의석비율은 연령표준화 사망률의 유의한 감소와 관련이 있었다. 다만 정부 당파성에 따라 감소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났다. 좌파정당 소속 여성의석비율이 1천 명당 0.35명의 사망률을 감소시킬 때, 중도정당 소속 여성의석비율은 천 명당 0.39명, 우파정당 소속 여성의석비율은 천 명당 0.21명 사망률 감소와 관계있었다. 연구는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여성 정치대표성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국에서는 여성 정치대표성 확대를 위해 대표적으로 「공직선거법」의 여성할당제와 「정치자금법」의 여성추천 보조금제도가 존재한다. 여성할당제는 앞서 소개했듯 비례대표직(50%)과 지역구(30%) 후보의 일정 비율을 여성후보자로 구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성추천 보조금제도는 여성후보를 추천한 정당에게 국고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여성의 정치대표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다. 반복하지만, 지역구 여성할당제는 여전히 권고로 남아있다. (인센티브제와 연계한) 여남동수제, 여성정치인 발굴, 공직선거에서의 여성후보 추천 확대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자료 바로가기), 여성의 정치대표성 확대를 위한 논의는 사실상 부족한 실정이다.

여성 정치대표성 확대를 위한 노력은 성평등이라는 규범적 차원 뿐 아니라 건강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오늘 소개한 연구결과처럼 여성의 정치대표성 확대는 비단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이롭다.

 

2015년, 캐나다 쥐스탱 트뤼드 총리는 남녀동수 내각을 구성한 이후,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2015년이잖아요!(Because it’s 2015!)”. 5년이 흐른 2020년, 한국사회는 여전히 낮은 여성 정치대표성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정부 내각의 여성비율이 처음으로 30%를 넘었고, 어찌되었든 여성의원 숫자도 ‘역대 최다’를 기록했으니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여러 여성 공직자들이 미성년자 성착취물 같은 젠더 폭력 이슈에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모습을 보면, 기대가 더욱 커진다. 2022년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는 더 많은 여성 정치인들을 볼 수 있기를, 특히 성평등과 사회보장, 건강권 이슈에 더 큰 목소리를 내는 여성 정치인들을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서지정보

EdwinNg, Carles Muntaner, The effect of women in government on population health: An ecological analysis among Canadian provinces, 1976–2009. SSM – Population Health 2018;6:141-148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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