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고래가 그랬어: 건강한 건강수다] 내 잘못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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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198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 김성이 이모,  그림: 최연주 이모

 

스마트폰을 이용하다 보면,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친구로 지내는 일이 생겨.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으로 친해지거나, 게임을 하다가 알게 되거나, 좋아하는 연예인의 팬클럽 활동을 하거나, 채팅 앱을 통해 소통하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즐겁지만, 위험한 상황 또는 범죄에 노출되기도 해.

지난 3월 여성가족부 발표를 보니,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작년보다 늘어났어. 이 중 91.4%가 메신저나 소셜미디어, 앱을 통해 이뤄졌지. 알다시피 성추행·성매수·성착취 등 성범죄는 정말 끔찍한 짓이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이렇게나 많다니!

 

최근에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어. 동무도 소식 들었을 거야. 일부 남성들이 메신저를 이용해 10대 아동·청소년, 성인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어. 성적으로 협박하고 착취하며 오랜 시간 동안 지독하게 괴롭혔지.

 

게임용 메신저인 디스코드나 채팅 앱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범죄가 일어나. 이들은 먼저 우리가 올리는 사진이나 프로필을 통해 나이가 어리다는 걸 확인해. 그리고 비슷한 또래나 언니인 척하면서, 경계심을 허물어. 처음에는 다정하게 얘기도 들어주고 칭찬도 하면서 친분을 쌓아. 이걸 온라인 그루밍이라고 해. 더 친해지면 이름과 주소, 학교, 전화번호 같은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얼굴과 몸이 나온 사진을 보내 달라고 해.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친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흔쾌히 알려줄 수 있겠지. 그때부터 주변에 이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해. 하기 싫은 일을 시키고, 성적인 사진이나 관계를 요구하는 등 함부로 대하고 괴롭히지. 사람이 갑자기 무섭게 변하니까 피해자들은 겁이 나서 그들이 하라는 대로 따르게 돼.

 

 

만약 모르는 사람이 개인정보를 묻거나 몸 사진을 요구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일 먼저 주변에 믿을만한 어른에게 도움을 청해야 해. 만약 말했을 때 나를 혼내는 어른이 있다면, 그 어른이 잘못한 거야. 쉽진 않겠지만, 도움을 줄 다른 어른을 찾아야 해. 전문 기관과 상의하는 방법도 있어. 이때 꼭 잊지 말아야 하는 건, 절대로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야. 상대가 먼저 자신이 누구인지 속이고 환심을 산 다음,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도록 협박한 거잖아. 전부 그 사람 잘못이고, 내 잘못이 아니야.

 

앞으로 지금보다 훨씬 쉽고 보안이 철저한 프로그램이 나올 거야. 하지만 그걸 누군가를 괴롭히고 범죄를 저지르는 데 쓰기로 마음먹는다면, 피해를 막을 수는 없어. 우리가 아무리 안전하고 현명하게 스마트폰을 이용한다고 해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고. 때문에, 모두가 온라인에서 만나는 사람이 나와 같은 존엄한 인간이라는 걸 알아야 해. 그래야 누군가에게 고통과 위험이 되는 일을 강요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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