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세계보건기구의 연대협력 요청에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응답하라
지난 5월 29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세계가 코로나 19 대응을 위한 과학기술에 공평한 접근을 할 수 있도록 전세계 정부, 비정부기구, 과학자, 연구자, 시민사회의 연대 행동을 요청했다. 우리는 세계보건기구의 연대 요청을 환영한다. 한국 정부, 기업, 과학자, 연구자는 세계보건기구의 연대 행동 요청에 책임 있게 응답해야 한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 치료제, 진단 기구 등은 전세계적으로 충분한 양이 생산되고 공평하게 배분되어야 한다. 더불어 개발자나 기업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리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로 전세계 사람들에게, 특히 가장 취약한 국가의 사람들에게는 무료로 제공되어야 한다. 현재 일부 국가 및 제약회사들이 보이고 있는 근시안적인 국가주의적, 민족주의적 경쟁은 코로나 19 유행 종식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 뿐이다.
지난 5월 18일과 19일 열린 73차 세계보건총회에서 여러 나라 대표들이 코로나19의 진단, 치료, 예방을 위한 도구를 ‘전지구적 공공재’로 명명하고 이에 대한 보편적이고, 평등하며, 협력적인 접근을 요청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해당 주체의 자발성에 기댈 수만은 없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73차 세계보건총회 기조 연설에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국경을 넘은 협력을 강조했다. 개발된 백신과 치료제는 인류를 위한 공공재로서 전 세계에 공평하게 보급되어야 한다고 얘기했고, 한국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WHO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한국 정부는 정작 세계보건기구의 연대 행동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세계보건총회에서 치료제와 백신을 공공재로 하자고 연설해 놓고 행동은 다르게 하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한국 정부는 세계보건기구의 지식 풀에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K 방역을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진단, 방역과 관련된 기술과 지식, 데이터, 노하우를 전 세계에 공유하여 연대 행동에 앞장 서야 한다. 또한 국가 연구개발을 발주할 때 코로나19 관련 연구성과물은 세계보건기구의 지식 풀에 공유할 것을 조건으로 내 걸어야 한다.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공공재로 하기 위해 반드시 개선해야 할 국내 제도가 있다. 바로 지식재산기본법이다. 특허청과 대한변리사회가 우리나라에 이식해 놓은 일본의 법률인 지재법은 지식의 공유가 아니라 지식의 사유화(지식재산의 창출, 보호, 활용)를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WHO의 지식 공유 풀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세계보건총회에서의 공공재 주장도 지식재산기본법에 저촉되게 된다. 이런 법률을 버젓이 두고는 세계보건기구의 연대행동에 동참하기 어렵다.
이러한 국내 제도의 개선과 함께 세계보건기구의 지식 공유 풀에 정부와 공공연구 기관, 대학, 민간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민관 협의체의 구성을 제안한다. 국회도 원 구성이 끝나는 대로 협의체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이번 세계보건기구의 코로나19 연대 행동은 지식의 사유화와 상품화가 날로 심해지는 한국의 제도와 현실을 바로 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2020. 06. 03.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과 대안,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시민건강연구소, 지식연구소 공방, 참여연대,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서울YMCA 시민중계실,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성남무상의료운동본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전국정보경제서비스연맹)
(첨부 1) 세계보건기구(WHO)의 연대행동 요청 전문 (국문번역) 바로가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