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코로나19와 ISDS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에 보내는 서한 (2020.06.26)

440회 조회됨

코로나19와 ISDS에 대한 시민사회 단체들의 공개서한

 

일자: 2020년 6월 26일

수신: 문재인 대통령

참조: 강경화 외교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발신: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공공연구노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시민건강연구소,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국금속노동조합, 주권자전국회의, 지식연구소 공방, 참여연대, 한국모유수유넷 (13개 시민사회단체)

 

전 세계 90개 이상의 나라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와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 630개 단체들이 코로나19와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에 대한 공개서한을 각국 정부에 보내고 있습니다. 발신인 단체들은 이 서한에 연명하였거나, 서한에는 연명하지 않았더라도 서한의 주장과 취지에 동의하는 단체들입니다.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전 세계 수많은 단체들이 ISDS에 관한 각국 정부의 긴급한 조치를 촉구하는 이유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가 ISDS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이러한 우려는 당장 현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해외 여러 로펌들이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정부들의 조치에 대해 ISDS를 제기해 배상을 받는 돈벌이가 가능하다고 투자자들에게 자문을 해 주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많은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이하게도 “제3자 자금지원(third party funding)” 사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1] “제3자 자금지원”은 ISDS 분쟁에서 이겨 국가로부터 받은 배상금을 투자자와 제3자가 나눠 갖는 사업모델로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ISDS 분쟁사건에도 연루되어 있다는 점은 우리 정부가 유엔 국제상거래위원회 (UNCITRAL)에 공식 문서[2]를 제출할 당시 인정한 바 있습니다. 또한 많은 정부가 코로나19 위기에 직면했던 2020년 3월 1일부터 5월 25일 사이에 발생한 ISDS 분쟁 사건이 12건에 달합니다. 이 사건들과 코로나19 관련성은 추가 분석이 필요하지만, 페루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조치에 대해 ISDS 위협을 실제로 받기도 하였습니다.

2012년 론스타의 ISDS를 시작으로 우리나라를 상대로 제기된 ISDS 분쟁에서 청구된 배상액이 117억 달러에 달합니다. 불과 7년만에 약 14조원의 분쟁에 휘말린,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의 폭발적인 증가세입니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조치마저 ISDS 분쟁에 휘말리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이 서한의 발신인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에서 요구하는 6가지 조치를 빨리 취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통상관료들과 국내 로펌, 그리고 이른바 ‘중재산업계’의 유착 고리를 빨리 끊어내고, ISDS 출구 전략을 시민사회와 공동으로 마련하여 우리나라의 헌법과 공공가치를 무시하고 외국인 투자자에게 일방적인 특혜를 베푸는 ISDS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결단을 내려 주시기 촉구합니다.

 

2020년 6월 26일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회⋅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공공연구노조⋅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시민건강연구소⋅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전국금속노동조합⋅주권자전국회의⋅지식연구소 공방⋅참여연대⋅한국모유수유넷

 

<첨부>

  1. 공개서한 영문 및 전 세계 연명 단체 명단 및 부속문서(Annex)  https://wp.me/P6NxJb-1tc
  2. 공개서한 국문 번역본

 

공개서한 국문 번역본

우리는 오늘 귀하에게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대유행과 그에 따른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취한 조치들로 인해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ISDS) 사건에 직면하지 않도록 앞장서 줄 것을 촉구하기 위해 이 서한을 보냅니다. 전 세계 여러 정부들이 생명을 구하고, 대유행을 막고, 일자리를 지키고, 경제적 재난에 대처하고, 국민들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치들은 전례없이 강도높은 것들로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ISDS 제도는 적용 범위가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정부의 이러한 필수적인 조치들도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배상 청구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관련 ISDS 배상 청구는 전례없는 건 수로 늘어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충격적인 공중보건 위기와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부에게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울 수 있습니다.

ISDS는 다양한 형태로 많은 무역 협정과 투자 협정에 조문화되어 있습니다. ISDS는 외국인 투자자에게(좀 더 정확하게는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국내 법원을 통해서 구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의 배상을 구하는 분쟁을 국가의 사법 체계를 벗어난 비밀 중재기관에 제기할 수 있도록 합니다. ISDS 제도로부터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 변호사들은 이미 ISDS 제도를 활용해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각국 정부가 취한 조치들에 대해 막대한 배상을 받는 데에 관심이 있는 기업 고객들을 물색하고 있습니다. 로펌들과[3] 통상 전문가들,[4] 유엔 기구[5]와 인권 전문가들[6]은 이미 ISDS 분쟁의 급물살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전문 법률 학술지들도 추측한 것처럼, “지난 몇 주가 [ISDS 사건의] 호황의 시작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7]  실제로, 아르헨티나의 금융위기나 아랍의 봄과 같은 과거의 위기 상황은 여러 ISDS 분쟁 사건으로 이어졌습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 중 ISDS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조치들로는 다음의 예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영업 활동을 제한하거나 폐쇄하는 조치.
  • 민간 병원의 시설을 강제 사용하거나, 민간 의료 공급자를 공적 통제 하에 두거나, 제조업체에게 인공호흡기 제작을 요구하는 등 보건 체제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조치.
  • 가계 및 사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또는 임대료 면제를 의무화하는 조치.
  • 코로나19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략 기업들의 해외 인수 방지 조치.
  • 공공요금을 동결하고 공급중단을 유예함으로써 손 씻기 및 위생에 필요한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조치.
  • 의약품, 진단장비와 백신을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유지하는 조치.
  • 채무 재조정 조치.

코로나19 관련 ISDS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 그로 인한 배상은 막대할 수 있습니다. 알려진 ISDS 사건 1,023건 중 13건은 미래 이익 손실을 포함하여 10억 달러 이상으로 결말(중재부의 배상 결정 또는 합의)이 났습니다.[8] 공개된 ISDS 사건들을 살펴보면, 2018년 말까지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배상하라고 명령을 받거나 배상하기로 합의한 금액은 미화 880억 달러에 달합니다.[9] 일부 개발도상국들은 현재 수십억 달러의 ISDS 사건에 휘말려 있습니다.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느라 정부 자원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공적 자금을 생명과 일자리, 생계를 살리는 데에 쓰지 못하고, ISDS 분쟁에 대응하는 법률 비용이나 배상금 지불에 전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코로나19와의 싸움이 계속되리라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많은 사례들이 규제 위축 효과를 불러와 정부는 배상금 지불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들을 완화하거나 연기 또는 철회하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국 정부가 첫번째 ISDS 사건이 터지지 전에 아래의 조치들을 시급하게 즉각 취할 것을 촉구합니다.

  1. 외국인 투자자의 주장에 대해 그것이 코로나19와 관련되어 있다고 국가가 생각하는 경우에는 어떠한 형태로는 ISDS의 적용을 영구적으로 제한한다.
  2. 코로나19 위기와 싸우면서 조치를 취한 어떤 정부를 상대로 한 모든 사안에 대해 대유행의 대응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동안에는 모든 ISDS 사건을 중단한다.
  3. 코로나19 대유행 동안에는 ISDS 배상을 위해 공적 자금이 기업에 지출되지 않도록 보장한다.
  4. ISDS를 포함하는 새로운 협정의 협상이나 서명, 비준을 중지한다.
  5. ISDS가 포함된 기존 조약들을 폐기하고, ‘생존 조항(survival clause)’이 조약의 폐기 이후에도 분쟁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도록 한다.
  6. 코로나19로 드러난 위협에 비추어 볼 때, ISDS가 포함된 현행 조약들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하여 취지에 부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우리가 요구하는 조치들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이 서한에 첨부된 본 서면의 부속문서(Annex p12)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귀하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하는 정부의 의무가 투자자들이 ISDS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을 압도하여 안전하게 보호되도록 즉시 행동에 옮길 것을 촉구합니다.

시민건강연구소 정기 후원을 하기 어려운 분들도 소액 결제로 일시 후원이 가능합니다.

추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