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고래가 그랬어: 건강한 건강수다] 아프면 쉴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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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01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 이주연, 그림: 박요셉

 

아파도 쉬지 않고 학교에 갔던 경험 있니? 수업에 집중도 안 되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도 힘들었을 거야. 만약 감염병에 걸렸다면,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어서 더 위험해. 매일 아침 일터로 출근하는 노동자라고 상상해 봐. 어느 날, 열이 나고 기침을 하고 목이 아프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아플 땐 집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필요하다면 치료를 받아야겠지. 아플 때 쉬는 건 모두의 권리야. 하지만 여전히 많은 노동자가 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어. 한국 근로기준법에서는 아플 때 쉴 권리, 병가를 보장하지 않고 있거든. 병가는 정신적·육체적 질병으로 인해 일정한 기간을 쉴 수 있도록 얻는 휴가야. 법이 보장하지 않으니, 각자 다니는 회사에서 이 휴가를 보장해 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더 중요한 문제도 있어. 병가를 쓸 수 있어도 휴가라서 따로 임금을 주지는 않는다면? 치료비 부담에 경제적인 어려움마저 겪어야 한다면, 차라리 아파도 쉬지 않고 일하겠다는 사람이 많을걸. 아플 때 ‘제대로’ 쉬려면 소득이 있어야겠지? 많은 시민 단체에서 병가 때에도 급여를 받아야 하고, 아픈 노동자의 소득을 일부 보장하는 ‘상병 수당’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아픈 노동자는 쉴 수 있어야 하고, 생계유지를 위한 소득도 보장받아야 한다는 거야. 한 연구 결과를 보니, 한국 전체 노동자의 7.3%만 아파서 쉴 때 임금을 보장받는 ‘유급 병가’를 쓸 수 있대. 우리와 경제 수준이 비슷한 나라 중에서, 유급 병가와 상병 수당을 법으로 보장하지 않는 곳은 한국뿐이야.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지금, 정부는 ‘증상이 있으면 등교나 출근을 하지 말고, 집에서 충분히 휴식’하라고 권하고 있어. 지역사회 전파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야. 다행히 최근에 법 규정이 새로 생겨서 감염병으로 인한 입원 또는 격리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급여를 받으며 휴식할 수 있게 됐어. 감염병을 핑계 삼아 노동자를 부당하게 해고하는 것도 금지했지. 아픈 노동자가 충분히 쉬고 회복할 권리를 보장해야, 감염병의 전파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야. 반갑고 환영할 만한 변화야.

 

우리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언제든 아플 수 있어.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하거나, 심각한 질병에 걸리거나 오랜 시간 우울한 기분을 느낀다면, 충분히 쉬면서 회복할 시간과 생활할 돈을 보장 받아야 해. 아파도 쉬지 못하고 일해야 하는 상황, 아파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일은 없었으면 해. 아프면 쉬는 것, 우리 모두의 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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