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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상황에 맞는 코로나19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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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민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최근 코로나19 유행이 점차 심각해지면서, 언론에서 이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강원 지역은 열흘 연속으로 거리두기 1.5단계 기준인 1일 10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 중이다. 인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확진자가 많은 편이고 의료 여건도 취약하지만 언론의 관심은 주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뉴스를 통해서 우리 지역보다 수도권 상황을 더 자세히 알게 된다.

비슷한 문제의식이 다른 나라에서도 있었던 것 같다. 오늘 소개할 논문의 저자는 미국에서 매일 주(state) 단위로 확진자 수를 보고하는 것, 특히 질병의 중증도를 고려하지 않고 인구수 대비 비율이 아닌 확진자 숫자만 보고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그는 이러한 보고 방식이 인구가 많은 도시만 주목하게 만들고 인구가 적은 시골 지역은 논의에서 배제시킴으로써, 실재하는 시골지역의 위험을 보이지 않게 가려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논문 바로가기: 미국 농촌-도시 전역의 코로나19에 대한 지역사회 민감성과 회복력)

 

저자는 현재 보고 체계의 맹점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를 제안했다. 우선 인구 밀도, 지역 내 노인 인구 비율, 요양시설 등의 장소에서 집단으로 거주하는 인구의 비율, 건강 취약 인구 비율 등을 이용하여 코로나19가 지역에 미치는 위험에 대한 “민감성(susceptibility)” 지표를 만들었다. 또한 인구학적 요인, 건강 관련 요인, 취업과 임금 등 경제적 요인, 사회적 자본 등의 요인들로부터, 코로나19에서 회복할 수 있는 지역사회 “회복력(resiliency)” 지표를 만들었다. 그리고, 주 단위가 아니라 한국의 시군구에 해당하는 ‘카운티(county)’ 단위로 이를 계산했다. 대도시(큰 대도시, 중간 크기의 대도시, 작은 대도시)와 비(非)-대도시(중간 크기의 도시, 소도시, 반(半)시골, 시골 지역)로 구분하여, 각각 민감성과 회복력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 코로나19 위험의 민감성은 대도시보다는 비(非)-대도시 지역이 더 높았고, 그 중에서도 시골 지역에서 가장 높았다. 시골 지역은 노인 인구 비율이 높고, 노인 요양시설에서 유행이 발생할 위험이 높았다. 이에 반해, 대도시는 젊은 인구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건강한 인구의 비율이 높으며, 요양 시설도 적었다. 하지만 대도시는 인구 밀도가 높기 때문에 지역사회 전파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었고, 그렇게 때문에 주요 큰 대도시들은 젊고 건강한 인구의 비율이 높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19의 민감성이 매우 높게 측정되었다.

 

저자는 전체 3,079개 카운티 중, 코로나 19 위험의 민감성이 높은 20%에 속한 616개 카운티에 대해 지역사회 회복력을 측정하여 비교하였다. 회복력 측면에서도 시골 지역은 대도시에 비해 취약했다. 시골 지역은 보건 시설, 보건의료 종사자 숫자가 적었고, 환자가 발생하면 이송할 수 있는 교통시스템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요양 시설이 많기 때문에, 시설관계자가 감염되는 경우 취약 계층에게 제공되는 필수 서비스가 제한될 우려가 있었다. 시골 지역은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인구의 비율도 높았다. 이는 코로나 19 감염 시 경제적 타격을 받는 사람이 많다는 것뿐 아니라, 이를 걱정한 감염자가 검사를 받지 못해 지역사회에 더 큰 확산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도 의미하기도 한다. 시골 지역에서는 지역사회 정신건강 서비스의 접근성도 떨어졌다. 인터넷 접근성도 낮아서 원격 의료도 제한될 뿐 아니라, 재택 근무, 청소년들의 원격 수업에도 제약이 있었다. 지역내 자선단체, 사회단체 등도 적기 때문에 재난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역 내 자원이 부족하고, 이에 대해 주 정부나 연방정부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도 떨어졌다. 시골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회복력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면 산업 특성상 지역 봉쇄(락다운) 정책의 영향을 덜 받고, 월세 스트레스가 덜하다는 점을 들 수 있었다.

대도시의 경우 인종적 다양성, 이민자 비율이 높아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회복력에 부정적인 요소들이 있었으나, 나머지 영역에서는 대부분 시골 지역과 반대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에, 대체적으로 시골지역보다 회복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지역보건 담당자가 각 지역에서 특히 중요한 민감성과 취약성 요소를 파악하고, 이에 따라 지역보건 계획을 세우고 자원을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현실을 다룬 이 논문은 상황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코로나19 대응에 시사점을 준다. 미국의 시골과 비(非)-대도시에서 그랬던 것처럼, 우리 강원도 지역에서도 철원, 홍천, 속초에서는 요양원과 요양병원 감염이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과 달리 전국민 건강보험 제도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도 가난한 사람의 비율은 시골 지역에서 더 높기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문제도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들 지역에는 그동안 제공되던 각종 보건의료 서비스들이 코로나19 때문에 중단된 경우가 많다.

강원도 안에서도 비교적 젊고 건강한 인구의 비율이 높은 춘천, 원주, 강릉의 감염과 철원, 홍천,인제의 감염 양상은 다르다. 후자의 경우, 노인 감염, 요양병원이나 요양원과 관련된 감염자의 비율이 높아 중증환자 비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긴밀한 지역사회 내에서 오래된 이웃 사이 접촉으로 인한 감염이 많아 질병 회복 이후에도 이웃 간 신뢰 붕괴가 우려되는 등 타 지역과는 다른 유형의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방역 대책이 지역 특성에 맞게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실제 위험 수준에 비해 이들의 위험은 제대로 드러나지 조차 않고 있다.

강원을 비롯하여 수도권 바깥에서 코로나19는 지역사회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대도시, 특히 수도권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방역대책으로는 지역사회에 가해지는 고유한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지방의 코로나19 확산에 주의를 기울이며, 각 지역에서 취약한 부분은 무엇인지, 이를 위해 어떻게 자원을 분배하고 무엇을 해야할지, 지역에 맞는 맞춤형 진단과 계획을 좀더 구체화해야 할 때다.

 

* 서지정보:

Peters DJ. Community Susceptibility and Resiliency to COVID-19 Across the Rural-Urban Continuum in the United States. J Rural Health. 2020 Jun;36(3):446-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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