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건강연구소 김선 연구원이 호주민중건강운동(PHM Oz) 활동가인 David Legge와 함께 집필한 논문,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공평한 접근: 연구와 생산 역량을 둘러싼 협력이 핵심이다’를 뒤늦게 공유합니다.
이 논문은 2020년 10월 29일, 나가사키 원폭 피해 75주년을 맞아 나가사키대학, 노틸러스연구소(Nautilus Institute), 핵비확산 및 핵군축을 위한 아시아-태평양 리더십 네트워크(APLN)이 공동주관한 Pandemic-Nuclear Nexus Scenarios Project의 초청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초록 중 일부를 아래 번역하여 옮깁니다.
지난 20년 간의 의약품 접근 논쟁의 검토, 초국적 제약의 진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분석, 그리고 보편적 건강 보장(UHC)에 대한 증가하는 요구를 고려하여, 코로나19 대유행의 맥락에서 백신의 보다 평등한 배분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 플랫폼을 제안한다. 이러한 플랫폼의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다.
- 코백스(COVAX)의 중저소득 국가(L&MIC) 용 무상지원 부분에 대한 완전한 자금 지원
- 중저소득 국가에서 조직적 기술 이전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되는 백신 현지 생산의 급속한 확대
- 백신 개발 및 생산에 필요한 지적 재산 및 기술적 노하우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무역관련지재권협정(TRIPS)의 주요 조항 즉시 유예
- 임상시험 자료, 생산 비용, 특허 및 허가 상황 등 백신 개발 및 생산의 핵심 측면에 관한 완전한 투명성
- 고채무 중저소득 국가의 국가 채무 이자지불 및 상환 유예
미래의 대유행에 대한 보다 공평하고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다음을 포함하는 정책 이니셔티브를 지금 실시해야 한다.
- 중저소득 국가 공공 부문의 연구개발 및 제조 역량 확대
- 바이오 의약품 기술 이전 및 역량 구축에 관한 지역 및 다자간 협정
- 향후 대유행 위기상황에서 기술 풀링을 촉진하기 위한 TRIPS 협정 개정
- 대유행 위기상황에서 의무적 기술 풀링과 비교임상시험(‘Solidarity trial’) 의무적 참여를 작동할 권한을 WHO에 부여할 수 있도록 국제보건규정(IHR) 개혁
- 글로벌 연구개발 조약의 수립, 독점가격을 대체하는 대안적 혁신보상 모델(delinkage)에 대한 지속적 활성화
이 플랫폼 구현의 진전을 달성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요소는 다음과 같다.
- TRIPS 유연성의 완전한 활용, 공적 지원 연구에 대한 조건 부과(공개 라이선스), 민간 제약사의 자금에 대한 조건 부과(투명성) 등 국가 차원의 제도 개혁
- UN과 WHO 등, 중저소득 국가의 입장이 반영되면서 제도 개혁의 리더십을 제공할 수 있는 다자간기구의 보호
- 단일 지불자 UHC 및 저렴하고 효과적인 의약품 및 백신에 대한 공평한 접근에 관한 시민사회 운동
논문에서 제안한 ‘정책 플랫폼’은 제3세계네트워크(TWN)가 발간하는 Resurgence 최근호(345/346)에도 게재되었습니다(바로가기).
아래는 함께 보면 좋은 자료입니다.
- 2020년 10월 15일 호주공중보건학회(PHAA)가 주관한 웨비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공평한 접근’ 동영상 바로가기
- David Legge, Equitable access to COVID-19 vaccines: cooperation around research and production capacity is critical
- Sun Kim, Equitable access to COVID-19 vaccines: scaling up local production will be critical
- Deborah Gleeson, Advancing equitable access to COVID-19 vaccines – what can Australia do?
- 2021년 1월 27일 임소형 한국민중건강운동(PHM Korea) 펠로우와 김선 연구원이 함께 [코로나와 글로벌 헬스 와치] 시리즈로 작성한 칼럼 ‘팬데믹 시대, ‘백신 국가주의’를 비판한다: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모두를 위한 보건의료기술 배분 플랫폼 구축에 관하여’ 바로가기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코로나19 백신 각각의 특성과 개발 상황, 국내 물량 확보로만 여론이 가득 찼었는데, 그나마 올해 들어 백신 분배 논의가 ‘더 빨리, 더 많이’ 일변도에서 조금 더 나아간 점은 환영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백신 배분 논의에서 코로나19의 진정한 종식을 위한 백신의 지구적 배분 정의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완전히 물리치는 유일한 방법은 ‘모두가 안전해지는 것’이다. 이는 곧 국내에 도입될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를 잘 정하는 데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곳곳의 중저소득 국가에 백신이 공평하게 분배되도록 해야 함을 뜻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는 시장의 원리가 핵심인 자본주의 하에서 전 세계적 감염병을 퇴치하려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코백스 퍼실리티와 백신 국가주의의 경험은 각국 수장들뿐만 아니라 하루하루 고군분투하고 있는 시민들에게도 큰 숙제를 남기고 있다. 1월 18일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은 지금 세계가 코로나19 백신 유통에 있어 심각한 도덕적 실패에 직면해 있으며, 이 실패의 결과는 빈곤국 국민들의 생명을 더욱 무참히 앗아갈 뿐만 아니라 각국의 경제적 타격을 무기한으로 연장할 것임을 경고하였다. 백신 물량을 확보한 국가와 확보하지 못한 국가로 확연히 양분된 세계 지도를 보면,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자국과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사고방식으로는 지금과 같은 백신 사재기와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결국 이러한 접근법은 무역과 교류의 활성화를 더디게 함으로써 코로나19 종식을 저해할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의 공정한 지구적 배분은 ‘못 사는’ 나라의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의제가 아니다. 어떠한 방식으로 백신 배분을 정의하고 실행하는지는 우리 모두가 이끌어 가야 할 문제이다. 돈이 없어 백신을 구매하지 못하거나 접종을 받지 못하는 약자를 등지는 것을 합리화하는 이 배분 논리는 한국적 상황에 부합하게 변형되어 어느새 우리 삶 깊숙한 곳을 겨눌 것이다.
이 페이퍼는 2021년 3월, Journal for Peace and Nuclear Disarmament (Volume 4, Issue sup1)에 게재되었습니다(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