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기준에도 어긋나는 김부겸 국무총리의 민주노총에 대한 공격은 혼란과 불안감만을 돋울 뿐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7월 17일과 7월 18일 연일 민주노총 노동자대회가 마치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원인인양 비난하였다. 그러나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집회 통한 감염 가능성 높지 않다”는 질병관리청의 입장에서 알 수 있듯이, 이는 왜곡이자 집회와 결사의 권리에 대한 부당한 침해다.
기존 연구결과에 따르면 통상적인 코로나19 잠복기는 5∼7일에 그치며 최대 잠복기인 14일이다. 현재까지 동일사무실에서 일하는 3명 외에 노조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없어 7월 3일 노동자대회 참여로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어제 공공운수노조가 입장문에서 밝혔듯이, 최근 코로나에 감염된 3인은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동료로 같이 식사를 하면서 감염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게다가 노조는 방역당국의 지침보다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공공운수노조는 최초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자마자 전체 상근자 122명에 대해 선제검사를 실시했고 116명이 음성으로 나왔다.
그럼에도 7월 3일 노동자대회 참여자라는 사실만 부각시키는 김총리의 입장발표는 집회와 결사의 권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조장하여 권리행사의 위축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기본권 제약행위라 평가할 수 있다. 사실관계 파악도 하지 않은 채 감염확률이 낮은 노동자대회 참여가 원인인 양 공격하는 것은 4차 유행에 대한 희생양 찾기, 방역책임 떠넘기기로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한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나아가 집회에 참가한 시민 개개인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김 총리가 “여러 차례 자제 요청했는데..”라며 감염의 원인이 마치 노동자대회 참가인양 왜곡한 데 이어 질병관리청은 감염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 바가 없는데도 무리하게 ‘집회 참석자 전원에 대한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내렸다. 심지어 역학조사 과정에서도 코로나 증상 2~3일전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려 하기보다 노동자대회 참여만을 구체적으로 묻는 비상식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하니 비판받아 마땅하다.
오히려 시정되어야 할 것은 정부의 집회 및 결사의 권리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다. 청와대 앞, 청계광장, 서울광장 등 정부의 주요기관이 몰려있는 서울 주요 거점에서 집회가 전면 금지된 지 벌써 1년 5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다. 서울 도심은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우회통행 등의 행정적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국가는 방역과 기본권이 모두 달성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할 책임이 있다. 실외 집회 참가자들이 손소독 및 마스크 착용, 물리적 거리두기, 집단적인 취식행위 금지 등의 방역수칙을 지킨다면 감염은 차단할 수 있다. 현재 직장생활과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하고 선거 시기 선거운동을 허용한 현실과 비교해도 무조건적인 도심 집회 금지는 과도하다. 또한 7월 3일 집회 참가자들처럼 방역수칙을 준수하려는 집회와 작년 8월 15일 태극기부대의 집회처럼 사람들에게 침을 뱉는 등 고의적으로 방역수칙을 어기는 집회와는 다름에도 동일한 잣대로 비난하거나‘모든 집회 금지’를 기본으로 한 방침은 집회를 권리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7월 3일 노동자대회만도 그렇다. 당시 넓은 여의도 공원에서 노동자대회를 개최하고자 했으나 이것조차 불심검문과 차벽과 펜스로 막았고 결국 급하게 장소를 옮겨야 했다. 종로로 옮겨서 집회를 여는 동안에도 경찰을 비롯한 정부 당국은 거리확보를 위한 행정지원을 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의 종로 집회에서 거리두기가 충분히 되지 않았다면 그 책임은 정부와 경찰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정부가 집회를 할 수 있는 조건은 만들지 않으면서 감염의 책임을 집회개최로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자 규탄 받아 마땅하다.
공중보건의 위기일지라도 평화적인 집회 결사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국제인권기준이다. 정부는 시민들도 방역의 주체이자 기본권 행사의 주체임을 인정해야 한다. 국가권력이나 기업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에 대해 말하고 행동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수십만 명이 모인 전 세계적인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해서 유럽과 미국 등에서 이를 존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위기를 사회구성원과 평등하게 넘기기 위해서도 시민들의 집회와 결사의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집회의 권리를 무조건 금지할 것이 아니라 방역수칙을 지키며 안전하게 집회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클레멍 불레 평화적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도 이미 2020년 4월에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권리에 대한 10대 원칙에서 이를 분명하게 제시한 바 있다. 원칙에서 “공중 보건 비상사태가 권리 침해의 구실로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하며, “평화로운 집회 및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온라인에도 적용”되며, “직장에서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노동조합 내에서 노동조합과 다른 형태의 결사를 형성 할 권리로 확장되며, 평화로운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파업의 권리로 확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인권단체들은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차단하는 것에만 급급할 뿐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등한시하는 현재의 정부 방침은 심각한 인권침해라는 점을 짚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정부는 지속적으로 집회와 방역을 대립시키는 메시지를 보냈다. 무조건 집회 금지를 통보하거나 과도한 경찰력을 동원해 집회 참가자와 물리적으로 최소한의 안전거리도 없이 막아섰다. 이는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를 위반하는 일이다. 이로 인해 언론도 덩달아 집회를 권리가 아닌 ‘하지 않아야 하는 행동’인 양 보도했으며, 이는 시민들의 인권의식에도 영향을 끼쳤다. 국제인권기준이 제시하듯, 코로나라는 공중보건위기에도 기본권은 보장돼야 한다. 이제라도 시민들이 안전하게 집회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한다. 더구나 김총리의 민주노총에 대한 공격은 방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역학조사에 혼선을 주며, 시민들에게 불안감만 조장할 뿐이다.
코로나19 대응네트워크는 정부에게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노동자의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권리를 침해하고 왜곡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 나아가 중앙정부만이 아니라 여러 지방정부에서 과도하게 집회시위의 권리를 제한하는 행위도 시정하라. 정부는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금지하는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거리두기 등의 방역수칙을 준수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등 집회 및 시위를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코로나로 심해진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정부는 시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21년 7월 19일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는 2020년 3월에 공중보건위기가 인권침해와 차별, 혐오로 직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24개의 인권 단체들이 참여로 구성되었습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광주인권지기 활짝,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빈곤사회연대, 서울인권영화제,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시민건강연구소, 연분홍치마,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언론개혁시민연대,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중심 사람, 장애여성 공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