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민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2년 반 전에도 서리풀연구통에서 의사의 성별 임금격차에 대한 프랑스의 연구 사례를 소개한 적이 있다 (관련기사: 한국에선 왜 성별임금격차 자료조차 찾기 어려울까?). 오늘 소개할 논문은 미국에서 의사들의 급여가 성별에 따라 초봉부터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그리고 그 격차가 어떻게 더 벌어지고 지속되며 누적격차는 얼마나 되는지를 심층적으로 보여주는 연구이다 (논문 바로가기 : 여자 의사들은 40년의 경력 동안 남자의사보다 약 200만 달러를 적게 번다).
연구자들은 전체 미국 의사의 70% 이상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의료진 온라인 네트워크 독시미티(Doximity)에서 의사의 나이, 성별, 진료과목, 출신 학교, 경력 연차, 지역 등의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경력 연차에 따라 남성과 여성의 임금 차이를 계산하였다. 먼저 절대적인 차이를 계산하였고, 주당 근무시간, 진료과목, 지역(대도시 여부), 진료 유형(의원, 병원, 등), 경력 연차, 예상 환자 수 등을 감안하여 통계적으로 보정한 차이도 계산하였다. 혹시라도 분석 방법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을 고려하여, 10개 주요 진료과목에 대해 각각 층화하여 분석하기도 하고, 임금의 계산 방식을 바꿔도 보고, 통계 방법을 바꿔 보기도 하는 등 여섯 가지의 추가 민감도 분석도 수행하였다.
미국 학계 및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의사 80,342명에 대해 2014년부터 2019년까지의 자료를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 여성 의사들은 남성 의사들에 비해 경력 연차가 짧았고 (남 19.5년, 여 16.5년), 주당 근무시간이 짧았다 (남 58.2시간, 여 55.7시간). 진료 과목도 차이가 있어, 남성에서는 수술 진료과목 의사의 비율이 21.2%였으나, 여성에서는 8.5%였다. 여러 변수들을 통계적으로 보정하지 않고 절대적 수치만으로 비교하였을 때, 평균 연봉은 남성이 371,370달러(약 4억 3700만원), 여성이 270,547달러(약 3억 1900만원)였다. 연봉의 차이는 첫 근무연도부터 시작되었다. 여러 변수를 보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성의 경력 1년차 첫 연봉은 평균 169,716달러(약 2억 원)였고, 여성은 127,262달러(약 1억 5000만원)였다. 성별에 따른 연봉의 차이는 근무 첫10년 간 점점 더 크게 벌어지다가 10년 후부터는 그 차이를 계속 유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 차이는 주당 근무시간, 진료과목, 지역, 진료 유형, 예상 환자 수 등을 감안하여 보정하면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통계적으로 유의하며 첫 10년 동안 점점 크게 벌어지는 양상도 동일했다. 변수들을 통계적으로 보정했을 때, 첫 해 연봉은 남성은 168,687달러(약 1억 9900만원), 여성은 136,377달러(약 1억 6000만원)였고, 경력 10년차에서 연봉의 차이는 41,062달러(약 4800만원)까지 벌어져, 이후 그 격차가 유지되었다.
이와 같은 임금의 차이를 40년간 누적으로 시뮬레이션하여 계산한 결과, 여러 가지 변수를 보정한 누적 임금의 차이는 2,043,881달러(약 24억 1000만원)에 달하였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약 25% 가량 적게 버는 것이었다. 임금 격차는 수술을 하는 진료과목에서 가장 컸고, 비수술 진료과목, 일차의료 진료과목 순으로 적어졌다. 추가로 분석한 여섯 가지의 민감도 분석에서도 모두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저자들은 여러 가지 변수를 보정한 분석 결과가 ‘보수적으로’ 계산한 결과라는 점을 강조하며, 실제 임금격차보다 낮게 추산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통계에서 보정한 근무시간, 진료과목, 진료 유형, 예상 환자 수 등은 분석의 혼란변수라기보다는 매개변수에 가깝기 때문이다. 매개변수는 원인(성별의 차이)과 결과(임금격차) 사이에 위치하는 중간 결과에 해당하는 변수로서 ‘성별의 차이’로 인한 결과이지만, ‘임금격차’의 원인이기도 한 변수라는 뜻이다. 즉, 성차별 때문에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진료과목에 지원하지 못하고, 종합병원 대신 의원에서 일하게 되며, 돌봄을 맡아야 한다는 이유로 근무 시간을 줄이게 되는데, 이러한 것들이 임금의 격차가 생기는 원인이 된다는 말이다. 변수를 통계적으로 보정한다는 것은, 같은 진료과목, 같은 진료 유형, 같은 근무시간 및 환자수를 갖는 상황으로 맞추어 계산하는 것이므로, 이때 격차는 매개변수의 효과를 무시하게 되어 더 낮게 측정될 수 밖에 없다.
연구자들은 여성 의사의 임금이 첫 시작부터 남성 의사에 비해 낮으며, 이 차이가 경력의 초반부에 가속하고, 시간이 흐른 후에도 남성의 임금을 따라잡지 못하는 점에 주목하였다. 경력의 초반부는 많은 여성들이 임신, 출산, 육아 등과 관련하여 많은 가정생활의 책임을 ‘불균형하게’ 떠안는 시기이다. 돌봄과 가사 책임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경력의 중·후반기에도 임금의 차이는 좀처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러므로 저자들은 경력 초반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정책이 추후 이어지는 임금 격차를 줄여 나가는 데에 중요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다른 직종에서의 연구에서 밝혀진 것처럼 임금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정책 등도 임금 격차를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본 논문의 초록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학계에서 일하는 남성과 여성 의사들 간에 소득 차이가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의사직군 뿐만 아니라, 현실세계의 거의 모든 직업에서 남성과 여성의 소득 차이가 존재한다. 의사가 사회적으로 선망하는 직업이고, 성별에 관계없이 실력과 전문성으로 종사하는 직업일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의사직의 성별임금격차가 뉴스거리가 될 뿐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상장기업 노동자의 성별임금격차는 남성이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64만 1천원이었다. 이 수치는 OECD 평균의 3배 가까이 크다. 이처럼 공정하지 못한 임금의 차이가 “잘 알려져 있는 사실”로 전제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더 싸워야 할까. 그 때까지 이 사실을 계속 말하고, 주장하고,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 서지정보
Whaley CM, Koo T, Arora VM, Ganguli I, Gross N, Jena AB. Female Physicians Earn An Estimated $2 Million Less Than Male Physicians Over A Simulated 40-Year Career. Health Aff (Millwood). 2021 Dec;40(12):1856-1864. doi: 10.1377/hlthaff.2021.00461. PMID: 34871074.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