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연구通> 2013.07.03
소득불평등이 심한 국가가 학교폭력도 많다
Elgar. F. J. et al. (2013) School bullying, homicide and income inequality: a cross-national pooled time series analysis. International journal of public health. 58(2), 237-245.
한국 청소년들에게 직, 간접적 학교폭력은 일상화된 듯 하다. 국가 단위의 학교폭력 발생률은 그 국가 청소년의 정신적 건강수준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연구(Bradshaw, 2011)에서 보듯, 학교폭력은 청소년의 건강수준을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이다. 이런 관련성은 우리 사회에서 흔하면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3년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서 발표한 전국학교폭력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12.0%가 지난 1년간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하였으며, 이중 44.7%가 학교폭력 피해로 인해 자살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또한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가 2013년 보고한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아 23개국 중 최하위인 23위를 나타내었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건강수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학교폭력은 그 원인과 해결방안이 무엇인가? 2012년 정부에서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대책에 나와있는 것처럼, 부모가 자녀교육에 더 관여하고, 교사가 인성 교육을 더 활성화하고, 폭력적인 인터넷 게임이나 영상물 등을 접하지 않게 하는 것이 정말 ‘근본적인 대책’인가?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이에 대한 답을 국가의 소득불평등에서 찾고 있다. 이 연구는 1994년부터 2006년까지 WHO가 4년 단위로 실시한 학령기 아동의 건강행동 연구(the World Health Organisation-Health Behaviour in School-aged Children study)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결합시계열분석(pooled time series analysis)을 실시하였다. 117개 국가의 소득불평등(지니계수)과 학교폭력 경험율의 관계를 검증하였으며, 이 연구에서 학교폭력 경험은 가해, 피해, 가해와 피해 중복경험으로 측정하였다.
연구 결과, 소득불평등 수준이 높을수록 학교폭력 경험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소득불평등 수준을 사분위수(quartile)로 나누어 평균 발생율을 비교한 결과 소득불평등이 높은 경우 학교폭력 경험율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학교폭력 피해의 경우 소득불평등 수준에 따른 피해 경험율의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났다. 두 번째로 국가 단위의 소득불평등 수준이 개인의 학교폭력 경험율에 영향을 미치는 지 분석한 결과 국가의 소득격차가 클수록 청소년의 학교폭력 경험율이 증가하였다. 이는 학교폭력 피해, 가해, 피해와 가해 중복 경험 비율 모두에 동일한 결과를 나타내었다. 즉, 소득불평등지수(지니계수) 10% 악화와 학교폭력 피해경험 2.9% 상승, 가해경험 2.5% 상승, 가해와 피해 중복경험 4.0% 상승이 연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학교폭력의 문제를 학생 개인과 그 주위환경에만 책임을 돌리는 한국사회에 문제의식을 던진다. 정부를 비롯한 한국 사회는 학교폭력을 발생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성찰없이 강둑을 주먹으로 막는 임시방편적인 대책에 대한 한계점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무의미한 정책들의 실험대상으로 한국의 청소년들을 희생시키지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