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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배제하는 ‘디지털 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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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배제하는 ‘디지털 포용’

 

정성식(시민건강연구소 박사후연구원)

 

팬데믹이 정점을 지나면서 지난 2년간 지속됐던 ‘거리두기’가 해제됐다. 하지만 큰 고비를 넘겼다고 해서 마냥 반가워하기 어렵다. 코로나19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매일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감염으로 사망하고 있고, 대부분 고령층에 집중돼 있다. 연령별 누적사망자 수의 분포만 놓고 볼 때 고령층은 코로나19 유행의 최대 피해자 집단이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인일수록 감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지만, 그 피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는 사회적 의지에 달린 문제다. 다행히 우리 사회는 유행 초기 단계부터 철저한 방역조치를 실시했고, 그 덕분에 다른 나라들에 비해 고령층의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만약 자연 집단면역의 길을 택했다면 훨씬 더 많은 죽음을 목도해야 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수많은 소상공인들을 비롯한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피눈물’을 외면한 대가다. 분명히 정부는 이들의 사회경제적 고통을 감수하며 상당 기간 고강도 거리두기 정책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표면적 사실만으로 우리 사회가 그만큼 노인들의 생명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치명력이 약화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과 그에 따른 방역조치 완화는 노인과 비노인 간 생명가치의 불평등을 가시화하는 분기점이 됐다. 지난 수개월 동안 요양시설에서 연쇄적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노인 사망자 수가 폭증했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희생’으로 여겨지며 묵인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에게 다른 대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K-방역’을 통해 확보된 시간 동안 공공보건의료기관과 인력, 예산을 확충하며 체계를 강화했더라면 지금의 안타까운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거리두기를 해제하면서도 건강취약계층의 생명을 최대한 지킬 수 있는 ‘절충점’을 알면서도 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가는 ‘조용한’ 죽음의 행렬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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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대학원신문 2022.05.01. 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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