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27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 류재인 동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무서워하는 치과에서 일하는 의사예요. 무시무시하다고요?
그림: 오요우 삼촌
동무들은 치아 건강을 위해서 얼마를 쓸 수 있어? 가끔 뉴스에 보면 ‘원가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다’는 얘기가 나오잖아. 원래 무언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원가라면, 시장에서 팔리는 금액이 가격이야. 대개 원가보다 가격이 더 높은 건 가격에는 인건비·시설비·유통비·광고비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지. 하지만 전부 그런 건 아니야. 예를 들어 지난 2월에 있었던 BTS 서울공연 티켓은 VIP석이 22만 원이었는데, 이번 10월에 있을 부산공연 티켓은 무료야. 같은 가수의 같은 해 공연인데 가격이 다르지. 그런가 하면 BTS 뮤직비디오는 무료로 볼 수 있어. 유료 공연에서 부르는 것과 같은 노래인데도. 가격은 우리가 알 수 있는 혹은 알 수 없는 수많은 것과 연관돼 있어.
의료서비스도 마찬가지야. 부모님이 치과 가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얘기하신 적 있을 거야. 치과를 포함한 모든 의료서비스는 일반적인 원가와는 다른 가격이 매겨져 있어. 대부분 사람이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고 있기도 하고, 의료는 특히 많은 사람의 생명과 연관되어 있어서 비용에 대해 국가가 직접 나서기도 해. 오늘은 이렇게 중요한 건강, 특히 치아 건강을 위해 얼마나 낼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를 소개할게.
2011년 네덜란드에서는 6살 아이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어. 1,200명의 부모에게 물어봤지만 결국 끝까지 설문조사에 응답한 사람은 630명. 그들에게 아이의 치아 건강을 위해 얼마까지 낼 수 있는지, 치과를 몇 번까지 갈 수 있는지, 하루에 몇 분 칫솔질을 봐줄 수 있는지 물어봤어. 당연히 모든 부모는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돈이든, 시간이든 얼마든지 주고 싶어 해. 하지만 연구를 위해 정확한 숫자를 알아야 하니까 현실에 기반 해서 얼마까지가 한계인지를 물어봤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설문에 응한 부모의 자녀들의 구강 상태를 검사했어.
그래서 나온 연구 결과가 어땠을까? 일단 ‘아주 많은 돈도 낼 수 있다, 치과도 여러 번 갈 수 있다’고 한 부모의 자녀는 치아 상태가 안 좋았어. ‘칫솔질을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다’고 한 부모의 아이들은 치아 상태가 좋았어. 일반적으로 많은 돈을 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신경을 많이 쓰는 거라서, 건강 상태가 좋은 경우가 많거든. 그런데 이 연구에서는 반대였어. 왜 그랬을까? 연구자들은 이렇게 추측했어. 자기 아이의 치아 상태가 안 좋은 걸 이미 아는 부모가 치과에 많이 갈 거고 치료비도 많이 낼 걸 예상하고 답했기 때문이라고 말이야. 그리고 치과에서 더 많은 돈과 시간을 쓸 수 있다는 부모는 치과에서 치아 문제를 모두 해결해줄 거로 생각해서, 자녀의 칫솔질 관리에 소홀할 수 있다고도 짐작했어. 왜냐하면 부모가 자녀의 칫솔질에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할수록 자녀들의 치아 건강 상태가 좋았거든.
이 연구는 한국이 아니라 네덜란드에서 이뤄졌고 10년도 더 된 거라서, 지금 우리 상황과 딱 맞지 않을 수고 있어. 하지만 크게 다를 것도 없어. 그러니 오늘 저녁 부모님께 이렇게 말해 보는 건 어때? ‘저 칫솔질 하는 것 좀 봐주세요.’ ‘엄마 아빠 우리 같이 칫솔질해요!’ 함께 칫솔질을 하는 시간이 길수록 치아 건강 상태가 좋아질 수 있다니, 말해서 손해 볼 일이 하나도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