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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격리 기간 동안 누가 더 응급실에 많이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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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민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코로나19로 인해 의료 이용을 비롯한 많은 생활양식의 변화가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경험하지 않았지만,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른바 락다운이라고 하는 전체 시민의 자택 격리를 시행했다. 그리고 이 정책이 각 개인이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나타냈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 로우 연구팀은 인종, 보험, 소득 수준 등에 따라 자택격리정책이 사람들의 응급실 이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는 논문을 국제학술지 <서부응급의학저널>에 발표했다(논문 바로가기 ☞ 코로나19 기간 동안의 응급실 접근성 : 인종/민족, 보험 및 소득에 따른 의료이용의 격차).

 

연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의 2개 병원 응급실에서 코로나19 시기(2020년 3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와 전년도 같은 기간의 응급실 이용량을 비교하였다. 2개의 응급실이 위치한 이 지역에서는 각각 3월 16일과 3월 19일부터 전체 주민의 자택격리가 시작되었다. 2020년 3월 13일부터 응급이 아닌 선택적인 수술의 시행이 중단되었다가, 2020년 5월 4일부터 선택적인 수술이 재개되었다. 연구자들은 특별히 이와 같은 정책이 나타난 시기의 응급실 이용량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였다.

 

2019년과 비교했을 때, 전체 응급실 이용량은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에 크게 감소하였다. 자택격리정책이 시작되기 1주 전부터 눈에 띄게 응급실 이용량이 감소하기 시작하였고, 감소 추세는 4월 둘째 주까지 지속되어, 2019년 대비 최대 52%까지 감소한 후 다시 점차적으로 회복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이를 연령, 인종, 보험, 소득 수준 등 개인의 특성에 따라 분류하였을 때는 각 계층에 따라 전혀 다른 분포가 나타났다. 연령별로 분류했을 때, 3월 22일차에 18세 미만의 소아와 65세 이상의 노인의 응급실 이용량은 2019년에 비해 각각 11.0%p, 4.0%p 감소하였으나, 18-44세 성인, 45-64세 성인에서는 오히려 10.1%p, 5.0%p 증가하였다. 인종별로 분류하였을 때, 히스패닉 환자의 경우 3월 첫째 주부터 점차적으로 감소하여 4월 19일차에 가장 낮아져 전년대비 6.6%p의 감소를 보였다. 백인에서는 반대로 응급실 이용량이 증가하여, 4월 5일차에는 전년도에 비해 응급실 이용량이 6.2%p 증가하였다. 아시아인, 태평양제도인, 흑인에서는 전년도에 비해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개인의 건강보험 상황에 따라서도 응급실 이용량은 달라졌다. 사보험을 이용하는 경우 응급실의 이용량은 자택격리정책 시행 1주일 전부터 증가하기 시작하여, 정책이 시작된 주차에 전년대비 11.6%p 증가로 최고점을 기록하고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공공보험인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반대의 경향을 보였다. 저소득층에게 제공되는 공공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 가입자인 경우, 사보험 가입자와 정반대의 모양으로, 자택 격리 정책 1주인 전부터 이용량이 감소하기 시작하여 정책이 시작된 주차에 전년대비 9.5%p 감소로 최저점을 기록하였고 천천히 회복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6월말이 될 때까지, 전년도에 비해 감소한 수치는 지속되었다. 65세 이상 노령 인구들에게 제공되는 공공의료보험인 메디케어 가입자의 경우, 자택격리정책 시행 전주에 전년대비 4.1%p 감소한 수치로 가장 낮은 이용량을 보였다가 점차적으로 증가하여 4월 5일차에는 전년대비 5.4%p 증가한 수치를 보이기도 하였다.

 

개인이 거주하는 지역의 소득 수준에 따라 분류하였을 때,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의 거주자는 마지막 주차를 제외하고는 자택격리정책이 시작되기 1주전부터 전체 관찰기간 동안 2019년에 비해 낮은 응급실 이용량을 보였다. 반대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에 사는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의 연구기간동안 2019년에 비해 높은 응급실 이용량을 보였다.

 

요약하자면 코로나19로 인해 전체적인 응급실 이용량은 줄었지만, 그 안에서 젊은 성인, 백인, 사보험 가입자, 고소득자는 오히려 응급실 이용량이 늘었다는 것이다. 응급실 이용량이 줄어든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취약한 여건에 처해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었다. 사보험 가입자의 경우, 자택격리정책이 시작되었을 때는 급격히 응급실 이용량이 증가하다가 이후 감소하여 전년도와 비슷한 이용량을 보였는데, 저자들은 이 현상을 이 집단의 사람들이 점차 원격의료서비스 이용에 빠르게 적응을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마도 메디케이드 이용자나 저소득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원격의료 서비스 이용에도 제한이 있었으리라 예상되기 때문에, 저자들은 이후 이와 같은 서비스 이용의 차이로 인해 건강격차가 더 커졌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지만, 감염은 사람을 가린다. 그리고 그 감염병 시대의 구조가 사람을 가린다. 이 연구를 통해 일상의 불평등은 재난 상황이 되었을 때 더 심각해진다는 사실을 필수의료인 응급의료 이용 경향으로 확인한 셈이다. 재난을 준비하는 여러 정책들 가운데 중요한 하나가 일상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책이어야 한다는 데 이보다 명백한 증거는 없을 것이다.

 

* 서지정보

Lowe J, Brown I, Duriseti R, Gallegos M, Ribeira R, Pirrotta E, Wang NE. Emergency Department Access During COVID-19: Disparities in Utilization by Race/Ethnicity, Insurance, and Income. West J Emerg Med. 2021 Apr 28;22(3):552-560.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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