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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풀연구통

‘사회적 관계망’의 부작용

* 한겨레 [건강렌즈로 본 사회] 2013년12월 18일자에 실린 내용입니다 (바로가기)   5·18 희생자와 유족을 비하하는 게시물을 올린 누리꾼이 최근 법정에 섰다. 그는 공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성숙하지 못해 벌인 잘못이며 뉘우치고 있다고 했다. 그의 혐의는 5·18 희생자의 시신 옆에서 오열하는 어머니의 사진에 운송장을 합성해 붙이고 ‘택배 왔다. 착불이요’라는 설명까지 붙여 5·18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홍어’ 운운하며 특정 지역 및 불특정 다수의 인격과 사회적 가치에 침을 뱉고 이를 공개적으로 퍼뜨리면서 즐거움을 느끼던 누리꾼이, 정작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이렇게 초라한 모습이라니. ‘그들’의 공간은 체계적이고 결속이 단단한 듯하다. 비슷한 생각과 가치를 가졌다는 것에 즐거워하고, 이 모임의 일원임을 증명하기 위한 ‘인증’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그들의 결속은 다른 이들을 아프게 하고 있다. 사회적 관계망은 보건학 등에서 인기 있는 주제다. 많은 연구들에서 사람과의 교류가 개인의 소속감 및 정체성을 만들어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확인됐다. 많이 교류할수록 우울이나 불안을 겪을 확률이 낮아지고, 종교나 친목단체 등에 참여할수록 정신건강 수준이 높아진다. 하지만 사회적 관계망의 건강에 대한 영향이 그리 간단한 것만은 아니다. 너무 큰 사회적 연결망은 오히려 청소년 우울증과 관계 있다는 연구도 있다. 또 한국의 결혼이주여성들은 같은 나라에서 온 이민자와 연결망이 있을 때 오히려 우울 수준이 높았다. 즉 사회적 관계망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고 실질적인 정서적 지지가 될 때에만 좋은 효과를 미친다. 이민아

서리풀 논평

로세토 효과와 건강한 지역 만들기

       1961년 미국의 내과 의사였던 울프 박사는 펜실바니아주 북부 로세토(Roseto)에 여름용 농장을 하나 마련했다. 며칠 후 그 지역에 사는 의사 한 사람과 술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는데, 우연히 재미있는 이야기 한 가지를 들었다.     바로 이웃한 옆 동네보다 로세토에서 심장병이 훨씬 덜 생기는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그 당시 대학병원에 근무하던 연구자였던 울프는 바로 두 지역의 사망자료를 구해서 분석을 시작했다.      7년간의 사망통계를 내 본 결과 그 지역 의사의 짐작대로 두 지역은 확연하게 달랐다. 바로 옆의 지역은 미국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탈리아 이주민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가난한 동네인 로세토의 결과는 놀라웠다.    심장병 위험도가 높은 연령대인 55세에서 64세 사이에 로세토 사람들이 심장병으로 사망한 비율이 영(0)에 가까웠던 것. 65세가 넘는 노인들의 심장병 사망률은 전국 평균의 절반도 되지 않았고, 전체 사망률 역시 3분의 1쯤 낮았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심장병 ‘청정지역’에 전국적 관심이 집중되었던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심층조사를 통해 원인이 밝혀지자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 사람들의 놀라움도 더 커졌다.    로세토 사람들의 건강 습관이나 조건은 의학 지식을 뒤집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매일 소시지나 미트볼 같은 기름진 음식을 먹었고 술도 엄청나게 마셨다. 지나친 흡연에 매우 열악한 노동조건까지, 심장에 좋지 않은 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연구진을 고민에 빠트렸던 수수께끼의 실마리는 ‘공동체’에서 풀렸다. 찾아낸 원인은 의학의 범위를 넘는 사회 그 자체였고, 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