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고래가 그랬어: 건강한 건강수다] 건강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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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34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 오로라 이모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에 딴지 놓는 걸 좋아하는 새내기 연구원이에요

그림: 오요우 삼촌

 

‘건강하세요’라는 말, 어떨 때 써? 인사말로 쓰기도 하고, 상대가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의 표현일 때도 있고, 상대의 안부를 바라는 뜻으로 쓰기도 해. 당신이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아서 말이야.

 

건강은 도대체 뭘까? 아프지 않은 것일까? 하루하루를 잘 보내는 것일까? 1948년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을 ‘단순히 병이나 허약함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라고 정의했어. 여기서 안녕하다는 건 아무 탈 없이 편안하고 행복하다는 것을 뜻해. 이제는 70년이 넘은 오래된 정의지만, 발표될 당시만 해도 매우 파격적이었어. 신체적인 문제로만 생각되던 건강을 신체와 정신뿐 아니라, 사회적 차원으로 확대했기 때문이야. 이 정의가 만들어진 시기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바로 뒤였어. 전쟁이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고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됐지. 건강에 사회적 차원을 포함한 덕분에 전쟁과 빈곤, 경제적 불평등, 사회적 고립과 같은 사회적 문제들이 건강을 결정한다는 생각이 확대될 수 있었어.

 

 

하지만, 이러한 의의에도 불구하고 세계보건기구의 건강 개념은 많은 비판을 받아왔어. 무엇 때문이었을까? ‘완전한’ 안녕이라는 부분이 특히 문제가 되었어. 그런 상태에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는 언제든 병에 걸리거나, 나이가 들거나, 사고를 당하면 무탈하지 않은 나날을 보내게 돼. 건강이 완전무결한 상태라면, 대다수가 건강하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될 거야.

 

이러한 구분은 자칫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도 있어. 건강은 아주 좋은 것처럼 여겨지지만, 건강하지 못한 건 열등하고 나쁜 것으로 취급할 수 있으니까. 예를 들어 학교에서 건강하지 않다는 이유로 학급 동무를 놀리거나 괴롭히는 일이 벌어지기도 해. 유네스코에 따르면 장애가 있는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학교 폭력과 왕따의 피해자가 될 확률이 훨씬 높았어. 노동자들은 건강하지 않다는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되기도 해. 젊은 시절 건강을 자부하던 사람들도 나이가 들고 아프면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고,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들 속에서 서럽고 화나는 기분을 마주하게 될 수 있어.

 

결국, 건강이란 개념은 한편으로는 우리가 모두 함께 도달하면 좋을 목표지점을 알려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건강’과 ‘건강하지 못함’ 사이의 등급을 만들며 차별의 도구가 되기도 해. 이러한 차별은 정당할까? 모두가 건강을 우러러보는 사회에서는 아픔·질병·장애가 있는 삶이 부정될 수도 있어. 그래서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건 ‘건강할 권리’가 아니라 ‘잘 아플 권리’라는 주장을 하기도 해.

 

건강이란 말에 어떤 의미가 담기는지는 아주 중요해. 우리가 공유하는 건강의 뜻, 건강의 정의가 그에 관한 우리의 행동을 좌우하니까. 건강이라는 개념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화해. 우리가 그 개념을 다르게 정의하고, 다르게 쓴다면 건강의 의미도 변할 거야. 그동안 건강을 뭐라고 생각했어?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까? 동무들의 생각이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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